한국에서 '낯선 시선'으로 바라보기란,

낯선 시선 :메타 젠더로 본 세상 (서평)

by 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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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순실 게이트라고 불리었던 국정농단에서부터 시작하여, 세월 호 침몰, 강남역 살인사건, 4대 강 사업, 광우병 파동 등 지난 10년간 헤아릴 수 도 없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낯선 시선>에서는 앞서 말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때 일어났던 일들에 대해 작가가 약 5년 동안 틈틈이 글을 쓰고 묶어 간행된 책이다.


우리는 왜 이러한 일을 맞이하고 경험했어야 했는지, 또 이에 대해서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하는지, 우리가 선망하는 통치자는 어떠한 모습인지, 우리의 젠더 의식, 우리가 원하는 ‘어른’들에 대한 생각, 우리의 문드러진 현실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또 그러한 모습들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었는지 와 같은 ‘우리’에 대한 모든 것들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다.


작가 정희진은 저명한 평화학·여성학 연구자로, 한국에서 페미니즘 관련된 책을 쓰는 이들 중 가장 두터운 독자층을 지니고 있다. 작가는 주로 사회문제를 바라볼 때 한 가지의 단편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다각의 구도에서 바라본다. 예를 들어 정부를 비판할 때, 단순히 그것에 대해서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깔려 있는 인식과 정부의 관계성을 정의하고 더 나아가 젠더 인식까지 건드려 우리가 놓치고 있던 작은 부분까지 이야기한다. 사회는 입체적이며 쉽게 설명되지 않는다. 이상할 정도로 낯선 일들이 연속적으로 발생되며 상식 이하의 사건들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일어나곤 한다. 3가지, 또는 4가지 이상의 개념을 동반하여 사회현상을 설명해주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해하기 쉽게 시야를 넓혀준다.


책은 크게 5가지 장 (상식. 말. 부끄러움. 고통. 남성)과 각 장 아래 소주제의 61편의 글들로 구성되어있다. 수저계급 론, 권력 계층의 뻔뻔함, 국정교과서,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대상의 차별, 여성에 대한 시선, 소수에 대한 사회적 인식, 취향 문제, 국가안보, 빨갱이, 일베, 성매매, 혼외 성애와 같은 우리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을 재고하고 있다. 접근성이 높고 생활 밀착형이란 개념이 강하기 때문에 한국사회에서 어느 정도 살았다고 생각되면 모두들 공감될 것이라 생각된다.



왜? 한국에서 이러한 형태의 사건들이 발생되어야만 했을까?


작가는 한국인들의 구조적인 문제와 통념을 사회 문맥을 통해 정확히 짚는다. 그리고 비판한다. 제목 그대로 그녀의 시선은 ‘낯선 시선’이다. 하나의 사건을 필두로 발생되는 문제들과 사회문화에 뿌리 채 자리 잡고 있던 기존의 생각들에 대해 지적하고 비판한다.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말들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경각심을 심어준다. 말이 내포하고 있는 뜻을 의심하고 사회를 심문한다. 당연한 것은 없다. 무엇이든 새롭게 보아야 한다.


슬픈 현실은 작가가 비슷한 종류의 글을 오래전부터 쓰며 문제제기를 해왔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별로 변한 것이 없다는 것이다. 지난 10년의 정부를 거치며 낯짝 두꺼운 사람들의 시대가 열렸다. 불편함이나 죄책감 없이 오로지 본인만을 생각하며 자신의 목표의식에 심취하여 돌진하는 사람들과, 이제는 그러한 모습이 멋있고 강한 것이라는 평가들이 당연하다시피 되어버렸다. 인정하기 싫지만 이것이 내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특히 4장 <고통에 대하여>는 우리 사회 단면의 어두움을 가장 잘 보여주었고 읽기 힘든 부분이었다. 학생인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 또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사회라는 사실이 두려움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갈 때 그렇지 못한 사람들. 약자는 무엇을 행해야 할지 계속해서 탐구해야 한다. 비상식적이지 않은 행동에 대해서 비난하고,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며 내부의 소수를 발견해야 한다. 절대 다수인 사회적 약자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들이 지니지 못한 윤리와 언어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낯선 시선들은 중요하며 하나, 하나 모여 새로운 사회를 재구성한다고 생각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전의 사회와 달리 계속해서 이야기해야만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언제나 언어와 소통이 부재했기에 의식이나 사유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대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