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quid biopsy
미래의 의료는 지금과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1위인 암과 관련한 최신 동향을 바탕으로 아래에 정리해 본다.
우리나라의 사망원인 1위는 암이다. 2017년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사망률은 10만 명당 남성의 경우 191.1 명, 여성의 경우 116.9 명으로 2등인 심장 질환 (남성 58.6명, 여성 61.8명)이나 뇌혈관 질환 (남성 42.7명 여성 46.1명)에 의한 사망자 수를 더한 것보다 많다. 게다가 2016년 국가 암 통계를 바탕으로 보면 기대수명인 82세까지 살면서 암에 걸릴 확률은 세 명 중 한 명을 넘어가는 36.1% 일 정도로 암에 걸릴 확률도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암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을까? 진단과 관련된 분야에서는 액체 생검(liquid biopsy)이 최근 수년간 그 핵심기술로 여겨지고 있어 여기에 정리해 본다. 액체 생검은 2010년부터 주목받기 시작하여 현재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기술 분야로 모두 현실화한다면 암과 관련된 진단, 치료 등이 완전히 바뀌게 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모습이 될지를 가상의 인물 나건강씨를 통해 상상해 보자.
나건강씨는 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국가 암 검진 대상자가 되어 근처 자주 가는 병원에 들러 채혈을 한다. 예전 국가 암 검진은 내시경을 해야 하므로 금식도 해야 하고 지정 병원에 예약한 뒤에 날짜에 맞추어 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액체생검이 조기진단 방법으로 개발이 되면서 이제는 근처 병원에 시간 날 때 들러 채혈만 하면 되어 편하다. 일주일 뒤 검사 결과를 받았는데 안타깝게도 암에 대한 위험성이 높고 암 발병 위치가 대장 지역인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래서 전문병원 예약을 하고 내시경 검사를 받는다. 병원 검사 결과 아직 혹조차 생기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병원에서는 액체생검에서 관찰된 유전자 변이를 바탕으로 항암제를 처방해 준다. 예전 항암제는 병원에 입원하고 많은 부작용을 겪으며 먹어야 했던 약이지만 지금은 감기약 먹듯이 회사 출퇴근을 하며 지정된 시간에 복용만 하면 되어 매우 편하다. 그 약을 먹고 한 달 뒤에 다시 집 근처 병원에 들러 채혈을 하고 일주일 뒤에 암이 사라졌다는 판정을 받는다.
물론 이런 이야기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액체생검을 기반으로 한 진단 기술만 개발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암을 치료하는 항암제가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해야 하고 이러한 프로세스가 가능하도록 하는 보건행정과 의료보험제도 역시 같이 변화해야 만 할 것이다. 하지만 곧 다가올 정밀 의료 시대에서는 위 나건강씨의 가상 예에서처럼 암은 더는 사망률 1위의 무서운 병이 아닌 현재의 우리가 알고 있는 감기처럼 관리만 잘하면 되는 질병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액체생검은 체액을 대상으로 하는 검사법을 통칭하는 말로써 혈액뿐만이 아니라 소변, 타액 등을 모두 아우른다. 검사하는 생체물질도 체액 안에 떠다니는 무세포 DNA (cell free DNA) 같은 핵산뿐만이 아니라 순환 종양세포 (circulating tumor cell), 엑소좀, 단백질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 중에서 가장 활발히 임상적 유효성을 살펴보고 있는 분야는 혈액을 바탕으로 무세포 DNA 속에 존재하는 암 유래 DNA를 탐지하는 방식이다. 투자도 미국의 경우 수천억에서 조 단위로 이루어지고 있고 국내에서도 병원, 대학, 기업 등에서 활발히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시장규모도 시장 전문 조사기관인 BCC 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암과 관련된 액체 생검 시장은 2018년 약 4천8백억 원에서 2023년 2조 8천억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액체생검이 각광을 받고 있는 이유는 간편한 검체 체취 방법 때문만이 아니다. 암은 이질성 (heterogeneity)이 존재한다. 즉 한 개인에게 존재하는 암은 한 종류의 항암제로 치료할 수가 없다. 이것은 현재의 조직검사에서 어려움으로 작용을 하는데 왜냐하면 검사에 사용하는 일부 조직의 암 원인 돌연변이와 검사하지 않은 조직의 돌연변이가 다른 경우가 자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액 안에는 모든 암에서 발생한 DNA 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액체생검이 충분히 발전한다면 한 번의 검사로 모든 암 유발 돌연변이들을 검사해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검체 채취가 굉장히 어려운 부위에 대한 검사에도 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이 되고 또 암 조직이 형성되기도 전인 암의 초기 상태에도 적용 가능하여 조기진단에도 사용될 수 있다. 그리고 암 수술 뒤 항암 치료를 받는 도중의 모니터링이나 암이 전이되어서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가 되었을 때도 액체생검은 원인 돌연변이 검사가 가능하다. 딱 한 가지 문제가 암의 원발 장기가 어디인지를 알 기가 어렵다는 점인데 이 부분에 대한 것도 최근 연구 결과에서 예측이 가능한 것으로 발표가 되고 있어 더욱 응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암. 퓰리처상 수상자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자신의 저서에서 만병의 황제라고 칭한 바 있을 정도로 치료하기 어렵고 또 치명적인 질병이다. 하나로 규정짓기에는 너무나도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암은 알면 알아 갈수록 그 정체가 점점 더 미궁으로 빠지는 질병이다. 이러한 암을 주기적으로 아주 초기 단계부터 완치해서 사라질 때까지 탐지해 낼 수 있는 꿈의 기술 액체생검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지금 멀지 않은 미래에는 암을 더 이상 천형으로 생각하지 않는 날이 있기를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