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자신을 그 일을 하는 사람으로 정의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 일을 지속 적으로 할 수도 없고 잘할 수도 없다.
나에게 있어 가장 어려운 일 중 하나는 요리였는데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으나 집안일은 남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는 문화적 세뇌가 작동한 면이 크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가 내 밥과 아이들 밥을 챙겨주기 위해 결혼한 것이 아닌 것이므로 집안일은 응당 나누어서 해야 하는 것이건만 일을 핑계로 그렇지 않게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아내가 이것만은 해 달라며 아침에 아이들 사랑스럽게 깨워주기와 일주일에 한 번 아침 해주기를 말하였을 때 내가 집안에 살고 있지만 마치 남의 집에 얹혀사는 것처럼 행동해 온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그 뒤 회사도 가까운 곳으로 옮기고 일에도 좀 여유가 생기면서 아침 식사 두 번은 챙기고 있다. 앞으로는 모든 아침 식사는 내가 챙기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 본다. 아내가 할 일을 내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이 집의 일원으로 내가 해야 하는 일이므로 그렇다.
가장 처음은 식재료 위치와 기구들의 위치 파악이 무척 어려웠다. 이 문제는 상당히 극복하기 어려웠는데 결국 찾아낸 해법은 아침마다 전날 설거지한 그릇을 정리하면서 위치를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몇 달을 해 보니 이제는 어디에 어떤 것이 있는지 대략 파악은 가능하였다.
그다음 난관은 간을 맞추는 일이었다. 이건 지금도 어려운 상황인데 아무리 조리법이 나와있어도 정확한 개량은 쉽지 않고 개량을 했다고 해서 그 맛이 그대로 나오는 것도 아니었다.
간을 맞추는 마지막은 예술이랄 수밖에 없는데 이건 마치 김연아 선수가 세 바퀴를 돌고 빙판 위에 내려올 때의 부드러움을 지식으로 전달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느낀다.
이번주 에 한 두가지 아침식사 주먹밥과 몽테크리스토토스트
아침에 할 수 있는 간편 요리라는 개념으로 접근하여 이것저것 해보고 있는데 항상 손에 설익은 이 느낌을 언제쯤 떨칠 수 있을지.
이번 주에는 두 가지를 시도하여 보았는데 주먹밥은 아이들은 맛나다고 먹는데 아내는 별로라고 한다. 토스트는 아내는 무척 맛있다고 하는데 아이들은 이상한 맛이라며 반도 안 먹는다.
모두의 입맛을 맞추기란 참 어렵다 싶다. 그래도 아빠가 이것저것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아서인지 요즘은 첫째가 저녁에 먹는 간단한 간식은 자기가 만들기도 한다. 나는 불가능했던 것을 해내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나를 이제 요리사로 정의해 보려고 한다. 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나를 요리사로 정의하는 순간 나를 넘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