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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전 아버지와 오늘의 나

아들 나 그리고 아버지

by 투오아

나이가 사십 중반이 넘어가는데도 아직까지도 아버지와는 대화가 어렵다. 분명 난 내 입장에서 최선을 다해 보지만 아버지 입장에서는 뭔가가 부족한 모양이다.


이십 대 시절에 아버지와 너무 갈등이 심하던 때 했던 생각이다. '아버지는 높다란 틀을 만들어 놓고 옆으로 긴 나를 보고는 당신의 틀에 맞추어 높이는 낮고 옆으로는 길다 한다'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 느낌은 그대로다.


이제 나의 자식들이 초등학교 3학년 6학년이 되었는데 그 시절의 아버지의 모습이 자주 나에게 보여 깜짝 놀랄 때가 있다. 그런 상황이 오면 '그때 아버지께서 이런 기분이 들어서 화를 내신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며 그 당시 아버지의 마음이 상상이 가기는 한다.


그래도 나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안의 감정은 유전된 것으로 친다 하더라도 아버지와 다른 아빠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아침의 일이다. 방학 동안 6킬로그램을 빼겠다는 둘째가 꼭 성공하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아침마다 줄넘기 1200개를 도전하고 있다. 비가 올 때는 14층까지 3번 오르기로 대체하고 있는데 최근 비가 많이 온 관계로 비가 그친 오늘 아침 오랜만에 줄넘기를 하였다. 그래서인지 둘째가 많이 힘들어했고 짜증을 많이 내었다. 한 스무 번까지는 달래려고 노력하였으나 그 회수를 넘어가자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였다. 그래서 아버지가 어린 시절 나에게 했듯이 강하게 말로 밀어붙였는데 아이가 갑자기 집중력이 좋아지며 순식간에 100개를 해 내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앞에 너의 행동이 얼마나 말이 안 되었는지를 조목조목 지적하였더니 역시나 성격이 나를 닮은 둘째도 같이 화가 부글부글 하는 것이 보였다. 그러더니 자기는 안 한다며 휙 뒤돌아 가버렸다.


나는 화가 나도 아버지 앞에서는 그렇게 하지 못했는데 둘째는 그렇게 하는 것을 보며 '그래도 나는 아버지와는 조금은 다른가 보다' 하며 스스로를 위안해 보았다. 화난 둘째를 좇아가 집으로 가자고 하니 본인도 조금 머쓱했는지 바로 따라온다. 집으로 돌아와 이 상황에 대해서 첫째에게 물어보니 쭉 상황을 들은 첫째가 판결을 해주었다. 아빠 잘못이라고 한다. 말을 따지듯이 하는 것이 아니라 벌칙을 정하더라도 부드럽게 동의를 구해야 하고 꼭 아빠가 옆에서 같이 해 준다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고 한다.


듣고 보니 초등 6학년 아들 말이 맞다. 그래서 둘째에게 미안하다고 하고 내일부터는 형이 말한 방법으로 말을 해보겠다고 하고 의견을 물었다. 그러자 둘째가 그러면 기분이 훨씬 좋다고 그렇게 해달라고 한다.


새벽부터 전화 너머로 들은 싫은 소리와 둘째와의 일을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모두 격고 나니 아버지의 감정과 나의 감정 그리고 둘째의 감정이 모두 교차되었다. 그리고 같은 감정에도 행동을 어떻게 하는지는 결국 나의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큰 문제는 전화도 잘하지 않는 아버지와 나 사이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들과 이야기를 나누니 나의 분노는 가라앉고 아이들이 소중해 보였다. 아무 말도 안 하고 듣고만 있었던 36년 전의 나는 아버지의 화를 더 돋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아들과 아빠의 사이란 그런 사이인 것이다. 아마도 우리 아들들이 나에게 그러하듯이 나도 아버지께는 소중한 자식이겠지?


인간의 성장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나이 듦이란 무엇인가? 나의 질문에 조금이라도 답을 얻고자 조금은 부끄러운 오늘 하루의 일을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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