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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람쥐 Jan 18. 2018

오늘부터 1일

[책] 매일 아침 써봤니? / 김민식 / 위즈덤하우스

저자 김민식 PD를 처음 만난 건, 몇년 전입니다. 당시 저는 일로도 개인적으로도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였어요.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글쓰기 연수를 신청했습니다. 연수생 명단에 낯익은 이름이 있었어요.


선배는 저를 몰랐지만 저는 선배를 알았습니다. 2012년, 때가 때인지라 YTN을 비롯해 MBC와 KBS가 함께 파업을 했습니다. 그 때 마침 교육문화국장이었어요. 평화로운 시절이었다면 조합원 대상 강연이나 문화행사를 기획했을테지만, 집행부가 된 지 한달 만에 파업을 하더니 매일의 집회기획이 제 몫이 되었습니다.

청취율 비교하던 습관 때문일까요? 파업의 끝이 보이지 않아 '제 코가 석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내심 경쟁을 했습니다. 'M은 오늘 뭐했대?' 'M은 집회 참여인원이 얼마나 된대?' 회의 중에 이런 물음이 오갔으니까요.


남몰래 하던 경쟁은 한 편의 뮤직비디오, <MBC 프리덤>로 끝납니다. 짧고 굵은 영상 안에 파업 메시지가 제대로 담겼어요. 원 샷으로 시작해서 전 조합원을 담아냈는데 심지어 원 테이크? GG(Good Game)! 누가 연출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죠. '김민식'이란 이름을 그 때 알게 되었습니다.


글쓰기 연수 초반, 통성명을 하고 대화가 이어졌어요. '책'과 '여행'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었거든요. 선배의 버라이어티한 인생경험과 일상을 즐기는 남다른 재능에 매료되어 제가 틈만나면 귀찮게 했지요.

선배는 연수의 순간들도 열심히 누렸어요. 미리 와서 인근의 도보여행 코스를 돌고 오질않나, 강의를 집중해서 듣고 질문도 많이 하고요. 덕분에 저도 적당히 하려던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수료하려면 글을 한 편 완성해서 발표해야했습니다. 주어진 주제는 '나는 PD가 아니다'였어요. 당시 김민식 선배가 쓴 글을 줄여보자면 '나는 PD가 아니어도,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꿈꾸며 산다. 하루하루가 이렇게 즐거운데 무엇이 되고 아니고 뭐 그리 중요하랴’에요.

사뭇 호방하고 유쾌해 보이죠? 하지만 행간에 아픔과 고통이 듬뿍 담겨있어요. 그걸 고스란히 느끼며 선배가 글 읽는 면전에서 펑펑 눈물을 쏟아버렸지요. 저...(도 선배 못지 않은) 울보거든요.


시간은 흘러흘러 선배가 비 제작부서에 있는 기간이 늘어나면서 이야기도 쌓여갑니다. 지난 해 <영어책 한 권 외워봤니?>에 이어 이번엔 <매일 아침 써봤니?>라고 우리에게 묻습니다.


전작에서 영어책 한 권을 외우며 본인의 인생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어떻게하면 영어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는지 말해주었지요.

이번 책은 주인공이 '글쓰기'에요. 저자는 일단 써보기를 권합니다. 그것도 남들에게 방해받지 않는 '아침'에요.

 

글쓰기에는 영어와는 또 다른 힘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돌아보고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되어주죠. 저자는 여러분도 그 힘을 느껴보기를 간절히 원하며 한 줄 한 줄 써내려간 듯 합니다. 자신의 인생을 솔직하게 보여주면서요.

 

저자는 (무려 베스트셀러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겸손하고 편안하게 대합니다. 금메달을 목에 건 우승자가 아니라 옆에서 같이 뛰어주는 러닝메이트 같아요. 달리다 좀 쉬어도 된다고, 꼭 하나의 골인 지점만을 향해 뛰지 않아도 된다고, 트랙을 벗어나 꽃도 보고 산도 보다보면 또 다른 길을 발견할 수도 있다고, 가다 멈춰도 그간 조금이나마 걸어온 길을 축하하자고 격려를 건냅니다.


독자가 그저 책만 읽고 마는 게 아니라 작은 변화라도 경험할 수 있게 이끌어 내는 게 김민식 PD의 힘이죠. 쫄지 마라, 해봤자 손해볼 거 없다, 내가 이만큼 망해봤으니 너도 도전해 봐라!

저도 뭘 시작하거나 남들 앞에 내놓는 게 참 두렵지만 이 책을 읽고 걱정이 많이 잦아들었어요.


이 분의 외침은 마력이 있지요. 오랜 시간과 여러 사람의 희생이 필요했지만 결과적으로 그가 물러나라고 외친 김재철과 김장겸, 모두 사장 자리에서 쫓겨나 피의자 신분이 되었잖아요. 그 주문발(?)로 여러분의 인생이 더욱 빛나기를 응원합니다. 그 응원, 받아보고 싶지 않으세요?


저는 받고 싶어요. KBS는 현재 여전히 파업 중이거든요. 어렵사리 사장해임절차에 들어갔지만 아직 결판이 나지 않아 137일째 이어지고 있어요. 파업이 끝나고 업무에 복귀한 뒤에도 지난한 재건과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더디고 답답할 시간을 즐겁게 잘 버티고 현명하게 헤쳐나갈 힘이 절실해요.


그래서 저도 일단 써보려고요. '시간이 나면', '나중에 좀더 준비해서' 같은 생각들은 휴지통에 던져버렸습니다. (이 책을 읽고나면 이런 용기가 난다니까요!)


오늘부터 1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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