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고객님
청소 일을 하다보니
집에서도 잘 안 하던 일들을 한다.
며칠 나가고 나서 처음 했던 말이 집안일보다 쉬운 것 같다. 였는데
이제는 비등비등 한 것 같다.
에어비앤비는 자잘한 개인적인 물품이 없으니 커다란 것만 정리해 주면 되니 편하긴 한데
그 커다란 게 근력도 요령도 없는 나에게는 저 산의 바위 같아서 온데만데 근육통이 온다.
일이 주 동안은 근육통에 시달렸다. 상체는 일하느라 생긴 근육통, 하체는 난데없이 줄넘기하느라 종아리 근육통.
아침마다 침대에서 일어날 때 까치발로 걸었고, 어깨는 여전히 아프다.
운동을 하긴 해야겠다. 사무직 하면서 주저앉은 어깨가 왠지 더 가라앉은 것 같다.
한 달만 하면 근육통은 적응이 된다는데. 어디 한 달 후에 보자...
방 문을 열고 들어가면 게스트가 남긴 흔적들을 대강 훑어본다.
오늘처럼 방을 다 뒤집어 놓고 나간 사람도 있는 반면, 귀여운 선물을 두고 가거나,
뒷정리를 깔끔하게 하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
오늘은 뒷정리를 잘해주고 간 게스트 이야기를 해볼까.
나는 주로 주택형 에어비앤비를 담당했는데, 요즘은 손이 부족해 생활숙박시설에도 종종 갈 일이 있다.
이 날도 생활숙박시설을 정비하러 들어가 게스트가 나간 자리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주방도 깨끗하고, 쓰레기도 잘 비웠고, 생활 흔적이 거의 없었다.
이불도 구겨진 채로 두지 않고 적당히 펼쳐진 상태. 어차피 걷어내야 하기 때문에 굳이 펼치지 않아도 된다고 하지만
나는 펼쳐진 이불을 보는 게 좋다.
그래야 걷기도 쉽고, 커버를 벗기기도 쉽고, 그래도 정돈된 모습으로 체크아웃한 것 같아 배려도 느껴진다.
내가 가장 감동한 부분이 있는데,
화장실 물 빠짐 구멍의 부속품(?)을 다 꺼내 깨끗이 씻어 올려두고 간 것이 아닌가?!
함께 일하는 동료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 천사가 왔다 갔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기분이 너무 좋다 못해 짜릿했다. 세상에 이런 친절을 ㅠㅠ..
집에서도 잘하지 않는 음식물 처리하기, 하수구 구멍 비우기는 여전히 어려운데 스스로 해주신 게스트에게 너무 감사했다.
나중에 보니 한국인인 걸 보고 더 감탄했다. (분실물 때문에 연락이 왔었움..)
다시 한 번 감사합니다..
청소를 하다 보니 그 방에서는 머리카락도 몇 가닥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나가기 전 방을 간단히 정리해 주신 듯했다.
그럼에도 나는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다시 했지만 쪼금 행복하고 기분이 좋았다.
내가 떠나게 될 다음 여행지를 생각해보았다.
거기서의 나도 마무리 더 잘 하고 나와야지,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