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 출신 그녀는 왜 반식물인간이 되었나_001
"아... 예..."
세 번째(장기)로 찾아간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께 "웹소설 한번 써보세요"라는 처방을 300번째 들은 것 같은데,
도무지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되어 먼저 신상 정리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그치... 엄마도 글을 써보래. 남편도 글을 써보래. 다들 내가 글을 잘 쓸 거래.
음... 근데,
내가 블로그에 각 잡고 글을 쓰기도 하고, 느낀 바를 표현 안 하는 건 아닌데...
그닥 날것 그대로를 표현하고 사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내 생각을 쓰자니 막상, 부끄럽고. 어렵다.
일단 최근에 뭔가 사건이 터졌고, 난 더 이상 설거지를 하는 게 힘들어졌다.
장갑 하나로는 좀 힘들고, 두 겹 정도는 껴야 할 수 있다.
머리로는... '아이, 사람이 직업으로 시체도 치우는데, 주부가 뭐... 설거지 좀 할 수도 있지~'
이렇게 생각해야 겨우 설거지가 좀 된다.
(아, 남편한테도 얘기했다! 최근 사건... 이후!!)
집에 식세기 없냐고?
당근 울 식세기 이모 있지.
난 날 도와주는 기계들을 아껴서 이름을 붙이는 편인데,
식세기는 특별히 '이모'로 대우한다.
전에... 로봇청소기는 탈락.
한 6개월 내가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문을 열었다 닫았다...
아니, 그 정도 바보는 아니었지.
대신 빠질만한 곳 문을 다 일일이 닫아주는 것도 보통 스트레스는 아니었다.
이쯤 하면 도대체 무슨 사건이냐... 하시겠지만 그건 뭐...
어디까지 공개 가능인지 나는 모르겠으니
일단 그냥 내 썰부터 푼다.
뭔가 좀 나아질 때까지
아마...장기연재?
현재는 감각이 너무 예민해져서 귀에서 이명이 자주 들리고,
아이의 짜증조차 더 이상 처리할 수 없게 되어서
헤드폰, 버즈, 루프 이어플러그(예쁜 거 있어요, 찾아보세요)까지 사게 되었지만,
막상 귀 안이 아픈 것이기 때문에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번갈아가면서 쓰는 중이다.
아들은 6살.
이제 새해니까 7살인가?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듯하여 헌정 노래도 만든 내 보물.
요새 사람들 다들 그러듯,
하나 낳은 놈 잘 키우려고 최민준 소장님 강의 따라다니고 (손들어서 책도 받았어!)
오은영 교수님과 조선미 교수님 사이에서 저울질하며
내가 애를 잘 키우는 건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정답이 없는 문제들이 출렁였고 나는 우울의 바다 속에 다시 한번.
그래, 세 번째로.
이번에는 산후우울증이라 불렀던 첫 번째와,
워킹맘 안 하도록 선택하게 해 준 두 번째의,
사실 그리고 그 전에 무수히...무수히 많이 겪었던 그 파도들 아래로...
아름답고 무해한 생명줄들을 여러 겹 팔목에 묶은 채,
아주 깊이,
빠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