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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안 Aug 20. 2021

모르겠으면…. 그냥 그랜저가 답입니다.

배부른 개미의 세상살이


“어떤 차를 사는 게 좋을까?”

이런 물음에는 답이 정해져 있다.

경험으로 터득한 삶의 지혜이다.


내가 자동차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요, 영업은 더더욱 아님에도,

한 달에 한 대 꼴로 주변인들의 차를 사고파는 일을 도와주고 있다.

말 그대로 도와주는 것. 거기까지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내가 대단한 전문가인 줄 오해하고 구입 전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많은 질문은 ‘어떤 차종이 구입하기에 가장 적당한 차인가?’이다.


처음에는 사람의 삶의 모습이 다르고, 각자의 취향이 다른데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난감했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멀리서 어렴풋이 볼 때는 다 똑같아 보인다.

점점 가까이서 자주 들여다봐야

그제야 똑같아 보였던 것들이 죄다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뭐가 좋냐고 묻는 질문의 이면에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이 존재한다.

누군가 당신에게 신발이 필요한데, 나이키 러닝화와 로크 정장구두 중 어느 것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면?

누군가 당신에게 시계가 필요한데, 애플 워치와 해밀턴 시계 중 어느 것을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아마 우선은 신발이나 시계가 필요한 목적을 먼저 물어볼 것이고, 생각하는 예산을 그다음 묻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차에 관해 받는 질문도 비슷하다.

차가 필요한데 SUV와 세단 중 뭘 사야 할지 모르겠다고 질문받는 경우가 생각보다 자주 생긴다.

처음에는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익스플로러(포드사의 대형 SUV)와 스팅어(기아의 스포츠 세단)를 비교해 달라는 경우도 있었고,

싼타페 (현대차의 중형 SUV)와 그랜저(현대차의 대형 세단)를 비교해 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나에게 SUV와 세단은 비교할 수 없는 영역에서 갈라진 존재라 비교의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앞서 예를 든 신발이나 시계의 예와 같은 그런 느낌이다.

경험이 누적되면서 알게 된 것은 나에겐 비교가 불가한 두 존재가 어떤 이들에겐 똑같은 존재로 인식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나에게 나이키 러닝화와 로크 정장구두는 비교 불가한 완전히 다른 신발의 하위 개념이지만, 누군가에겐 그냥 같은 신발일 뿐이고,

나에게 애플 워치와 해밀턴 시계는 비교 불가한 완전히 다른 시계의 하위 개념이지만, 누군가에겐 그냥 같은 시계일 뿐이듯,

나에겐 SUV와 세단은 비교 불가한 완전히 다른 영역이지만, 누군가에겐 그냥 예산이 비슷한 차일뿐이었던 것이었다.


내가 달리기를 하기 위한 신발을 구입해야 한다면 고민의 여지가 없이 나이키 러닝화를 선택할 것이다.

내가 나의 아이폰과 연동이 되며, 러닝 기록을 아이폰에 저장하고 싶은 목적이라면 애플 워치를 선택할 것이다.

목적과 취향이 뚜렷하다면 선택의 폭은 급격하게 좁아진다.

목적과 취향 그리고 예산이 정해졌다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자본주의는 돈이라는 가치를 넘어서는 기능이나 만족을 주는 일을 용납치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깨달았다.

“어떤 차를 사면 좋을까?”라는 질문 뒤에 구체적인 목적과 취향을 밝히지 않는다면,

“남들에게 좋은 차로 보여야 하고, 실내 공간은 넓고, 옵션도 많으면서, 혹시 고장 나더라도 수리가 편하고, 오래 타도 유지에 문제가 없고, 나중에 되팔 때 중고차 값도 잘 받는 무난한 차가 어떤 게 있을까?”로 받아들여야 함을…

내 답은 예산에 맞는 가장 많이 팔린 차종이다.

대부분의 경우 그랜저이다.

놀랍게도 대중의 선택을 그대로 따라갈 때, 질문자도 답변자도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다.


혹시라도 오해는 마시라. 현대차에게 어떤 댓가를 받고 쓴 글이 아니다.





덧.

자동차 이전등록 업무는 행정사를 통하면 싼 가격으로 대행을 맡길 수 있다.

의외로 이 사실을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개인 간 거래 (특히 부모님이나 형제자매 차를 받는 경우)에 유용하다.

‘행정사 자동차 이전’ 혹은 ‘행정사 자동차 등록’으로 검색하거나 가까운 곳에 위치한 행정사 사무소에 전화하면 친절하게 잘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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