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개미의 세상살이
내 소유의 물건 대부분은 케이스나 액정 보호지 같은 보호장구(?)를 착용할 기회가 없다.
주로 사용하고 있는 전자제품인 노트북은 당연하고, 아이폰, 아이패드, 애플 워치를 비롯하여 날 것 그대로를 사용한다.
나는 내가 지불하는 가격에는 그립감이나 얇음, 가벼움 등의 가치도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무겁고, 더 두꺼워지는 케이스나 액정 보호지를 씌우지 않는다.
방진 방습 기능이 있는 카메라와 렌즈를 사용할 때는 비가 오거나, 모래 바람이 불거나 개의치 않고 썼다.
그렇게 사용하려고 비싼 대가를 치른 것이니…
생활방수가 되는 핸드폰도 그러하다.
‘생활’이란 말이 구체적이지 않아 찾아보니 IP67등급이라 한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수영장이나 워터파크에서 방수팩 없이 들고 다녀도 괜찮았고, 샤워하는 동안 비누 옆에 두어도 문제가 없었다.
애플 워치는 수영할 때도, 샤워할 때도, 뛸 때도 항상 차고 있었다.
그렇게 하려고 샀으니, 당연히 그렇게 사용했다.
누군가에겐 무모해 보일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사용하기 위해 선택했고,
그렇게 사용하기 위해 대가를 지불했기에, 난 그렇게 사용하고 싶었다.
기능뿐만 아니라 외양도 비슷한 생각이다.
구입할 때는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예쁜 색을 내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는
구입과 동시에 그 장점을 모두 케이스 안으로 숨겨버리는 느낌이었다.
결국 내가 손에 잡고 느끼는 건 케이스였다.
내가 지불한 금액은 얇음, 견고함, 손에 닿는 촉감, 유려한 디자인.. 이 모든 가치에 대한 것이었다.
단지 기능적인 부분만 고려했다면 모르겠지만, 나는 이 모든 것을 고려한 대가를 치렀기에 단 하나도 잃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날 것 그대로, 아무것도 없이 사용한다.
이런 나의 행태(?)는 일견 불안해 보이는지, 많은 사람들이 신기하게 바라본다.
카페에서 케이스나 액정 보호지 없는 핸드폰을 테이블 위에 올려둘 때,
계산을 위해 점원에게 내 핸드폰을 전달할 때,
수영을 마치고 나와 거울 아래 선반에 핸드폰을 두고 샤워를 할 때,
매번 신기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벌거벗은 아이패드를 들고 사무실을 가로질러 걸어갈 때나,
회의실 탁자에 올려두고 끄적거릴 때마다,
나를 대신해서 떨어뜨리지 않을까, 스크래치가 나지 않을까 걱정해 주는 동료들이 있다.
신기하게 바라보고, 걱정해 주던 이들도 내 생각을 말해주면,
자신의 핸드폰 케이스를 벗겨내고, 날 것 그대로의 핸드폰을 쥐어보고는 감탄을 하곤 한다.
더 좋다는 것은 경험했지만, 떨어뜨려 파손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다시 황급히 케이스 안에 집어넣는다.
아무것도 없이 들고 다니는 내 아이패드를 만져보며 감탄을 하곤 한다.
자신도 똑같은 아이패드를 들고 있음에도…
타인의 불안한 시선을 받으며 지내온 핸드폰은 이제 4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젠 손에 잡히는 그 느낌, 매끈한 촉감에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불안해도 이 느낌이 좋은 것을 어떡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