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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Feb 28. 2018

스마트폰으로 인한 위기 극복의 사례

스마트폰으로 위협받은 MP3P, 손목시계, 완구 산업의 반전

스마트폰이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2010여년 경이다. 2007년 아이폰이 출시된 이후, 2009년경부터 안드로이드폰이 삼성전자, hTC, 화웨이 등에서 출시되면서 휴대폰 시장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10년이 지난 지금 휴대폰을 제조하던 기업의 대명사였던 노키아(MS에 인수)와 모토로라(구글에 인수)는 몰락했으며, 애플은 컴퓨터 제조업체에서 벗어나 스마트폰 제조와 아이튠즈, 애플스토어 등의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얻게 된다. 스마트폰 시장을 애플보다 먼저 열었지만 시장 대응을 제대로 못했던 블랙베리와 자신만의 색깔을 내며 차별화하지 못한 LG전자, hTC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발빠른 미투전략과 뛰어난 제조기술 기반으로 위기를 기회로 바꾼 삼성전자 그리고 저가전략과 사물 인터넷 플랫폼으로 사업 다각화를 한 화웨이, 샤오미는 새로운 기회를 마련했다. 그런데, 스마트폰은 이처럼 휴대폰 제조업체에만 영향을 준 것이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라진 기기들이 많다. 전자계산기, 시계, MP3 플레이어, 디지털 카메라, 게임기, 내비게이션, 전자사전 등은 스마트폰의 직접적 피해자들이다. 이들 기기를 만들던 제조업체들은 노키아, 모토로라, LG전자처럼 모두 위기를 맞았을까? 아니다. 삼성전자, 화웨이처럼 위기를 기회로 바꾼 제조업체들도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으로 기회를 잃을 뻔한 기업들이 생존하고 자리를 찾아가는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스마트폰으로 인해 위축되어가는 다양한 기기들



▣ 본연의 가치에 더 집중한 제품 고도화

MP3 플레이어는 스마트폰 등장으로 인해 가장 피해를 본 대표적인 대체 기기이다. 스마트폰의 멜론, 아이튠즈, 유투브 등의 서비스로 인해 더 이상 MP3P의 설자리는 없다. 국내의 대표적인 MP3P 제조업체인 레인콤은 2000년부터 MP3 CD 플레이어와 2002년 플래시 메모리 방식의 MP3P를 출시하면서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MP3 플레이어 업체가 되었다. 설립 4년만에 국내 시장 점유율은 70%, 세계시장은 25%를 점유하고, 자본금 3억원으로 시작한 이 기업은 500원짜리 주식이 주당 10만원을 호가하면서 코스닥 대장주로 불리기도 했다. 아이리버라는 상품으로 인기 상품이었던 이 제품은 애플의 아이팟 등장으로 경쟁력을 잃어가다가, 스마트폰이 본격 보급되기 시작한 2010년부터 점차 설자리를 잃게 되어, 2014년 SK텔레콤에 인수되었다. 

전세계에 MP3P를 판매하던 글로벌 기업인 아이리버의 대표적인 MP3P


미국인들의 시계 구입액수는 2001년 비해 2006년 17%가 감소한 59억 달러이며, 스위스 시계제조협회에 따르면 2016년 수출액은 2015년 대비해서 10% 이상 줄었다고 한다. 시계의 설자리가 잃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휴대폰에 이어 스마트폰의 역할이 크다. 시계는 이제 시간을 보기 위한 것이 아닌 디자인 때문에 구입하는 것으로 용도 변경이 되었다. 그런 디자인 시계도 이제 스마트와치로 인해 또 한 번의 위기를 겪고 있다. 

스마트폰과 스마트와치로 인해 축소되어 가는 시계
시장패션 액세서리로까지 확장된 스마트 와치


또한, 2000년대 비디오 게임 신드롬을 불러 일으키며 성장한 닌텐도는 MS XBox, Sony PS2와 함께 닌텐도 DS와 Wii를 히트시키며 2000년대 중반 크게 도약하며 성장했다. 국내에는 2007년 한국법인을 통해 진출하며 닌텐도 DS 라이트가 크게 주목받으면서 드라마틱한 성장을 했다. 하지만, 스마트폰의 게임앱들로 인해 역풍을 받아 2010년부터 매출 부진과 적자 전환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들의 어려움과 위기는 한 때 였을 뿐 이 난관을 돌파하면서 극복하고 있다. 아이리버는 MP3P 시장이 사라지면서 내비게이션, 전자사전 등의 다양한 기기들로 다변화를 추구하면서 위기를 극복하려 했지만, 신통치 않았고 오히려 프리미엄 오디오 플레이어인 아스텔앤컨이라는 초고음질의 음악 재생기기를 만들면서 음악 매니아 중심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제품은 하이파이 오디오 기술을 채택해 저음부와 고음부를 균형있게 출력하며 왜곡을 줄이고 음역을 넓혔다. 또한, 아스텔앤컨의 오디오 기술을 기반으로 노래방 기기 시장에 진출해서 제2의 도약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SK텔레콤에 인수된 이후 SKT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추진하고 있는 AI 음성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Nugu 스피커를 만들고 있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있다. 

아이리버의 전문 오디오 플레이어, 아스텔앤컨


또한, 스마트폰에 밀려 시간을 확인하는 용도도 폐기되고, 스마트와치에 밀려 패션 아이템으로서도 더 이상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시계의 가치를 새롭게 쓰고 있는 기업도 있다. 2014년에 온라인으로만 맞춤형 패션 디자인 시계를 판매한 ‘놋토’(http://knot-designs.com)라는 일본 기업이다.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시계가 스마트와치에 의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비싼 명품 시계가 아닌 귀걸이처럼 매주 바꿔서 찰 수 있는 다양한 디자인 시계를 저가로 공급하는 것에 주력해 패션 액세서리로서의 시계에 주력했다. 20만원 가량의 가격에 개인의 취향에 맞게 시계를 맞춤형으로 주문 제작할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을 런칭했고, 이후 오프라인 매장을 런칭하며 주목을 받았다. 천편일률적인 시계가 아닌 고객의 취향에 맞게 시계의 헤드를 크기와 shape, type 3가지로 선택할 수 있으며, 스트랩은 색상과 재질 2가지 조합으로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고, 버클 역시 스트랩에 맞게 선택이 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약 5000가지가 넘는 조합의 시계를 선택 가능하며 스트랩을 여러 가지로 구입해서 쉽게 시계 헤드에 탈착함으로써 하나의 시계 헤드만으로 다양한 스타일 연출이 가능하다. 스마트와치가 제공하지 못하는 아날로그 디자인의 강점을 제공해주고 있다. 

저가 맞춤형 디자인 시계로 호평을 받고 있는 시계 제조업체 놋토


아이리버와 놋토는 MP3P와 시계 본연의 가치를 더욱 극대화하는데 주력함으로써 스마트폰과 차별화하고 있다. 


닌텐도의 라보는 닌텐도 스위치라는 게임기에 골판지로 만든 공작 키트를 조립해서 피아노, 로봇, 낚시대, 자동차 운전대를 만들어 오락을 좀 더 공감각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다. 간단한 골판지 박스를 이용해 아날로그 게임기가 갖는 동적인 조작 방식을 보다 극대화함으로써 스마트폰 게임이 갖는 정적이고 제한된 아날로그의 사용성과 차별화한 것이 이 시스템의 강점이다. 특히 이 시스템의 조작 매커니즘을 공개함으로써 보다 다양한 형태의 키트가 사용자들에 의해 개발될 수 있도록 했으며, 라보 소프트웨어 자체에 많은 콘텐츠가 제공됨으로써 이 시스템의 활용도를 더욱 높였다. 

골판지 키트를 이용해 닌텐도 스위치라는 게임기에 아날로그 조작의 즐거움을 제공



▣ 디지털의 장점을 흡수한 디지털라이제이션

2010년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등장과 함께 휴대용 게임기 시장은 큰 타격을 받았다. 장난감 완구의 대명사인 토이저러스는 부채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2017년 파산보호 신청을 했고, 2017년 덴마크의 장난감 제조사인 레고는 8%의 인력인 1400명이나 감축을 했고, 미국의 바비인형으로 대표되는 마텔은 1400명의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들 완구회사의 어려움은 디지털이 만들어낸 환상계에 빠진 아이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현실계에 존재하던 아날로그 완구에 소비자들이 흥미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전자사전과 내비게이션 역시 마찬가지다. 용산 전자상가나 하이마트 등에 가면 전자사전, 계산기 등이 진열조차 되어 있지 않다. 그만큼 소비자들이 찾지 않기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온라인 샵에서 검색을 통해서 구입할 수 있다. 이미 스마트폰의 전자사전 앱들이 이 기기의 존재 가치를 없애버렸다. 내비게이션 역시 티맵과 카카오T로 인해 설자리를 잃은지 오래다. 굳이 20~30만원대의 내비게이션 기기를 구입하지 않아도 공짜로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앱을 이용할 수 있으며, 내비게이션 앱이 기존 내비게이션 기기보다 사용법이나 기능, 성능이 뛰어나다. 

완구와 게임기 시장을 위협하는 태블릿, 게임 공짜로 제공되는 스마트폰 게임앱


장난감 완구 회사인 Lego와 Mattel, 닌텐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제공되는 게임앱으로 빼앗긴 시장을 되찾기 위해 절치부심 5년 전부터 다양한 시도를 해오고 있다. 이들의 대안이 아직 성공적이라 평가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스마트폰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PMP, 카메라, 보이스레코더 등과 같은 제조기업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음은 명확하다. Mattel은 Apptivity, 레고는 Mindstorm, 닌텐도는 라보라는 대안을 내놓으면서 스마트폰 게임앱이 뺏어간 시장을 되찾기 위한 대응 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스마트폰이 갖는 디지털의 강점을 흡수한 것이다. 


레고 마인드스톰은 레고를 이용해 로봇을 만들고 프로그래밍까지 할 수 있는 모델로 레고사와 MIT 미디어랩의 합작으로 1989년 개발되었다. 기존의 레고는 움직일 수 없지만, 마인드스톰을 이용하면 레고에 제어 가능한 모터와 센서를 부착해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이용해서 원하는 방식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정적인 레고가 동적인 레고로 바뀌게 되며, 이렇게 제작된 독특한 모습의 레고, 독창적인 형태로 움직이는 레고 프로그래밍은 사용자간에 공유하면서 세상에 없던 새로운 기능으로 동작되는 레고를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스마트폰 게임처럼 디지털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레고를 다양한 방식으로 제어하고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어 디지털에 익숙한 매니아들에게 레고를 아날로그를 넘어 디지털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레고에 SW 제어 기술을 접목한 마인드스톰

마텔의 앱티비티는 태블릿에서 게임을 실행한 후 장난감 완구를 올려두면 게임앱이 올려둔 장난감을 인식해서 그에 맞는 아이템, 무기, 성능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손가락으로 게임에서 원하는 캐릭터나 옵션을 선택해서 손가락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장난감을 이용해서 게임 아이템을 바로 지정해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게임 내에서 선택하는 과정을 줄일 뿐 아니라 손가락이 아닌 장난감을 이용해 게임을 즐길 수 있어 훨씬 더 입체적인 게임을 할 수 있다. 장난감이 디지털과 결합되어서 새로운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신개념의 장난감이다. 


전자사전의 설자리는 스마트폰으로 인해 잃어가고 있지만,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아이리버와 에듀플레이어는 전자사전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탑재하고, 사전의 성능과 기능을 스마트폰이 따라올 수 없을만큼 고도화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77종의 전자사전 콘텐츠를 탑재하고 키보드를 탑재시킴으로써 스마트폰 전자사전이 제공할 수 없는 사전의 다양성과 타이핑의 편리함을 추구했다. 또한, 학습에 필요한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학습에 불필요한 사이트와 웹툰, 모바일 게임 등은 실행되지 않도록 했으며, 인터넷 강의 동영상을 보다 쉽게 다운로드하고 재생해서 볼 수 있는 편의성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 전자사전 앱이 간단한 단어 찾기와 숙어 기능을 제공하는 것에 비해 전자사전은 보다 강력한 교육 콘텐츠 기능과 편의성을 극대화함으로써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교육 콘텐츠에 집중해 스마트폰과 차별화한 아이리버의 전자사전 딕플


스마트와치에 밀려 완전히 설 자리를 잃어버린 기기와 기업 중에 생존을 위해 과감한 혁신을 한 기업들은 원래 기기 본연의 용도와 가치에 더 집중하여 스마트폰과 비교해 압도적인 경쟁 우위로 차별화하거나, 스마트폰이 가진 디지털의 강점을 흡수함으로써 보다 디지털스럽게 변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더 철저하게 아날로그 기기의 강점을 더욱 고수하거나 완전한 기기의 디지털화를 통해 변신을 꾀함으로써 스마트폰의 위기에 대응하며 생존, 성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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