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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Dec 10. 2021

싸이월드 메타버스로 부활할까?

암호화폐와 NFT로 부상하는 싸이월드 2.0

페이스북 이전 국민 서비스였던 싸이월드는 웹에서 모바일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과정에 몰락하고 말았다. 한 때 가상화폐인 도토리와 각종 콘텐츠 유료화로 유례없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까지 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서비스 연결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으면서 서비스 중단이 되기까지 했다. 서비스를 운영하던 회사가 2020년 5월26일 폐업했기 때문이다. 이후 2021년 5개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설립한 싸이월드Z라는 회사가 싸이월드 서비스를 인수한 이후 새롭게 단장해 오픈하기로 했지만 그 일정은 3번이나 연기되면서 드디어 다음주 금요일인 12월 17일에 서비스를 재개한다고 밝혔다. 2019년 10월 서비스가 중단된 이후 2년이 훌쩍 지나고서 재단장되어 오픈하게 된 것이다.


싸이월드의 부활에 개발사가 말하는 강점은 ‘추억의 복원'이다. 국민 서비스였던 싸이월드에는 사용자들의 추억들이 남아있다. 2000년대 초에 디지털 카메라 열풍이 불면서 일상을 사진과 영상으로 남기는 것이 다반사였고, 그 추억들을 싸이월드를 앨범 삼아 저장하는 것이 보편적이었다. 그렇게 싸이월드에는 수 백업장의 사진과 게시글, 다이어리 등이 저장되어 있다. 하지만, 2019년부터 싸이월드 시스템의 오류와 불안정으로 인해 접속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들 데이터는 제때 보관도 못하고, 이미 페이스북 등의 다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기억 속에서조차 잊혀져갔다. 싸이월드Z는 바로 그런 우리의 추억을 복원해주겠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 17억장, 동영상 1.5억개, 다이어리11억개, 포스팅 68억개를 복원해 우리의 추억을 돌려주겠다라는 것이 재탄생한 싸이월드에 연결해야 할 이유다. 물론 싸이월드의 가상화폐인 도토리는 덤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싸이월드가 부활할리는 만무하다. 그 추억이 복원된다면 그걸 다운로드받고 다시 방문하지 않을 수 있는만큼 싸이월드를 이용해야만 하는 이유 즉 새로운 서비스 가치가 제공되어야 한다. 개발사는 그 가치로 3D 미니룸과 그 공간과 미니미(싸이월드의 나를 대표하는 캐릭터)를 꾸미는 아이템을 사용자들이 직접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메타버스 싸이월드를 사용자들이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로 들고 있다. 그 과정에 기존의 도토리처럼 서비스내 콘텐츠나 아이템을 구매하는데 사용하는 싸이도토리가 있고, 이를 원화로 환전하는데 통합결제 업체인 다날의 페이코인(PCI)이라는 가상자산을 이용해 결제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또한, 한컴과의 전략적 제휴를 토대로 한컴에서 준비하고 있는 한컴타운이라는 메타버스 서비스와도 연계해 미니룸과 연동함으로써 미니룸을 나가면 한컴타운을 통해 가상 오피스나 도시 곳곳을 누비며 화상회의와 고객상담과 서비스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협력할 계획이다. 특히 가장 큰 특징은 싸이월드 내의 새로워진 메타버스 서비스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각종 디지털 아이템들을 사용자들이 싸이월드에서 제공하는 저작툴을 이용해 제작해 이를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고(이를 창작자 경제 Creator economy라고 함), 사용자들이 올린 콘텐츠 역시 NFT를 통해서 소유권을 사고 팔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다른 메타버스 서비스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한마디로 재단장한 싸이월드는 메타버스, 암호화폐 그리고 NFT, Creator economy 등의 최신 트렌드로 중무장했다. 이렇게 최첨단 기술로 탈바꿈한 제2의 싸이월드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사실 이미 이런 기술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회사는 여럿있다. 포트나이트, 로블록스 그리고 제페토와 게더타운, 이프랜드 등 다양한 메타버스향 서비스들이 수년 전부터 이런 일부 기술과 개념을 이용해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즉, 메타버스 싸이월드는 아직 시작도 못하고 있는 반면 비슷한 개념의 서비스들은 이미 런칭을 해서 서비스를 운영 중에 있다. 아무도 선보이지 않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닌 이미 유사한 개념으로 서비스하는 기존 서비스들과 경쟁해서 부활하기 위해서는 계속 사용하고 싶도록 만들고, 사용하지 않고서는 못배기는 그런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메타 싸이월드


그런 가치가 기존의 싸이월드가 주던 미니룸, 미니미, BGM(배경음악), 일촌 커뮤니티(싸이클럽)의 진화 수준이라면 마치 한메일을 더 편리한 기능과 디자인으로 꾸몄으니 카카오톡을 쓰던 사람들에게 이메일로 다시 돌아오라고 말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카카오톡을 넘어서는 차별화된 기능과 경쟁우위의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즉, 최초 싸이월드가 게시판 중심으로 커뮤니티 서비스를 제공하던 카페와 메일주소만으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던 이메일과 달리 미니홈피라는 새로운 방식의 인터페이스로 음악과 사진 그리고 일촌과의 관계 맺기와 쪽지를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했던 것처럼 현재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그리고 제페토, 게더타운 등의 서비스가 주지 못하는 가치를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부활의 싸이월드는 여전히 기존의 성공공식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미니홈피를 3차원으로 업그레이드하고 사용자들간 콘텐츠 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개방형 생태계를 만들고, 과거의 명성에 기대어 제휴사를 확대하는 마케팅만으로는 부족하다. 달라진 싸이월드는 이미 눈높이가 높아져버린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더 넓고 입체적으로 바뀐 미니룸이나 보다 선명해지고 다양한 액세서리와 옷으로 치장할 수 있는 미니미, 이용자들간에 다양한 디지털 자산 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으로는 잊혀진 싸이월드를 부활하기에 역부족이다. 3000만명이 넘던 싸이월드 이용자들에게 아직 생소한 메타버스와 NFT를 강조하기보다 이런 기술을 이용해서 얻게 될 즐거움, 새로움, 편리함을 발굴해 이를 새로운 기능으로 구현해야 한다.


추억의 서비스가 된 싸이월드에 대한 사용자들의 기대는 크다. 그렇다보니 이 후광으로 인해 싸이월드Z의 공식 암호화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싸이클럽이라는 코인은 싸이월드의 부활에 대한 소식과 함께 가격이 출렁거리고 있다. 사실 싸이클럽 코인은 실제 싸이월드의 공식 암호화폐거나 싸이월드 내에서 사용될지는 아직 불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싸이클럽이란 코인은 싸이월드Z와 향후 싸이월드 코인 발행 계약을 맺은 MCI재단이 2020년 9월 빗썸에 상장한 MCI코인을 2021년 6월에 이름을 바꾸어 리브랜딩한 코인이다. 그렇게 큰 관련이 없는 코인임에도 이렇게 주목도가 높아진 것은 싸이월드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감때문이다. 그 기대가 희망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몇 번의 약속을 어기면서 드디어 재탄생할 싸이월드가 최신 기술과 트렌드에 기대지 않고 계속 사용할만한 가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싸이월드에 대한 기대감으로 출렁거리는 싸이클럽 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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