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부활하는가?
2022년 6월 이후 비트코인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2023년에만 무려 80% 이상 뛰었다. 지난 6개월간 기준으로 비트코인이 45% 상승한 반면 나스닥은 14%, 코스피는 16%에 불과해 상대적으로 비트코인의 상승률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암호화폐 시총 2위인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른 암호화폐들도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시장에 부는 순풍은 무엇 때문일까?
암호화폐는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심리를 타고 급격한 상승세로 고공 행진을 하다가 2022년 엔데믹 시대를 맞이하면서 금리인상으로 한 차례 주저 앉은 이후 테라-루나 폭락, FTX 파산의 악재들로 인해 2022년말까지 꾸준하게 하락했다. 그런데, 2023년들어 반등하면서 빠른 속도로 성장 중에 있다. 왜 일까?
크게 3가지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첫째, 전통 은행 시스템의 대안으로서 재조명되고 있는 탓이다.
미국 내 자산 기준 16위로 총 자산 2,090억 달러, 총 예금 1,754억 달러인 실리콘밸리(SVB)가 3월10일 파산했다. 무엇보다 SVB는 주로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돈줄로 IT 업계에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그보다 더 큰 충격은 미국 은행이 파산신청를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불안정한 시장 심리는 그대로 글로벌 주가와 비트코인 시세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었다. 다행히 미국 정부가 고객이 예치한 돈을 전액 보증하는 대책 마련을 함으로써 불안 심리는 잠재웠지만, 정부 제도로 보호받는 전통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그 불안감은 비트코인 등의 가상자산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제도권의 금융자산보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믿음이 더 커진 것이다. 한마디로 정부나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보다 탈중앙화의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신뢰가 더 커진 것이다. 기술적으로 블록체인의 분산원장에 저장된 암호화폐 거래와 소유에 대한 기록은 그 누구도 임의로 변경 혹은 폐기할 수 없다. 반면 은행 계좌에 예금한 자산은 SVB 파산이 보여준 것처럼 어느 한순간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휴지조각은 둘째치고 내 계좌임에도 불구하고 접근조차 할 수 없고 이체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적어도 블록체인에 기록된 내 자산은 법정화폐로 환전하는 가치가 등락이 있을 수는 있지만 언제든 월렛을 통해 접근하고 송금할 수 있다. 온전히 제어권이 내게 있는 것이다.(물론 암호화폐 거래소의 계좌는 탈중앙화된 퍼블릭 블록체인과는 달리 부분 사용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
둘째, 투자 자산으로서 조명받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때 암호화폐가 그 어느 때보다 급등한 이유는 시중에 풀린 자금이 투자할 곳을 찾아 불안한 기업 주식보다는 금이나 부동산, 암호화폐에 몰렸기 때문이다. 엔대믹 시대에 금리 인상이 되면서 세계적 금융 위기와 불확실성으로 인해 부동산도, 주식도 아닌 은행 예금으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의 기준금리가 동결 모드가 될 것으로 예측되면서 가상 자산이 투자 자산으로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테라-루나 사태와 FTX 파산 이후 암호화폐에 대한 각국 정부의 규제 도입과 금융 기관들의 냉정한 평가로 되려 옥석 가리기의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사실 테라-루나 사태 이전만 해도 각국 그리고 투자사 및 금융기관들은 암호화폐를 적극 도입,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 2가지의 사건이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믿음을 송두리째 흔들어놓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내실있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솔루션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졌다.
실제로 국내에서는 올초부터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 증권(STO) 발행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토큰증권은 다양한 자산을 암호화폐로 증권화함으로써 비상장 기업의 자금 수혈을 수월하게 해주고, 특히 부동산이나 미술품 같은 실물 자산을 증권화해서 저작권, 특허, 지식재산권을 기존의 전통적인 증권 발행 대비 빠르고 비용을 줄여준다. 즉, 24시간 시장 거래도 가능하며 자산의 지분을 쪼개 팔고 중개인의 개입이 줄어 거래자간 이윤이 커진다. 그 외에도 미술품 조각투자나 부동산을 넘어 음악이나 디지털 콘텐츠 등 무형자산도 증권화하여 거래할 수 있다. 이렇게 토큰 증권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에 저장됨으로써 투명성이 높아지며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 이렇게 블록체인을 실제 활용하는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하면서 기존 암호화폐에 대한 활용 기회가 늘어가며 재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단, 국내의 토큰 증권 발행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이 아닌 프라이빗 블록체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 직접적으로 비트코인 등에 영향을 준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셋째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1년 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은 2024년 5월 즈음 비트코인의 단위 수를 줄이기 위해 채굴자에 대한 보상을 절반으로 줄임으로써 코인의 희소성이 향상되어 가격이 높아진다. 이런 반감기는 4년마다 돌아오는데 2020년 5월에 있었던 반감기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1년간 19% 상승했고, 그 전인 2017년 7월에는 142% 상승했다.
이같은 3가지 이유로 인해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급등하고 있으며, 덕분에 암호화폐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 희망적으로 바뀌면서 이더리움 등의 시가총액 순위가 높은 암호화폐 가격이 호평을 받고 있다. 단, 이러한 가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려면 이들 암호화폐가 실제 여러 비즈니스 솔루션, 서비스에 적극 활용되어야 한다. 실제 가치 거래에도 결제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이런 긍정적 평가가 계속 가격 유지의 동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