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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Oct 21. 2024

이빨 빠진 호랑이가 된 인텔의 추락

거대기업의 몰락

1990년대, 인텔은 최고의 기술 기업이었다. 'Intel Inside'라는 마케팅 캠페인으로 인텔은 PC 시장의 상징적인 브랜드가 되었고, PC 구매 시 인텔 CPU 사용 여부가 품질 보증의 지표로 여겨졌다. 실제로 1990년대 인텔은 PC용 CPU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연간 매출 250억 달러 이상을 달성,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인텔은 서서히 추락하기 시작했다. CPU에서의 도전적 경쟁자 AMD와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삼성전자의 성장, 새로운 모바일 프로세서의 강자인 퀄컴과 같은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으로 인해 인텔은 기술적 우위를 잃어갔다. 특히 이미 탄탄한 기술 경쟁력 기반으로 안정적인 시장이었던 PC와 서버의 CPU는 AMD의 추적에 인텔의 주요 고객을 빼앗겼고, CPU 시장보다 훨씬 큰 새로운 카타고리가 만들어진 AI 칩셋 분야에서는 nVidia에 시장을 내줬다.


이같은 인텔의 기술 경쟁력이 하락하면서 반도체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파운드리 사업 역시 큰 타격을 입었다. 인텔의 프로세서 판매 부진과 파운드리 사업 분야에서 삼성전자와 TSMC의 성장으로 인해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은 2021년부터 매년 5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기록한다. 그로 인해 2024년 9월 인텔은 파운드리 자회사를 분리해 독립성을 강화하고 구글, 아마존은 물론 엔비디아와 AMD의 칩셋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50년 넘게 내부 조직으로 두었던 반도체 제조 부문을 자회사로 분리한 것은 그만큼 인텔의 실적에 악영향이 최고점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텔의 모든 사업 영역에서의 위기는 회사 전체의 수익성에 큰 악영향을 미쳤고, 2024년 인텔의 주가는 연초 대비 70%나 하락하며 위기를 겪고 있다.


인텔의 몰락은 단순한 일시적 위기가 아니라, 다양한 요인이 얽힌 복합적인 결과아다. 인텔은 본업인 CPU 시장에서 AMD에게 기술적 우위를 내주며,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하는 데 실패했다. 또한,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할 당시 모바일 프로세서 대응에 실패했고, 이후 2020년대 들어 AI 기술의 발전 과정에서도 GPU와 같은 핵심 기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AMD와 퀄컴, nVidia가 CPU와 모바일 프로세서, AI 칩셋 기술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시장을 장악하며 인텔을 추월했다. 이는 기술적 경쟁력의 상실로 이어졌고, 반도체 제조 공정 기술에서도 경쟁사에게 뒤처지며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다. 


이와 같은 인텔의 몰락 과정은 급변하는 기술 환경에서 혁신을 지속하지 못하고 기존 경쟁력에 안주하면 얼마나 쉽게 쇠퇴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인텔은 1990년대 최고의 반도체 기업이었지만,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현재의 위기에 직면했다. 특히 2010년부터 R&D 인력을 포함한 대규모 구조조정은 경쟁사로 핵심 인력들의 유출을 애기했고 기술 혁신에 뒤쳐지게 된 주된 원인이 된다. 또한, 보수적 경영과잘못된 투자 결정 등으로 인해 신규 시장 개척에도 실패했다. 이는 노키아, 코닥, 블랙베리, GE와 같은 기업들의 실패 사례들과 유사한 경로를 걷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들 기업 모두 공통적으로 시장 변화와 기술 혁신의 속도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잃었고, 그 결과 시장의 주도권을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내주며 위기에 내몰렸다.


실제로, 최근에는 인텔이 퀄컴에 인수될 수 있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다. 두 회사의 전략적 초점이 다르기 때문에 합병이 현실화되더라도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지만 인텔의 위상이 그만큼 추락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신호다.


특히 이런 위기의 근원으로 최근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를 눈여겨 봐야 한다. AI 기술은 인텔과 같은 전통적인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런 AI의 성장을 발판삼아 고도 성장하고 있는 대표 반도체 기업이 nVidia와 TSMC 그리고 SK하이닉스이다. nVidia는 GPU 기술을 AI 처리의 핵심으로 발전시켜 AI 시대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TSMC는 최첨단 반도체 공정 기술을 통해 AI 칩의 파운드리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수요 증가를 기회로 삼아 고대역의 초고속 메모리(HBM) 개발에 집중하면서 AI 시장에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반면, 인텔을 포함해 AMD, 삼성전자 그리고 마이크론과 같은 기업들은 위기를 겪고 있다. 


이들 사례는 기업의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기술과 시장 변화에 대한 민첩한 대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켜준다. AI 혁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기업들은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적 역량을 키우고 변화하는 시장의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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