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나를 똑똑하게 만들까?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어 입력창을 찾던 우리가 어느새 ChatGPT 대화창에서 필요로 하는 지식을, 정보를 묻고 답을 구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제 경우도 글쓰기, 강의하기, 연구하기 등의 업무에 여러 종류의 AI 서비스들을 이용하는 빈도가 최근 1년간 크게 늘었습니다. 퍼플렉시티, 라이너, 제미나이 딥리서치, DeepSeek R1 그리고 Napkin, GAMMA, 헤이젠, 웜시컬 등 다양한 종류의 AI 툴들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요리를 할 때 조리도구가 다양하면 그만큼 요리가 편하고 빠를 뿐 아니라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AI 툴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학업이나 업무를 훨씬 생산적으로 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우리 자신을 돌아보죠. 이미 우리는 리포트를 쓰거나, 연구와 자료 정리, 데이터 분석 등을 하는데 있어 ChatGPT를 포함한 여러 AI 툴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마 AI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우리의 자료 정리나 분석, 보고서 작성에 들어가는 시간은 2배 이상 걸리는데다 퀄리티의 수준도 1/2로 줄어들 것입니다. 검색없는 세상을 과거에 꿈꿀 수 없었던 것처럼 이제 AI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을만큼 우리 일상 속에 AI는 이미 깊고 넓게 스며들어왔습니다. 그렇다보니 저는 AI의 대명사가 된 ChatGPT를 구글신보다 한 단계 위의 지우스(Geus = GPT Zeus)라 불러도 과찬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들 도구가 때로 독이 될 수 있습니다. 장인은 연장 탓을 하지 않고, 최고의 쉐프는 값비싼 조리도구가 아닌 기본기로 승부를 합니다. AI 도구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우리의 생각을 확장하고 작업을 효율화하는 보조 도구일 뿐, 핵심 역량을 대체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AI에 과도하게 의존하다 보면 우리의 창의력과 비판적 사고력이 퇴화할 수 있습니다.
즉, "똑똑한 AI를 사용한다고 내가 똑똑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우리가 공부를 하는 최종 목적은 배워서 전문지식을 쌓아 특정 작업을 보다 효율적으로 효과성을 높여 해낼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칫 이들 AI 툴 즉 도구의 사용에 집착하다보면 당장의 결과물은 빛을 발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 정작 '내'게 쌓이는 지식은 AI를 사용하기 전과 비교해 줄어들 수 있습니다. 마치 계산기에 의존하다보면 정작 기본적인 셈의 원리를 잊고 암산 능력이 떨어지는 것처럼 AI로 인해 스스로 생각하고 성찰하는 능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AI를 어떻게 이용해야 할까요? 3가지의 원칙만 기억하면 됩니다.
① AI로 얻는 가치는 시간을 줄여주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임을 목적으로 삼아야 합니다. 시간 절감이 목적이 되어 버리면 산출물의 퀄리티가 형편 없어집니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시간이 단축되었다면 그것은 결과물을 다시 리뷰를 하면서 더 오랜 시간 고민을 해야 합니다. 즉, 기존에 10분의 검색으로 100을 얻었다면 ChatGPT는 1분의 사용으로 100을 얻으려 하지 말고 20분의 사용으로 500을 얻을 생각을 해야 합니다.
② AI로 답을 구한 이후에는, 결과물에 집중하지 말고 해당 주제에 대해 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즉, AI와의 대화를 통해 내가 얼마나 새로운 관점과 지식을 터득했는지를 돌아봐야 합니다. AI와의 대화를 통해 얻은 답은 정답이 아닌 가설이나 참고 사항일 뿐입니다. 우리가 얻어야 하는 진정한 가치는 이 과정에서 얻은 나의 깨달음의 깊이입니다. 그러려면 ChatGPT의 메시지를 비판하고 의심하면서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으면서 프롬프트를 던져야 합니다. 3-4번이 아닌 10번 이상 계속 내 스스로 생각하며 지속적으로 프롬프트를 던지며 대화를 이어가야만 내 깨달음의 깊이와 너비가 커질 수 있습니다.
③ 다양한 도구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생성형 AI는 ChatGPT가 시작일 뿐 끝이 아닙니다. 그 외에도 수 많은 AI 서비스들이 있습니다. 벽에 액자를 달기 위한 방법이 다양하고 각각의 방법에 따라 적정 공구가 다르듯이 AI 역시 목적과 용도에 따라 다양합니다. AI를 사용하는 과정에 있어 어떤 것을 언제 얼만큼 왜 어떻게 사용할지는 온전히 사람의 결정이어야 합니다. 특히 언제 멈출 것인지, 어디까지 활용할 것인지 역시 사람의 선택입니다.
이러한 3가지에 유념해서 AI를 선용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AI가 우리의 역량을 확장하고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가치 있는 AI 사용의 이면에는 결국 사용하는 사람의 깊은 이해와 성찰이 자리잡고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