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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기술인가? 미래의 화폐인가?

돈의 경계를 허무는 기술, 암호화폐의 가능성과 함정

by OOJOO

암호화폐만큼 사람들 사이의 인식 차이가 큰 기술도 없을 것입니다.


"암호화폐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투자 자산이야",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암호화폐는 차세대 금융 혁신을 이끌 핵심 기술이야", "암호화폐는 중앙 기관의 통제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해줄거야", "암호화폐 열풍은 거품에 불과하며 곧 사라질 일시적인 현상이야", "암호화폐는 실제 거래에 사용되지도 않는 아무런 가치도 만들어내지 못하는 허상에 불과해" 등의 다양한 견해가 있고 이들 생각의 간극은 너무 큽니다.


과연 암호화폐는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기술일까요? 미래의 국가간 경계를 허물 차세대 화폐일까요?


칼이 쉐프의 손에 들렸을 때와 강도의 손에 들렸을 때 다르게 사용되듯이 암호화폐 역시 누구의 손에 들리느냐에 따라 앞날이 달라질 것입니다. 그런 암호화폐의 내일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먼저 이 기술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떻게 현재 활용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가능성이 있는지를 진단하고 이 기술의 허점과 한계가 무엇이고 어떻게 오용, 악용될 수 있는지를 분석해야 합니다.


암호화폐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개발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은 탈중앙화를 목적으로 구현된 데이터 저장 방식으로 기존의 클라우드와 대척점에 있습니다. 즉, 기존의 클라우드는 중앙의 컴퓨팅 시스템에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필요로 하는 기기에서 데이터를 요청하면 한 곳에 저장해둔 파일이 요청 기기에 전달됩니다. 이처럼 한 곳에 데이터를 저장해둠으로써 여러 기기에서 필요할 때 즉시 내려받아(스트리밍)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그런데 만일 그렇게 저장해둔 데이터가 사진이나 영상, 뉴스 등의 정보가 아니라 만일 금융 정보나 개인정보라면 어떨까요? 즉, 중앙에 저장해둔 그 파일을 누군가가 훼손하거나 임의로 변경하게 될 경우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A가 B에게 100만원을 송금했다라는 정보가 기록된 중앙의 데이터를 10만원으로 바꾸거나, B가 아닌 C로 바꾼다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겠죠? 그런 심각한 데이터가 비단 금융 정보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각종 계약서와 의료 정보, 사용자 약관, 중요한 게시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다른 예를 들어볼까요? 1년 6개월전 건강검진으로 진단받은 검진 결과물을 병원 홈페이지의 메시지 보관함에 저장해두었는데 병원이 사용자 승인을 거치지 않고 자체 약관대로 1년간 로그인하지 않은 휴면계정의 보관함을 삭제해서 검진 결과가 삭제되었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어떻게 물을 수 있을까요? 또, 온라인 부동산 중계 사이트에서 부동산 계약을 A와 B가 합의하고 이를 부동산 클라우드에 저장했는데 부동산 운영사가 일방적으로 B의 요구에 계약서 일부를 수정했다면 A는 이를 어떻게 증명할 수 있을까요?


블록체인은 이렇게 플랫폼 기업이 독점적으로 권한을 함부로 생사하지 못하도록 데이터를 특정한 한 곳 중앙에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대의 자발적으로 참여한 컴퓨터들에 분산 저장함으로써 데이터의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기술입니다. 물론 그렇게 여러 곳에 나누어 저장함으로써 매번 해당 데이터가 오염되었는지 임의로 수정되었는지를 점검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읽고 쓰는 과정이 느리고 비효율적입니다. 하지만, 확실히 그 누구도 함부로 데이터를 바꿀 수 없는 신뢰의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 블록체인을 이용해 구현하는 여러 서비스 중 하나가 바로 암호화폐입니다. 즉, 암호화폐는 탈중앙화된 분산 컴퓨팅 시스템에 상호 약속한 계약 사항을 기록해둔 것이고 이를 통해 중개자 없이 직접 상호 가치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중개자가 없다는 것은 수수료가 없고 특정인의 개입으로 거래 내역이 훼손되거나 휘둘리지 않다는 것을 보장해줍니다. 그렇게 암호화폐 거래 내역과 내 자산을 기록한 저장소를 가리켜 분산원장이라고 합니다. 마치 은행의 거래통장과 같은 것이죠. 다른 점은 은행의 개입없이 전 세계의 모든 사람에게 송금을 하고 내 자산을 증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게 탈중앙화로 구현된 화폐이다보니 2가지 관점의 특징을 가집니다.


첫 번째 관점은 암호화폐가 혁신적 금융 도구이자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의 원천이라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은 중앙은행이나 금융권 같은 기존 권력 구조 없이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글로벌 결제 시스템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해외 송금이나 금융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는 빠르고 저렴하게 자금을 이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게다가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은 단순 화폐를 넘어서 스마트 계약 기능을 도입하면서 금융, 보험, 부동산, 심지어 예술 시장까지 다양한 산업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 위변조를 방지하고, 고객에게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기회가 됩니다.


반면 두 번째 관점은 암호화폐가 본질적으로 극심한 변동성과 위험을 내포한 투기적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2017년 암호화폐 거품 붕괴나 이후 여러 차례 급격한 가격 변동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 시장은 아직 성숙하지 않았고 규제나 기술적 한계가 분명합니다. 탈중앙화라는 강점이 오히려 정부나 금융기관의 통제력을 벗어난 불법 자금 세탁, 사이버 범죄 등 부작용을 낳기도 합니다. 게다가, 분산형 네트워크의 검증 과정은 막대한 전력 소모를 수반해 환경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지. 이런 점들은 암호화폐가 단순히 미래의 화폐나 혁신 기술로 자리잡기 위해 넘어야 할 큰 산입니다. 게다가 누구나 암호화폐를 발행할 수 있어 이런 기술의 단점을 악용해 투기와 사기를 부추길 수 있습니다.


결국 암호화폐는 '누구의 손에 달리느냐'에 따라 그 미래가 크게 달라질 기술입니다. 한편으로는 기존 금융 시스템의 한계를 보완하며 전 세계적으로 금융 포용성을 높이고, 새로운 디지털 경제를 열 수 있는 혁신의 도구로 활용될 수 있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투기와 불법 행위의 수단으로 전락할 위험성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만큼 암호화폐를 만든 블록체인 기술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암호화폐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를 진단해 어디까지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 것인지 개인 스스로 잘 진단하고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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