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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경쟁력을 위한 골든타임

한국형 소버린 AI를 위한 전략

by OOJOO

2000년대 한국의 IT는 세계가 배우러왔다. 네이버의 지식인과 다음 카페 그리고 싸이월드의 도토리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렇게 한국의 신토불이 서비스들은 한국 인터넷의 마지막 보루로 한국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그런데한국의 IT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에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값싼 초고속 인터넷과 널리 보급된 국민 PC 덕분이었다. 그렇게 전국민에게 주어진 컴퓨터와 인터넷 덕분에 전 세계의 컴퓨터가 연결되는 WWW 세상이 왔을 때 다양한 한국형 인터넷 서비스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한국의 IT는 2010년 모바일 세상이 오면서 경쟁력을 잃기 시작한다. 애플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앱 생태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삼성의 스마트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탑재되면서 구글 검색, 유투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서비스들이 듣세하게 된다. 물론 여전히 모바일에서도 카카오톡,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등의 한국 앱들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AI 시대에도 굳건할지는 의문이다. 지난 3년의 ChatGPT 이후 AI 시장을 보면 미국은 ChatGPT를 넘어 클로드,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그록 등으로 더 다양한 AI 서비스들이 쏟아졌고, 중국은 DeepSeek, MANUS, Quen과 Quark 등 세상을 놀라게 할 AI들이 불현듯 출현했다. 반면 한국의 AI 서비스는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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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플랫폼은 크게 하드웨어,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그리고 서비스로 구성된다. 2000년대 한국의 IT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민에게 값싸게 대중화되었던 컴퓨터, 초고속 인터넷 덕분이다. 풍부한 컴퓨팅 자원 덕분에 인재들이 한글과컴퓨터, 이스트소프트, 네오위즈, 큰사람컴퓨터, 넥슨 등의 벤처기업에 몰려 들었고 다양한 소프트웨어가 나오면서 혁신적인 인터넷 서비스들이 탄생할 수 있는 마중물이 되었다. 이때 싸고 좋은 품질의 초고속 인터넷 망이 전국에 보급되고 각 가정에 PC가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정부의 정책적 지원 덕분이었다. 1995년 정보화 촉진 기본법이 제정되고 덕분에 전국적인 정보통신 인프라 구축이 가능했다. 실제 1995년부터 추진된 한국정보기반 KII 프로젝트가 가동되면서 2000년대 초반에는 가정의 70% 이상이 초고속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 1999년 사이버 코리아 21 프로젝트와 10만인 인터넷 교육 프로그램도 국민의 정보화 역량 강화를 이끌었고, 저소득층 대상의 저가 PC 보급 정책과 청소년들이 쉽게 컴퓨터에 접근할 수 있는 PC방 문화를 지원하면서 컴퓨터 사용 환경이 개선되었다.


AI 시대도 이와 마찬가지다. AI 시대는 고품질의 AI 모델이 필요한데, 이런 모델을 개발하고 운영하려면 고성능의 컴퓨팅 인프라 즉 데이터센터가 요구된다. 즉, AI 모델은 소프트웨어이고 데이터센터는 하드웨어이다. 그렇다면 네트워크는 무엇일까? 바로 이런 AI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넘어 자동차와 각종 가전기기 더 나아가 드론과 로봇 등의 다양한 기기들에 탑재되어 운영된다. 이때 이러한 기기들에 탑재된 AI가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기존의 WiFi나 5G, 블루투스를 넘어 보다 복합적인 방식의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더 나아가 AI와 AI간에 상호 연결되어 작동되는 프로토콜도 네트워크의 하나이다. 이렇게 데이터센터와 AI 모델 그리고 기기와 AI간 소통을 위한 프로토콜이 제대로 작동될 때 AI 서비스가 만개할 수 있다.


AI 시대에 한국이 IT 강국이었던 이전의 경쟁력을 찾기 위해서는 전국민이 쓸 수 있는 편리한 AI 서비스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 AI 서비스는 어느 한 기업이 독점하고 책임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기업과 스타트업들의 참여로 가능하고 그러려면 많은 인재들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이들의 도전을 더 독려하기 위해서는 2000년대처럼 누구나 접근 가능한 컴퓨터와 네트워크를 정부가 나서서 제공하고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면서 인재들이 몰려든 것과 같은 선순환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그 시작은 데이터센터이다. 교통 산업이 발전되기 위해서는 도로 인프라와 자동차 그리고 볼거리 많은 여행지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우선 데이터센터를 풍족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국형 AI 모델 개발도 가능하고 해외의 AI 모델들을 제대로 사용할 수도 있다. 도로가 있어야 자동차가 달릴 수 있는 것처럼 데이터센터가 있어야 AI 모델 개발과 운영이 수월하다. 그렇게 풍족한 자원들이 마련되어야 인재들이 몰려들어 다양한 AI 서비스가 태동될 수 있다.


정부는 데이터센터라는 인프라 투자를 선제적으로 해서 기업과 연구기관, 학교에서 한국형 AI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데이터센터는 AI 구동에 필요한 반도체와 컴퓨팅 장비가 필요할 뿐 아니라 이를 구동하기 위해서 엄청난 전력이 요구된다. 그렇게 전력 공급이 크면 그만큼 열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냉각 설비와 솔루션도 중요하다. 이렇게 관련 설비와 장치들이 많고 크다보니 부지도 중요하다. 전력이 풍부한 위치에 방대한 컴퓨팅 장치와 전력 설비가 들어가는 건축물을 지어야 한다. 그 과정에 지역, 전력, 건설 관련한 규제 이슈를 해결하고 정책적 지원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컴퓨팅 자원을 보다 쉽게 값싸게 사용할 수 있게 되면 그 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는 일부는 수입해서 사용하고, 또 일부는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이어져 다양해질 것이다. 트럭, 버스, 세단, SUV, 캠핑카와 오토바이 등으로 다양한 용도와 목적의 차량들 제조가 늘 것이다. 물론 그렇게 자동차를 타고 갈만한 볼거리, 먹거리, 즐길거리 등도 늘어야 할 것이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과 지자체와 협력해 관광지, 공원, 박물관 등을 개발해 자동차를 타고 다닐 수 있는 볼거리를 늘려야 한다. 데이터센터라는 도로 위에 다양한 종류의 AI 모델이라는 차량이 달려 우리 일상과 업무에 실질적 도움을 주는 여러 AI 서비스라는 볼거리가 마련되면 한국의 AI 경쟁력은 부활할 것이다. 결국 정부의 역할은 데이터센터라는 인프라를 마중물로 제공해, 국내의 대기업과 테크기업들이 한국형 AI 모델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장려해야 하고, 크고 작은 스타트업들과 인재들은 이런 인프라와 모델을 활용해 한국식 AI 서비스 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이러한 선순환이 한국의 AI 경쟁력을 갖추는데 핵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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