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코드를 짠다고? 마부의 종말에서 프로그래머의 미래를 보다
구글의 전 CEO인 에릭 슈미트는 2024년 12월 ABC 뉴스 인터뷰를 통해 12개월 이내에 생성형 AI 모델이 대다수의 프로그래머를 대체할 것이라고 했고, 2년 후에는 스스로 개선하는 AI가 등장할 것이라고 했다. 앤쓰로픽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2025년 3월 미궁외교협회에서 AI 모델 발전으로 3~6개월 내에 코드의 90%가 AI로 작성되고 1년 내에는 거의 모든 코드가 AI에 의해 생성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제 최근 마이크로소프트 CEO 사티아 나델라는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와의 라마콘 AI 개발자 행사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저장장치에 있는 코드 중 아마도 20~30%, 일부 프로젝트의 경우 전부가 AI에 의해 작성됐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저커버그 역시 내년 쯤 전체 개발의 절반 정도가 사람 대신 AI에 의해 이뤄질 것이고 그 이후로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30년간 ‘프로그래머’는 가장 유망하고 안정적인 직업 중 하나였다.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서 모든 산업의 언어를 만들어내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역설적이게도 바로 그 ‘코드’를 쓰는 AI가 등장하면서 프로그래머의 수요는 꺾이고 있다. 마치 산업혁명 직전까지 도시를 누비던 마부처럼, 어느 날 갑자기 ‘쓸모없어질’ 위기에 처한 것처럼 보인다.
18세기 말 런던에는 약 1만 대 이상의 마차가 있었고, 수만 명의 마부가 활동했다. 하지만 1908년 포드가 자동차를 대량 생산하자 마차는 빠르게 사라졌다. 그런데 마부들도 사라졌을까? 아니다. 그들은 자동차 운전사가 되었다. 택시 기사, 트럭 운전자, 버스 기사, 그리고 기업 전용 운전사까지, 오늘날 그 수는 수억 명에 달한다. 다시 말해 ‘말을 몰던’ 마부는 사라졌지만, ‘차를 모는’ 전문 운전자라는 직업은 오히려 100배 이상 많아졌고 더 다양해졌다.
프로그래머의 미래도 이와 비슷하다. 단순히 코드를 타이핑하는 일은 AI가 더 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는 단순히 "코드 짜기"가 아니다. '무엇을 만들고, 왜 만들며, 어떻게 연결하고, 어떤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런 질문에는 여전히 사람이 필요하다.
AI는 도구일 뿐, 목적을 정하는 건 인간이다.
앞으로 프로그래머는 단순히 “코드 장인”이 아니라 AI를 잘 다루는 디렉터, 설계자, 감시자로 진화할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백엔드 개발자는 “AI가 만든 코드를 검토하고 조정하는 검수자”나 “여러 AI가 만든 코드들을 통합하고 실서비스에 적용하는 시스템 설계자”로 바뀔 수 있다. 또 다른 개발자는 특정 산업(예: 의료, 교육, 금융)의 복잡한 규제와 데이터를 AI에게 잘 설명해주는 프롬프트 디자이너나 도메인 코디네이터가 될 수 있다. 마치 기계는 자동차를 운전하지만 어디로 갈지, 어떤 길을 고를지는 여전히 사람이 결정하는 것과 같다.
또 하나 중요한 변화는, 프로그래밍이 점점 더 보편적인 언어가 된다는 것이다. 예전엔 엘리트의 전유물이었던 코딩이, AI 덕분에 누구나 ‘프로그래머처럼 생각하고 구현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마치 과거에는 귀족만 타던 마차가 지금은 누구나 타는 대중교통이 된 것처럼 AI는 프로그래밍이라는 도구를 모두의 손에 쥐어준 것이다. 누구나 사용 가능한 문명의 이기인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제대로 이용할 수 있어야 일상이 편리해질 뿐 아니라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것처럼 AI로 쉽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는 시대에는 원하는 앱을 만들고 필요로 하는 작업을 수행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어야 내 일을 제대로 편하고 빠르게 해낼 수 있다. 그렇게 아무나 못하던 영어를 이제 가벼운 생활영어는 고등교육을 받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처럼 프로그래밍도 개발자가 아닌 일반인도 AI 도움을 받아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