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직계열화 기반의 중국 굴기
중국 정부는 전기차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면서 배터리부터 원자재인 리튬, 니켈의 채굴과 가공, 셀 제조와 팩 조립에 이르는 전 영역을 수직계열화했다. 덕분에 BYD와 같은 전기차 기업과 CATL과 같은 배터리 기업은 글로벌로 초고속 성장 중이다. 이들 기업의 성장 배경은 원재료 공급부터 생산 설비 구축, 최종 완성차 제조까지 이어지는 강력한 밸류체인을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했 때문이다. 심지어 태양광 에너지를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결합하여 태양광 패널 제조와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까지 통합적으로 수직계열화함으로써 전기차 산업의 자급력을 극대화하고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높여왔다. 이런 전략이 주효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중국은 전기차 산업 육성을 결정한 후 가장 기초적인 원자재부터 수직계열화를 시작했다. 전기차에 필수적인 배터리 제조를 위해 필요한 리튬, 니켈 같은 원자재의 채굴부터 가공까지 중국 국내에서 가능한 모든 과정을 통합했다. 이를 통해 CATL 같은 배터리 기업과 BYD 같은 전기차 기업들은 원재료 공급망 문제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었고 가격과 품질 경쟁력 모두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덕분에 CATL은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며 글로벌 1위로 올라섰고 BYD는 테슬라를 위협하며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강자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배터리와 원재료 공급망의 통합은 시작에 불과했다. 중국 정부는 더 나아가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까지 통합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로 인해 중국 기업들은 전기차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부터 차량의 충전 인프라까지 완벽히 통합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BYD는 전기차뿐 아니라 배터리, 태양광 패널, ESS까지 모두 자체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 전기차 산업의 모든 영역을 묶어 강력한 수익계열화를 구축한 덕분에 전기차와 배터리를 넘어서 태양광 발전과 에너지 솔루션 영역에 있어서도 중국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을 압도적인 속도로 점령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중국의 산업 육성 방식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강력하다. 한 산업을 찍으면 그 산업과 관련된 모든 가치사슬을 수직계열화하여 철저히 통제하는 방식이다. 그 다음이 바로 반도체 산업이다.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을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적 전략 과제로 설정했다. 이 목표를 위해 반도체의 설계(팹리스)부터 제조(파운드리), 패키징, 테스트까지 전 영역을 자립화하는 전략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예를 들어 SMIC와 같은 중국 대표 파운드리 기업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하에 설비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기술력을 높이고 있다. 또한, YMTC(양쯔메모리)는 메모리 반도체 영역에서 글로벌 기업들과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한마디로 반도체 산업의 자립화를 국가적 과제로 설정해 칩 설계부터 파운드리, 패키징, 테스트까지 전 영역을 통합해 완전한 수직계열화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산업 수직계열화가 단지 공급망 확보의 문제만이 아니라 중국 내수 시장과 정부 정책이 결합된 독특한 생태계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다. 중국 정부는 보조금, 세금 혜택, 금융 지원, 규제 완화 등 가능한 모든 정책적 수단을 동원해 자국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육성했다. 그 결과 경쟁력 있는 가격과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 기업들이 해외 시장까지 빠르게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결국 중국이 펼친 전략적 수직계열화의 핵심은 단순히 산업의 부분적 발전이 아니라 산업 전반을 통합 관리하며 국가적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한 번 찍은 산업에 막대한 자원과 지원을 집중하면 글로벌 기업들조차 속수무책으로 따라잡히는 사례가 이제 흔히 벌어지고 있다.
이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는 기업이라면 중국의 수직계열화 전략이 주는 시사점을 깊이 이해해야 한다. 중국이 구축한 이 모델은 단기적으로는 강력한 경쟁 압력을 주겠지만 장기적으로는 각 기업이 기술적 우위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 것이다. 중국의 전략적 움직임을 단순히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국가의 산업 경쟁력을 다시 점검하고 어떻게 해당 산업의 생태계에 참여해 국가 경쟁력을 제고할 것인지 전략적으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 특히 로봇, 인공지능, 우주 산업은 중국이 미래 기술패권을 겨냥해 키우는 첨단 삼두마차다. 경제를 넘어 국가 안보를 위한 중요한 영역으로 향후 각국이 산업 정책 수립에 염두에 두어야 할 핵심 대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