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기술의 두 얼굴: 우리는 행복해지고 있을까, 지쳐가고 있을까?

by OOJOO

기술을 연구하는 제 주된 업무이다보니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가 기술로 인해 우리는 행복해지고 있는가? 아니면 불행의 늪으로 점차 더 빠져드는가에 대한 내용입니다. 과연 스마트폰은 우리 삶을 행복하게 해주고 있나요? 인스타그램은, 틱톡은, 토스와 마켓컬리, 배달의민족은 그리고 카카오T는 우리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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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들 기술은 때로는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주고, 또 때로는 좌절과 슬픔을 배가시켜주기도 합니다. 카카오T 덕분에 택시를 기다리지 않고 집 앞으로 택시를 부를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답답함을 줄여주었지만, 카카오T에 종속됨으로써 더 많은 수수료를 내고 더 비싼 택시를 불러야 하고, 카카오T에 등록하지 않은 택시는 그만큼 승객을 덜 받게 되었습니다. 더 큰 편리함 대신에 자율성의 일부를 포기하고 경제적 부담을 얻게 되었죠. 또, 인스타그램이나 틱톡 역시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 속 작은 즐거움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창구가 되어주었지만, 동시에 끊임없는 비교와 과시, 허상의 삶에 대한 동경으로 우리를 지치게 만들기도 합니다. 결국 기술이 가져다주는 편리함과 즐거움의 이면에는 항상 그만큼의 대가가 따르고 있는 것이죠.


또한, 주변 곳곳의 CCTV와 자율주행차 그리고 AI 기술의 등장 덕분에 범죄를 예방하고 사고를 막을 수 있으며, 업무 효율화와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례로 Chat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우리 배움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은 반대로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인간의 잘못이 아닌 기술의 한계나 오류로 인한 예기치 않은 사고를 야기하고, 스스로 사고하고 의사결정하지 못하고 자율의지를 상실한 채 기술에 의존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유토피아 뒷면은 디스토피아가 같이 존재하는 셈이죠.


기술이 가져다 줄 미래를 생각할 때 종종 전자사전이 나왔을 2005년 즈음이 떠오릅니다. 2000년 이전만해도 영어 단어를 찾으려면 사전을 뒤적거려야 했었는데, 전자사전 덕분에 그런 불편함이 사라졌죠. 궁금한 단어는 불과 수 초만에 찾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무거운 사전을 가방에 넣고 다니지 않아도 되어서 너무 편리했죠. 심지어 찾은 단어는 기록해둘 수 있어 두고두고 다시 확인이 가능해 금새 영어 실력을 늘려줄 수 있는 신기한 기술이다 싶었죠. 그런데, 전자사전에 익숙해질수록 되려 단어가 잘 외워지질 않았습니다. 사실 사전을 뒤적거릴 때는 몰랐는데 단어를 찾는 과정에 우연히 찾으려는 단어 앞뒤의 다른 단어들도 보게 되고, 단어를 찾는 과정 속에서 해당 단어를 되뇌이면서 외우게 되는 효과가 있었는데 전자사전을 이용하면서는 그런 집중력이나 다양한 단어들을 보게 되는 기회를 놓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2010년부터는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그런 전자사전조차 필요없어지게 되었고, 지금은 ChatGPT 덕분에 아예 문장을 통째로 번역까지 할 수 있게 되어 더욱더 문장을 해석하고 단어를 떠올리고 하는 집중과 사고의 시간이 사라지게 되었습니다. 늘, 우리 인생에는 양과 음이 있고 정과 반이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기존에는 늘 기억하던 친구와 가족들의 16자리 전화번호들은 기껏 2~3명의 번호만 겨우 기억할 뿐 나머지는 아예 기억조차 못하고, 애써 기억하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필름 카메라로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 제한된 장면만 촬영하고, 그 중에서도 꼭 인화할 것만 사진으로 인화해서 앨범에 고이 보관하며 가끔 추억을 떠올리며 앨범을 펼쳐보던 과거에서 이제는 너무 과할만큼 우리 하루의 모든 족적을 몽땅 기록해두고 클라우드에 영원히 저장되어 수시로 찾아보고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희소성이 없다보니 너무 많은 추억들이 오히려 각각의 의미와 가치를 잃어버리게 되었고, 진정으로 소중한 순간들마저 수많은 디지털 기록들 속에 묻혀 흐릿해져 갑니다. 과거에는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곱씹으며 그 순간의 감정을 더욱 선명하게 기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무분별한 기록이 오히려 우리의 진정한 기억과 감정을 희석시키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기술이 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가 정하는 것이죠. 클라우드 속 사진은 디지털 액자를 통해 언제든 호출해서 앨범보다 더 자주 돌아볼 수 있고, ChatGPT와의 토론 속에서 기존보다 더 깊고 넓은 지식에 대한 탐구와 해석을 이어갈 수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마주한 미래는 유토피아도, 디스토피아도 아닌 우리의 선택과 의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의 영역인 것입니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통제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며, 이는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도전과제일 것입니다. 미래는 정해진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 과정에 기술은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데 도구가 되도록 우리의 노력과 의지로 이용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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