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소버린 AI

한국 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

Jun 18. 2025

2000년대 한국의 IT는 세계가 배우러왔다. 네이버의 지식인과 다음 카페 그리고 싸이월드의 도토리는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렇게 한국의 신토불이 서비스들은 한국 인터넷의 마지막 보루로 한국의 자존심을 지켜주었다. 그런데한국의 IT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이유는 전국에서 누구나 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값싼 초고속 인터넷과 널리 보급된 국민 PC 덕분이었다. 그렇게 전국민에게 주어진 컴퓨터와 인터넷 덕분에 전 세계의 컴퓨터가 연결되는 WWW 세상이 왔을 때 다양한 한국형 인터넷 서비스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한국의 IT는 2010년 모바일 세상이 오면서 경쟁력을 잃기 시작한다. 애플 아이폰을 중심으로 한 앱 생태계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고 삼성의 스마트폰에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탑재되면서 구글 검색, 유투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서비스들이 듣세하게 된다. 물론 여전히 모바일에서도 카카오톡, 쿠팡, 배달의민족, 당근마켓, 토스 등의 한국 앱들이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AI 시대에도 굳건할지는 의문이다. 지난 3년의 ChatGPT 이후 AI 시장을 보면 미국은 ChatGPT를 넘어 클로드, 퍼플렉시티, 제미나이, 그록 등으로 더 다양한 AI 서비스들이 쏟아졌고, 중국은 DeepSeek, MANUS, Quen과 Quark 등 세상을 놀라게 할 AI들이 불현듯 출현했다. 반면 한국의 AI 서비스는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고 있지 못하다. 그 이유는 무엇이고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인터넷 서비스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 3가지의 구성요소로 만들어진 플랫폼 위에서 작동된다. 1995년부터 2010년까지의 웹 서비스는 컴퓨터와 윈도우 그리고 초고속 인터넷으로 구성된 IT 플랫폼에서 작동되었다. 이후 2010년부터 2025년까지의 앱 서비스는 스마트폰과 안드로이드 그리고 4G LTE로 구성된 모바일 플랫폼에서 구동되었다. 이제 앞으로의 AI는 기존의 PC와 스마트폰을 넘어 새로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네트워크 기반하에 운용될 것이다. 웹의 시대에는 한국이 컴퓨터 제조와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 영역에 있어 전 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 싸고 빠르게 보급하면서 한국형 웹 서비스를 선보이며 경쟁력을 쌓을 수 있었다. 모바일의 시대는 컴퓨터만큼은 아니지만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더 나아가 전 세계 유례없는 쾌적하고 모든 지역에서 사용 가능한 빠른 무선 인터넷망 기반 하에 메신저, 배달, 금융, 교통, 지도와 콘텐츠 앱들이 신토불이 서비스로 한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AI 시대에는 어떤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 AI 시대의 하드웨어는 MR이나 AI 전용 웨어러블 디바이스일 것이고 소프트웨어는 LLM 모델이고 네트워크는 5G나 WiFi 등의 복합적인 무선 인터넷 인프라일 것이다. 그리고 서비스는 생성형 AI 서비스와 Agent를 포함한 다양한 종류의 AI 서비스들이다. PC와 스마트폰이 그랬던 것처럼 AI 디바이스에 있어서 한국의 경쟁력은 이전 같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MR 디바이스는 애플과 메타 그리고 차세대 AI 기기를 OpenAI가 개발하기로 하면서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다. 또한, LLM의 기술력 역시 이미 3년을 훌쩍 앞선 빅테크 기업들의 FM(Foundation Model)과 상대가 되지 않는다. 결국 AI 시대의 한국의 경쟁력은 AI를 위한 네트워크와 AI의 운용을 위한 데이터센터 인프라 그리고 AI 서비스에서 찾아야 한다.

컴퓨터나 스마트폰보다 컴퓨팅 리소스와 네트워크 자원을 많이 필요로 하는 자동차, 로봇 그리고 각종 산업용 장비 등은 기존의 일반 인터넷 기기와 달리 고성능, 고대역폭의 컴퓨팅 인프라와 네트워크를 필요로 한다. 그런 영역에 있어 한국이 가진 제조와 네트워크 경쟁력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한, 결국 웹 서비스와 모바일 앱이 그랬던 것처럼 AI 시대에도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생성형 AI 서비스와 Agent들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전 세계가 유투브와 넷플릭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틱톡을 이용하지만 여전히 한국에서는 쿠팡, 카카오톡, 네이버페이, 배달의민족과 당근마켓을 이용한다. 그처럼 AI 시대에 ChatGPT와 Perplexity 등의 범용적 AI 서비스를 이용하겠지만 그 외에 특정한 버티컬 영역의 한국형 AI 서비스에 대한 한국인의 기대와 바램은 여전하다. 그 지점에서 한국 AI 경쟁력을 찾아 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정부는 국내의 다양한 스타트업과 기업, 개인들이 AI 서비스를 다양하게 개발해 사업에 나설 수 있는 생태계를 마련해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를 이들 AI 서비스사가 필요로 할 때 좀 더 싸고 빠르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 또한, 국내 소비자들이 이런 AI 서비스를 더 많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저렴한 가격에 빠른 대역폭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2000년대 정부가 투자한 것처럼 AI 서비스들을 사용자들이 더 보편적으로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