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적 고소득의 시대가 오는가?

AI는, 노동없는 풍요와 소득없는 빈곤 중 어떤 시대를 가져다 줄까?

by OOJOO

1월8일 피터 디아만디스의 룸샷 유투브 채널에 출연한 일론 머스크는 “저축할 필요 없는 사회”를 언급하며 미래 사회는 "보편적 고소득"이 도래한다고 언급했다. 사실 기본소득이나 로봇세에 대한 사회적 담론은 형성되고 있지만 누구나 고소득자가 될 수 있는 노동없는 풍요라는 유토피아를 제시한 것은 많은 오해를 낳을 수 있다. 한마디로 미래 사회는 AI와 로봇이 거의 모든 생산과 서비스를 담당하며 인간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제러미 리프킨이 말한 한계비용 제로사회의 최신 버전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비전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기술적 가능성과 사회적 현실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한다.


먼저 기술 측면에서 AI는 분명히 한계비용을 빠르게 낮추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미 소프트웨어 영역에서는 이미 코드 작성, 문서 작성, 디자인 초안, 고객 응대가 거의 공짜에 가까운 비용으로 제공되고 있다. 개인 사용자는 월 몇 만 원의 구독료만으로 과거에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했던 작업을 수행할 수 있음을 우리 모두 누리고 있다. 덕분에 한 사람의 생산성이 다방면으로 확장되는 것을 일상화해주고 있다. 로봇 영역에서도 앞으로의 변화는 분명할 것이다. 이미 공장 자동화, 산업용 특수 로봇들은 특정 환경에서 인간 노동보다 안정적이고 저렴하다. 여기에 AI 칩 성능 향상과 소프트웨어 학습 속도가 결합되어 휴머노이드 로봇이 보급되면 더 많은 장소에서 인간이 하던 역할을 모두 대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연합학습과 시뮬레이션 기반 학습은 한 번의 경험이 전체 시스템으로 확산되는 구조를 만들어 줌으로써 일런 머스크가 말한 생산성의 재귀적 증폭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하지만, 실제 이것이 보편적 고소득으로 이어질 것이냐에 있어서는 이런 기술이 만드는 풍요가 모든 사용자에게 공정, 공평하게 전달되느냐에 대한 의심이 있다. 현재까지 관찰되는 시장 변화는 ‘공짜’보다는 ‘가격 하락’과 ‘구독화’에 가깝다. AI 서비스는 무료가 아니라 월 단위 과금으로 제공되고 로봇이 대체한 노동의 이익은 기업의 비용 절감으로 귀속된다. 사용자는 일부 혜택을 누리지만 소득 구조 자체가 자동으로 모든 인류에게 분배되지는 않는다. 그래서 되려 보편적 고소득이 아니라 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더 커질 가능성도 동시에 존재한다. 즉, 로봇과 AI에 투자 여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져 가격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승자 독식'을 가속화할 수 있다. 그런 독점 기업이 더 값싼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닌 더 이윤을 추구하게 될 경우 노동없는 풍요가 아닌 소득없는 빈곤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 한계비용 제로사회가 말한 공유경제가 주는 유토피아는 현실이 되지 않고 되려 부익부, 빈익빈을 유발하는 것과 같다.


일하지 않고도 풍요를 누릴 수 있게 된 일부 사람에게도 예상치 못한 혼란을 가져다 줄 수 있다. AI가 많은 일을 대신해줄수록 사람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를 먼저 고민하게 된다. 이는 삶의 편의성을 높이는 동시에 역할 상실에 대한 불안을 증폭시킨다. 실제로 일부 직군에서는 AI 도입 이후 업무 강도는 줄었지만 자신의 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반응이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과 사회적 역할의 문제다.


보편적 고소득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기술 외적인 조건이 필수적이다. 생산 수단의 소유 구조, AI 인프라에 대한 접근권, 교육과 재훈련 시스템 그리고 분배 메커니즘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AI는 풍요를 만드는 도구가 아니라 격차를 증폭시키는 가속기가 된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반복된 패턴이다. 산업혁명 역시 생산성을 폭발적으로 높였지만 초기에는 대다수 노동자의 삶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결국 AI가 가져올 미래는 ‘공짜 세상’이라는 단순한 결론으로 정리할 수 없다. 사용자 경험 차원에서는 더 많은 일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고 시장 차원에서는 일부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은 급격히 낮아질 것이다. 그러나 기업과 기득권 그리고 자본의 공정성과 공평 그리고 개인 삶의 안정성과 의미까지 유토피아로 완성되지는 않는다. AI 특이점 이후의 사회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어떤 제도를 선택하고 우리가 어떤 가치를 우선시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점을 외면한 채 낙관만을 말하는 것은 기술이 아닌 비현실적인 이상에 막연하게 기대는 태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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