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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OJOO Oct 29. 2020

국경을 피해가는 디지털세

구글세 탈세인가, 절세인가

카카오의 2019년 매출은 3조898억원이며 시가총액은 31조(2020년 10월 기준)에 육박한다. 매분기별로 기업 공시를 통해 매출과 영업이익 등 상세한 경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조세를 부과하며 기업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 구글코리아의 2019년 매출은 얼마일까?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의 ‘모바일 콘텐츠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매출은 5조9996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유투브 광고 매출과 구글 애드센스 등의 매출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라 이를 모두 합산하면 카카오 매출의 2배 이상을 국내에서 올리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매출에 비해 법인세는 200억원이 채 되지 않아 2018년 기준 카카오의 법인세 924억원과 비교하면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인터넷 글로벌 기업들이 이처럼 각 국가의 조세를 회피하며 부당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유럽연합을 시작으로 아시아, 중남미 그리고 국내에서도 디지털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 절세인가, 탈세인가?

디지털 플랫폼 기업은 물리적 실체가 있는 고정된 사업장을 통해서 매출이 발생하는 기존의 사업과 달리 무형자산을 통해 수익이 창출된다. 디지털 재화와 지적재산권으로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고정 사업장이 없다. 물리적인 서버 역시 세계 어떤 곳에 위치하든 상관없다. 그렇다보니 이를 악용해 가장 낮은 세율의 국가나 지역으로 서버나 사업장을 옮겨 원천지 소득 파악을 어렵게 하고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수익의 조세를 회피할 수 있는 기법이 남용되고 있다. 실제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의 글로벌 ICT 기업들은 DIDS(Double Irish Dutch Sandwich)라는 조세회피 구조를 활용해 절세전략을 펼치고 있다. DIDS는 아일랜드에 자회사 두 곳을 설립하고 그 중간에 네덜란드 자회사를 끼어 넣어 국가별 세법 불일치와 조세조약의 허점, 조세특례 등 현행 국제조세법의 약점을 이용해 절세를 하는 방법을 일컫는다.


일례로 국내 사용자들이 구글 플레이를 통해서 발생시킨 매출은 구글코리아가 아닌 구글아시아퍼시픽을 통해서 발생된다. 구글코리아는 이 매출에 관여를 하지 않았기에 아무런 수익이 잡히지 않고 낼 세금도 없다. 구글은 싱가포르 정부에 한국의 구글 사용자가 구글 플레이를 통해 발생시킨 매출의 17%를 법인세로 낸다. 구글아시아퍼시픽은 수익에 대한 로열티를 구글네덜란드 자회사에 지불하며 구글 네덜란드는 다시 수익의 로열티 명목으로 미국 구글 본사가 설립한 구글아일랜드홀딩스에 지불한다. 이렇게 여러 국가를 넘나들면서 DIDS를 이용해 절세를 하며 수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글로벌 다국적 기업들이 조세 회피를 위해 늘상 사용해오던 방법이다. 아마존, 스타벅스 그리고 오라클 등의 여러 다국적 기업이 절세를 위해 자행해오던 방식이다. 스타벅스는 영국에서 사업을 운영하면서 2012년까지 15년간 34억 파운드의 매출이 발생했음에도 영국에 세금은 0.2%가 채 되지 않았다. 이는 네덜란드에 있는 유럽 본사에 로열티를 내는 방식으로 조세 회피를 하다가 2014년에 170억원을 법인세로 영국에 지불하고 본사도 영국 런던으로 옮겼다. 또한, 국내에서도 기업용 소프트웨어 기업인 오라클의 한국법인은 2017년에 법인세 3147억원을 추징당했다. 이는 7년간 2조원의 수익을 누락했기 때문이고 이때도 국내 기업을 통해 발생시킨 매출의 상당 부분을 아일랜드 지사의 매출로 잡는 DIDS를 악용한 것이었다. 그런데 2018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이유는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 기업들의 글로벌 매출 규모가 커지고 점차 다양한 산업 영역이 디지털 기반으로 혁신하면서 이 방법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그 규모도 커지다보니 각 국가의 세원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국제간 소득이전을 통한 세원잠식 행위를 BEPS(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이라고 칭하고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급격히 정보통신산업과 지식기반 비즈니스의 규모가 커지면서 각 국가에서는 이를 탈세로 규정하고 공세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ICT 기업 입장에서는 절세 하지만 각 국가의 조세당국으로서는 탈세로 다툼이 본격화되고 있다.


▣ 디지털 시대의 과세

미국의 경제학자이며 사회학자인 제레미 리프킨은 2014년 저술한 한계비용 제로사회에서 디지털 기술로 인해 생산성이 높아지면서 더욱 낮은 가격에 상품, 서비스를 전 세계의 소비자 대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더 많은 상품이 인터넷을 통해 거래되면서 생산성은 극한으로 치달아 생산과 유통에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 사회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하며 새로운 제도와 사회적 가치가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디지털 세상은 기존의 전통 사회와 다른 상식과 통념이 지배한다. 그런만큼 기존 전통적인 사회적 규제나 규범, 법으로는 디지털 사회를 제대로 운용할 수 없다. 즉, 기존의 법이 디지털 사회에서는 악법이고 굴레일 수 있으며, 무용지물이 될 수도 있다.


ICT 기업들의 조세회피는 각 국가의 전통적인 조세법이 갖는 제도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며, 각 국가와 국제기구에서는 이를 막으려는 법 제정과 제도가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특히 EU가 이와 관련해 가장 공격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유럽연합은 GAFA(Google, Apple, Facebook, Amazon)라 대표되는 인터넷 기업들에 물리는 세금을 디지털 서비스세 일명 구글세라고 명명하고 합의안을 도출해 공동 대응을 해오고 있다. 하지만, 이를 둘러싼 국가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에 쉽사리 합의안 도출은 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구글 등이 조세 회피처로 활용하고 있는 아일랜드,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등 일부 회원국은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게다가 미국은 자국의 IT 기업인 GAFA가 타격을 받을 것이기에 강력하게 반발하며 무역 전쟁으로 발전될 조짐까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EU 차원의 국제 합의안 도출은 유보되고 있지만 2019년 7월에 프랑스, 2020년 1월부터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 4월에 영국, 6월에 체코 등이 자체적인 디지털 서비스세 법안을 통과시키고 시행을 하고 있다. 일례로 세계 매출 5억 유로, 자국내 매출 2500만 유로 이상일 경우 프랑스는 3%의 세율을 책정하고, 체코는 7%의 과세를 하는 법안을 제정해 시행 중에 있다. 또한, OECD 역시 올해말까지 디지털 서비스세에 대한 국제 합의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OECD의 경우 ICT 서비스업을 넘어 제조 기업에 대한 세금 부과도 고려하고 있으며, 아예 일정 수준의 최소 세금을 강제하겠다고 밝히고 있어 앞으로 ICT 기업의 절세 아닌 탈세는 축소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 제조업의 평균 법인세율은 약 23%인데 반해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매출과 안정적 수익을 기록하는 ICT 기업의 세율은 10%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문제가 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EU, OECD를 중심으로 새로운 조세제도 정비는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자칫 과도한 디지털세는 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되고, 이중과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디지털세는 글로벌 ICT 기업이 온라인 거래를 통해 특정 국가에서 발생한 매출에 납부하는 조세인데, 사실 이미 이 ICT 기업은 자국에 법인세를 납부했음에도 추가로 해외 국가에 조세를 납부해야 하기에 이중과세인 것이다. 비록 ICT 기업의 조세회피와 낮은 세율에 대한 문제제기는 합당하지만 기존 국제규범으로 볼 때 추가 과세 문제는 안고 있는 것이다.


▣ 플랫폼 기업의 자숙과 반성

구글은 2019년 12월31일 전 세계 지사의 정책을 개편해 지식재산권을 미국에 모으겠다고 밝혔다. 그간 DIDS를 이용해 버뮤다에 수익을 쌓아오던 것을 포기하고 미국에 수익을 쌓고 세금을 미국에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유럽 국가들의 구글세 부과에 대한 명분을 제거하고 미국 행정부의 조세 압박에 굴복한 결과로 분석된다. 또한, 페이스북은 2019년부터 투명성 강화 차원에서 광고매출을 나라별로 집계해 각 국가 현지 세무당국에 신고하기로 했다. 세금 논란에 대한 문제 지적이 커지자 성실하게 납부를 하기 위한 대처로 보인다. 아마존 역시 2017년에 이탈리아 조세당국과 협의해 1억 유로의 세금을 납부하기로 합의했다. 애플도 2018년에 아일랜드 정부에 130억 유로의 세금을 추가로 내기로 했다. 거듭되는 국제기구와 각 국가의 조세당국의 디지털 서비스세에 대한 압박과 탈세에 대한 고발이 잦아지면서 플랫폼 기업들도 투명한 사업 운영에 대한 의지와 기업 정보 공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플랫폼 기업은 전 세계의 사용자, 소비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사용자가 떠나는 순간 플랫폼의 경쟁력은 퇴색되기 마련이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의 사용자가 이들 기업에 발길을 돌리면 모래 위의 성처럼 금새 플랫폼의 위력은 소멸된다. 그렇다보니 기업 이미지는 이들의 사업 지속성에 중요한 축이다. 그런데 특정 국가의 사용자들을 통해 발생된 수익에 대해 제대로 된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매출과 수익에 대한 정보도 숨기고 불투명하게 사업을 운영한다면 각 국가의 소비자들이 이들 플랫폼을 좋게 볼리 없다. 그런만큼 인터넷 기업들이 정당한 사업 운영에 대한 과세에 적극 임하고 사회적 가치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사업의 영속성을 위해서도 당연한 이치다.


사용자들을 통해 벌어드린 수익은 그 나라의 사용자들을 위해 세금으로 환원되어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을 ICT 기업들이 인식하고 그에 맞는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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