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레이밴 스토리즈를 보며 스마트 글래스 생태계를 생각해 봅니다!
7월 13일, 메타(Meta)의 CEO인 마크 주커버그(Mark Zuckerberg)는 레이밴 스토리즈라는 스마트 선글래스를 이용해서 음성으로 전화를 걸고 메시지 읽기를 듣고 왓츠앱(WhatsApp)을 이용해 엔드투엔드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송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머지 않아 페이스북 메신저(Messenger)나 왓츠앱 메시지에 음성 명령을 이용해서 직접 응답하는 것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외에도 음성 통화도 가능할 것으로 밝힌 적이 있었습니다.
뭔가 스마트 글래스를 이용해서 많은 것을 해보려고 노력하는 것 같은데요, 왓츠앱을 이용하지 않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게다가 제가 생각하는 웨어러블의 역할과도 다소 거리감이 있었구요.
페이스북은 2021년 9월, 선글래스의 대명사인 레이밴(Ray-Ban)과 함께 스마트 선글래스인 '레이밴 스토리즈(Ray-Ban Stories)'를 출시한다고 밝혔습니다. 299달러인 이 제품은 일반 안경이 아닌 선글래서라는 점에서 기존의 스마트 글래스들과는 차이가 있고, 특이하게 카메라를 두 개나 내장하고 있고 3개의 마이크와 스피커를 탑재한 제품입니다. 500만 화소짜리 카메라를 안경테 양쪽 끝에 배치하고 있는데요, 사진이나 짧은 동영상을 찍어서 페이스북이나 왓츠앱에 올리는 것이 주된 용도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반 안경이 아니라 선글래스를 택했다는 것은 실내 보다는 실외 활동을 촬영하겠다는 생각이 더 강한 것 같습니다.
이 제품은 Facebook View라는 앱과 함께 이용하게 되는데요, 레이밴 스토리즈로 촬영한 사진이나 동영상을 확인 및 편집할 수 있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왓츠앱 등에 이들을 쉽게 공유할 수 있게 해 줍니다. 또한, 핸즈프리 기능의 설정 및 펌웨어 업데이트도 이 앱을 이용해서 하게 됩니다.
페이스북은 21년 12월에도 레이밴 스토리즈의 기능을 업데이트 했는데요, 이 때 이미 음성으로 문자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고 수신된 메시지를 읽는 기능을 지원했습니다. 또한, 음악의 재생 및 일시 중지, 볼륨 제어 같은 기능들도 음성명령으로 이용할 수 있었죠. 물론 처음 출시됐을 때부터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을 때 음성명령을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음성명령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다른 서비스들처럼 '헤이 페이스북(Hey Facebook)'을 말하고 관련 명령을 말하면 됩니다.
레이밴 스토리즈의 가장 큰 특징은 2개의 카메라가 내장되었다는 점입니다. 이 카메라를 이용하면 사진은 물론 30초 정도의 동영상까지 촬영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동시에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촬영되는 사람들에게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은 촬영 시에는 안경테에 있는 LED 램프가 들어오도록 함으로써 촬영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게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레이밴 스토리즈가 촬영 기능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을 뿐더러, 밝은 곳에서는 작은 LED가 제대로 인식되지 않을 가능성도 큽니다.
사실 프라이버시 이슈는 구글이 2014년에 처음으로 구글 글래스를 발표했을 때 등장했고 그 이후에도 비슷한 유형의 제품들이 등장할 때마다 소환되었던 이슈입니다. 이는 글래스뿐만 아니라 스마트 디스플레이나 카메라를 탑재하는 다른 유형의 제품들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 디스플레이에서는 물리적인 가리개(shutter)를 둠으로써 프라이버시 이슈를 피하며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는데요, 레이밴 스토리즈는 그렇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페이스북(메타)은 2022년 7월에 "Meta Human Rights Report"를 발표하기도 했는데요, 이 보고서를 통해 페이스북도 개인정보보호 이슈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처리하는 것은 전적으로 사용자에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뭐 레이밴 스토리즈가 거의 팔리지 않을 것 같아서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언젠가 해당 이슈로 큰 어려움을 당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스마트 글래스는 스마트폰의 뒤를 잇는 여러 웨어러블 중의 하나로 많은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는 제품입니다. 구글이 2014년에 처음으로 구글 글래스(Google Glass)를 출시한 적이 있었구요, 올해 개최된 Google I/O 2022에서도 증강현실 기능과 실시간 통번역 기능이 있는 새로운 구글 글래스의 프로토타입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카메라는 내장하지 않았구요 음성명령을 이용하는 것 빼고는 전적으로 정보의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아마존은 2019년 9월 말 개최된 하드웨어 이벤트에서 에코 프레임이라는 안경테를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 제품은 단순히 음성 인식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데요, 휴대용 에코 스피커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즉, 에코로 하는 모든 기능들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저도 엇그제 2세대 제품을 구매해서 잠깐 이용해 봤는데요, 그 자체로는 매우 가볍고 음성인식 기능도 만족스럽습니다. 다만 에코 스피커에 비해 약간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것이 흠이라면 흠인 것 같습니다.
이 외에도 삼성전자, Boss, TCL, Oppo, Hwawei, Xiaomi 등이 스마트 글래스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프로토타입 성격의 제품인 경우가 많습니다. 여전히 배터리 등 하드웨어적인 제약이 많은 데다가 딱히 이렇다할 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페이스북의 레이밴 스토리도 사용 씬은 이해가 안 됩니다. 그냥 스마트폰으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촬영해서 SNS에 올리면 되는데, 이걸 스마트 선글래스를 이용해서 촬영하고 다시 스마트폰으로 올려야 하니 말입니다. 설령, 스마트 선글래스에서 직접 SNS에 사진을 올린다 하더라도 결국은 개인만의 방식으로 글을 써야 할 텐데, 음성명령으로 이를 흉내내는 것은 아직 불가능하기 때문이죠.
반면에, 구글이나 아마존은 용도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구글은 AR과 인공지능을 결합함으로써 스마트폰의 기능들 중의 일부를 폰으로 확장한다는 성격이 강하구요, 아마존은 말 그대로 스마트 스피커의 활용 범위를 집 안에서 집 밖으로 확대한다는 성격이 강한 것 같습니다. 결국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은 음성으로 기존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걸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스피커 대신에 글래스를 이용하는 식으로 바꿔야 하는데, 페이스북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예로, 음성으로 와이프에게 전화를 거는 경우, "Hey Facebook, make a call to Rosa"라고 해야 하는데요, 이미 시리나 알렉사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안경을 쓰고 있다고 Hey Siri나 Alexa 대신에 Hey Facebook을 말할까요? 제 경험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마트 글래스를 출시하기 보다는 스마트 스피커를 보급함으로써 더 많은 사용자들이 자신들의 음성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먼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