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플랫폼 기업이라고??

무엇이 기업의 성격을 결정하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면 특히 스스로 ICT 전문가나 비즈니스 모델을 잘 알고 있다고 하는 사람들은 애플을 두고 플랫폼 기업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 이유는 뭔가요?

아마 많은 분들이 '나도 애플은 아이튠스 같은 서비스플랫폼이 있으니 플랫폼 기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하실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여쭤보겠습니다. 플랫폼을 가지고 있으면 다 플랫폼 기업인가요?

사실, 어떤 기업의 성격을 이거다 라고 한 마디로 단정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특정한 한 가지 비즈니스만 하는 기업이라면 모를까 여러 가지 사업을 진행하는 기업이라면 더욱 그럴 것입니다. 애플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도 아이튠스라는 플랫폼을 가지고 있고 시리(Siri)라는 음성인식 기반의 서비스 플랫폼도 있습니다. 그 외에도 홈킷(HomeKit)이라는 스마트홈 플랫폼과 헬스킷(HealthKit)이라는 헬스케어 플랫폼도 가지고 있습니다. 충분히 플랫폼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애플은 그 외에도 디바이스를 만듭니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만들구요, 맥이라는 데스크탑도 만들고 맥북이라는 노트북도 만듭니다. 애플TV와 같은 셋탑도 만들고 와치도 만들고 등등 다양한 디바이스와 액세서리들을 만듭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어떤 성격의 기업이라고 말을 하는 것이 맞을까요? 제 생각에는 어떤 기업의 전체 매출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그 기업의 특성을 특정한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기업의 활동 중에서 가장 많은 노력이 투입된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에 발표된 애플의 2019년 회계년도 1분기(2018년 10월~12월)의 전체 매출은 840억 달러 정도입니다. 아이폰의 과도한 가격인상과 판매 부진에 의해 전년 동기대비 15%나 줄어든 수치죠. 이 중에서 아이폰 매출은 전체 매출의 약62%에 해당하는 520억 달러입니다. 그리고 기타 디바이스들의 매출은 222억 달러 정도 됩니다.  전체 매출의 22%가 넘는 것으로 디바이스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4%에 달합니다. 

애플페이, 애플뮤직 등을 포함하는 서비스 부문 매출은 109억 달러입니다. 전체 매출의 13%에 불과합니다. 물론, 서비스 매출의 성장률은 디바이스 부문보다 더 빠르고 수익률도 2배 가까이 높습니다. 그렇다고 애플을 플랫폼 기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애플은 디바이스 기업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디바이스의 매출이 애플 전체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가장 크기 때문인 거죠.

하지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 매출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애플도 알고 있는 거죠. 더 이상 디바이스만으로는 버틸 수 없다는 것을요. 그래서, 디바이스 기반의 서비스 매출을 키우려 노력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디바이스에서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애플의 서비스 매출 증가 추이 (출처: Bloomberg)

이런 모습은 아마존에서도 발견됩니다. 요즘 아마존은 성격이 애매합니다. 전자상거래 기업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클라우드 기업이라고 하기도 그렇습니다. 최근에 광고 매출이 커지고 있다고 해서 광고 사업자라고 하기도 그렇구요. 도대체 아마존은 어떤 기업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지만, 아마존은 전자상거래가 됐든 클라우드가 됐든 광고가 됐든 대부분이 플랫폼 기반의 비즈니스입니다. 일부 디바이스도 만들고 다양한 비즈니스도 하지만, 매출의 90% 이상이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에서 발생하니 명실상부 플랫폼 기업이라고 하는 것이 맞습니다.  

애플을 디바이스 기업이라고 부르든 플랫폼 기업이라고 부르든 그게 뭐 중요하냐고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명확해야 그 회사의 사업전략을 정확히 알 수 있고 전략의 변화를 간파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