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행복하길 바랄게.

의붓오빠의 수난시대. 06

by 인생 여행자


엄마의 재혼으로 맺어진 의붓오빠와 나의 인연은 진작에 끝났었다.


결혼 후 나는 남편에게 의붓오빠와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남편은 내 앞에서는 큰 감정의 동요

를 안보이더니 제부 앞에서 마음을 보였나 보다.

제부는 여동생에게 말했다.

" 어휴, 형님 그렇게 무서운 모습 처음 봤어. 우리 다 같이

만난 그날 형님하고 같이 화장실 갔었잖아, 볼일 보면서

그러시는 거야. '동서, 그 새끼 얘기 들었어?' 하고...

형님이 술에 취해서 그러 신 건진 몰라도 목소리 깔고 말씀하는데 무섭더라니까.... "

그 얘기는 여동생에게로, 여동생에게서 다시 내 귀로 전해 졌다.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내가 의붓오빠와의 인연을 끊어야

남편과도 끊어질 것이 자명한 것을.... 누구도 원치 않았던

만남은 한쪽이 분명히 끝맺음을 져야 한다.


나는 오빠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장문의 카톡을 보냈

다. 쓰면서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그대로 보냈다. 오빠에게

서 어떤 답장이든지 오겠지 하고....

그동안 오빠를 보면서 많이 힘들었어. 분란 일으키기 싫어서 참아왔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을 거 같아.
앞으로 보지 말자.
오빠에게도 딸이 있으니까 만약 내가 오빠에게 당한
일을 오빠 딸이 당한다면 어떤 기분일지 알겠지....
(중략)
오빠가 불행하길 바라지는 않아. 내게 남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용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잘 살기를
바랄게. 잘 지내.

의붓오빠에게서 답장이 온 것은 시간이 꽤 지난 뒤였다.

너를 보는 내내 나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어....
(중략)
너에게 어떤 말을 해도 용서가 안 되겠지만 내 잘못으로 상처를 줘서 미안했다.
너에게는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뿐이었어.
어디서든 행복하길 바랄게.


의붓오빠와의 연. 그것은 오빠의 마음이 아닌 내 가슴에

지워지지 않을 주홍글씨를 새겼다. 나는 잘못이 없었지만

죄책감을 안고 살았다. 그렇지만 나보다 더한 고통을 안고

도 힘차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괜찮아졌다. 남의 고통

발판 삼아 딛고 서는 나 자신이 한심했고 죄스러웠지만 사실이었다.


그렇게 의붓오빠와의 연을 끊고 몇 년 뒤에는 엄마에 대한

원망과 증오가 터져서 엄마를 끊었다.




3년 만에 만난 엄마에게서 의붓오빠의 소식을 들었다.

"00이랑 이제 완전히 끊어졌다. "

"완전히? 명절이나 생일에는 볼 거 아냐. 그래도 아빠가

계시는데."

" 아니야, 이번엔 정말 끝났어. 아예 안 봐. "


엄마에게서 들은 의붓오빠와 인연을 끊게 된 전말은 이러했다. 의붓오빠는 사업을 한답시고 이곳저곳에서 채권을 입했고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단다. 투자를 한다며 벌인 일들은 빚으로 불어났다. 그 사실은 오래지 않아 들통났고 당연히 새아빠는 노발대발하셨다. 결국 엄마와 새아빠는 부부싸움 끝에 의붓오빠에게 거래처 몇 곳을 넘기고 내보 내기로 결정하셨다. 의붓오빠를 결정적으로 내보낸 잘못 중의 하나였다.


엄마는 의붓오빠를 내보내며 내 얘기를 꺼냈다고 한다.

"너 여행이 여기 발길 끊은 거 알지? 다 너 때문이야....

네가 이제는 나가야.... "

정확한 상황을 보지는 못했지만 엄마와 새아빠의 성질을

잘 아는 나로서는 충분히 짐작되고도 남았다.




의붓오빠가 나가야 했던 결정적인 잘못 두 개 중 나머지 하나는 가정폭력이었다. 불안했던 베트남 언니와의 사이는 날이 갈수록 악화되었고 어느 날은 경찰차까지 출동하는 이 벌어졌다고 한다. 오빠가 베트남 언니와의 말싸움 도

중에 언니를 때렸고 언니가 울며불며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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