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결혼은 막았어야 했는데...

의붓오빠의 수난시대. 05

by 인생 여행자


나의 예상대로 의붓오빠와 베트남에서 온 새언니의 결혼

생활은 오래 지나지 않아 삐그덕거렸다. 그 원인을 한 가지

로 집어낼 수 없지만 일차적으로는 의붓오빠의 태도였다. 붓오빠의 약한 사람을 무시하는 버릇이 도져, 베트남 언니에게 향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 결혼은 실패했으니 두 번째 결혼 생활은 잘하라던

새아빠의 경고는 온데간데없이 둘은 몇 달 만에 싸움을 벌였다. 의붓오빠가 새언니의 외모나 성격을 싫어하며 무시하기 시작했다. 불행히도 분위기를 눈치챈 베트남 언니는 오빠를 슬슬 멀리했다. 급기야는 오빠가 언니를 발로 툭툭 차거나 '야 네가 여자냐, 남자지! 앞뒤가 똑같아서는' 하고 모욕하기도 했다. 어느 날 그런 모습을 엄마에게 들켜버렸다.



마침 그간의 나쁜 행동을 보며 별렀던 엄마는 의붓 오빠를 사무실로 불러 야단을 쳤다. 전해 들은 바에 의하면 이런

내용이었다.

너 혜연이 무시하는 버릇 못 고치겠어? 엄연히 네 아내
고 네 배우자야. 왜 네 편으로 못 만들고 자꾸 등 돌리게
만드니? 두 번째 결혼 생활도 엉망으로 만들면 네 아버
지가 어찌 나오실지 난 모른다. 네 아버지 성질은 네가
더 잘 알겠지. 제발 부끄러운 줄 알고 네 아내한테 잘해!
멋모르고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와서 얼마나 외롭
고 힘들겠니. 네가 노력하고 잘해줘야지!

새엄마로서 마땅히 해야 할 얘기였다. 그렇지만 엄마의

간절함이 섞인 훈계에도 의붓오빠는 변하지 않았고 부부

사이는 견원지간이 따로 없었다.


어느 날은 귀가하자, 아빠가 크게 분노하며 오빠에게 고

함을 치고 있었다.

야 이 새끼야, 네가 인간이면 이제는 좀 마음을 다잡고
살아야지! 엄마한테 한소리 듣고도 정신 못 차렸어,
엉?! 네 주제에 누굴 무시하고 있는 거야. 다시 한번
니 마누라 무시하고 발로 차는 그 따구 행동하는 거
눈에 띄봐라! 니 그날로 죽이 삔다!!




시간이 꽤 많이 흘러 나도 결혼을 해서 의붓오빠 소식을

잘 모르던 때, 남동생에게서 우연히 소식을 전해 들었다. 새아빠와 엄마는 관여하지 않으려고 해서 잘 모르고 있지

만 오빠 부부 사이가 이혼 직전으로 보일만큼 위태롭다는 얘기였다.


그 사실에 대해 엄마에게 물어보자 엄마가 한숨 쉬며 들려

준 자초지종은 이러했다. 의붓오빠와 베트남 언니의 크고 작은 싸움이 계속되자 한 번은 아빠가 의붓오빠를 부르셨단

다. 야단치던 중에 소리를 지르더니 주먹질을 해서 오빠 입술이 터졌다 거였다. 원인은 오빠의 결혼 생활 때문이 었는데 나에게 저지른 과거의 잘못까지 들추어져 분노가 치솟은 아빠가 핵주먹을 날린 것이었다. 그 사건을 마지막으로 몇 년 동안 새아빠와 엄마는 의붓오빠와 새언니 사이를 모른 척했다고 한다.


의붓오빠와 새언니 사이에는 다섯 살 난 딸이 있었. 사랑

없는 여자와의 딸을 애지중지 하면서 아내를 사람 취급도

안 한다는 사실은 별스러운 일도 아니었다. 첫 번째 아내에

게 보이던 못된 버릇을 못 고치고 인생을 시궁창으로 만드

장본인은 다름 아닌 오빠였다.




우리가 훗날 결혼하여 출가외인 딱지를 붙이고, 의붓오빠

인한 여러 가지 분란을 참지 못하고 폭발한 일이 있었다. 여태 오빠 때문에 가정 불화가 끊이질 않는데도 기어이 데리고 있는 이유가 뭐냐며 오랫동안 쌓였던 불만을 터뜨렸

던 것이다.

지금 돌아보면 부모에게 악쓰고 대든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마음 깊이 반성하는 일이지만 다시 과거로 돌아가 도 똑같이 따지고 대들었을 것 같다. 그만큼 의붓오빠와 함

께 하며 괴로운 일의 연속이었다. 무엇보다 새아빠와 엄마 사이를 악화시키는 주범이 오빠로 보였기에 망스러웠다. 새아빠와 엄마에게도 해소되지 않은 감정들이 고여있었기 때문 반쯤은 미쳤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새아빠와 엄마는 우리를 반복적으로 '설득'다.

우리가 듣고 싶은 것은 오빠와 함께 할 핑계가 아니었다.

왜 온갖 고통의 바람을 일으키는 의붓오빠를 끌고 가는지

납득할 거리가 필요했는데 철없는 생각이었는지도 모르겠 다.

내보낼 거야, 이번에는 오빠를 독립시키기로 했다' 고

선언하다가도 갖은 핑계를 대며 내보내지 않았던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 더 헤아렸어야 했는지도.

의붓오빠 함께 세월이 길었고 재혼 가정 만든 가족에게 가져온 상처는 결코 않았다.



끝이 없을 것 않던 의붓오빠와의 인연에도 결말이 다가오

고 있었다. 나는 잘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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