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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여행자 Aug 05. 2021

한여름의 매미 껍데기

매미 과자


 휴가 덕분에 사람 없는 평일에 공원에 갈 기회가 생겼다.

코로나로 답답하던 차에 싱그러움을 만끽하러 갈 생각에

들떴다.


 공원이 가까워지자 초록으로 우거진 나무들이 보이고 기분

이 좋아져 발걸음이 가벼웠다. 나도 모르게 남편과 아들을

앞질러 걷고 있는데 등 뒤에서 아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 엄마, 이것좀 봐! 여기 이상한 벌레가 있어! 괴물 벌레인

가봐!"


 신나서 흥분한 목소리로 소리치는 아들이 가리키는 곳으로

다가갔더니 으앗, 이게 뭐야?


 태어나 처음보는 이상한 생명체가 풀잎위에 붙어 있는 것이 었다. 이거 벌레 맞나?

 벌레처럼 생기긴 했는데 너무 얇고 온 몸이 같은 색깔에

속이 비어있는 듯한 괴상한 형체....

 밝음이 말처럼 외계 괴물 벌레라도 되나?

나와 아들은 너무 신기해서 한참을 벌레 가까이 서서 관찰

하고 있었는데 멀찍이 떨어진 남편이 걸어오며 피식 웃었다.


 "그거 매미 허물인거 같은데?"

 " 매미 허물... 아, 매미가 벗어놓은 껍데기란 말이? 진짜!"


 남편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틀림없는 매미 허물이었다.

아, 그래서 매미 소리가 사방에 울려 퍼졌구나.

그러고보니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매미들이 울어대고 있었다.


 매미 허물을 태어나서 처음보는 신기함에 나도 모르게 만져

볼까, 하고 슬며시 손가락을 내밀었다가 어쨌든 벌레잖아! 하고 멈칫했다. 내게는 귀신보다 무서운 벌레. 아들을 보며

 " 밝음아, 이거 한번 만져볼래?" 했더니

 " 안 만질래. "

 " 왜? 한번 살짝 만져봐. "

 " 아니야. 안 만질래. 벌레잖아. 무서워. "

 

 에이, 아들 손 빌려서 간접 경험을 하고 싶었는데. 춤대며 물러서는 밝음이도 나처럼 벌레를 무서워하니 아쉬웠다.




 피규어같이 미동도 없는 허물을 보다가 옆으로 시선을 돌

니 풀잎 곳곳에 매미 껍데기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풀잎을 들추어 찾아보면 수십개는 될 것 같았다.


풀잎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매미 허물. 풀잎에 껍데기를 벗어놓은 매미들은 여름 나무위에서 울고 있구나.


 " 그런데 엄마, 매미들은 다 어디로 갔어?"

 " 허물 벗어놓고 나무위로 올라갔지."


 " 나무위에 올라가서 짝짓기 하려고 지금 울고있잖아."

 남편이 따라오며 덧붙였다.


 " 짝짓기가 뭐야?"

" 음, 짝짓기가 뭐냐면.... "

어느새 다가온 남편과 밝음이가 나란히 걸으며 정답게 담소 를 나누 사이 공원 잔디밭에 도착했다.

 사람이 드물어서 자유롭게 자연을 누리며 놀았더니 우리 얼굴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모두 발갛게 물들었다.




 집에 와서 매미 허물 사진을 클릭했는데 다시 봐도 신기 했다. 만졌다면 아사삭 하고 과자처럼 부서졌을것 같고.


 외국에서는 귀뚜라미 튀김이나 개미 볶음, 구데기 스프를 먹는다던데 매미 과자는 없을까?

 이름하여 고소한 매미 껍데기 과자! 귀뚜라미는 땅콩맛이

난다고 하고 개미는 꽁무니의 화학 성분 때문에 신맛이 난다  하던데 매미 과자를 만들면 어떤 맛이 날까.

 것보다도 한국에서 팔면 사람들이 잘 안 사먹겠지?

하긴 나부터도 벌레 과자라면 집었다가도 내려놓겠다.


 무더운 여름의 매미 껍데기야, 고생 많았어. 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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