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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생 여행자 Aug 25. 2021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미스터리 #2


 외조부댁이 창동에 있을 때 우리는 자주 맡겨지곤 했었

다. 친아빠가 돌아가시고 몇 년 안되어 엄마가 일을 하느라 바빴기 때문에 할머니 댁이 우리의 두 번째 집이었다.


 가을을 벗어나 추운 겨울로 향하는 날로 기억한다. 7살의 나와 5살의 여동생은 할아버지 댁에서 놀고 있었다.

마침 그날은 주말이었는지 엄마와 삼촌까지 함께여서 도란

도란 웃음리가 울려퍼지는 저녁이었다.

 저녁을 먹은 후에는 별 할 일 없이 TV를 시청했던 일상이었

다.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과 엄마는 거실에서 TV를 시청하며

담소 중이었고 우리는 방 안에서 작은 TV를 보고 있었다.




 내가 우연히 어둑해진 하늘처럼 깜깜한 창문을 쳐다봤는데

그것이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내가 창문을 바라보자 나타난 건지, 그것이 나타나서 내가

쳐다본 건지는 모르겠다.


 그것은 사람의 손바닥 모양이었다. 마치 내게 보여주려는

듯 펼쳐진 커다란 손바닥이 창문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잠시 동안 그것의 존재를 파악하려고 쳐다봤는데 사람의 손이라고 하기에는 하얗고 뿌연 형상이었다. 한동안 쳐다보는데도 사라지지 않자, 그제야 무서움을 느낀 나는 꽤액 비명을 질렀다.


 " 할아버지! 엄마! 여기 이상한 게 있어요!! " 하고 거실을

 소리쳤고 누군가가 쏜살같이 방으로 뛰쳐 들어왔다.


 " 뭐고? 누가 있? 어이! "

 야구 방망이를 찾아들고 황급히 들어온 사람은 할아버지

였다. 겁에 질린 나는 할아버지에게 이상한 손 같은 게 있다

며 창문을 가리켰고 괴이한 그것은 어느 틈에 사라지고 없었다.

 나는 도깨비라도 본 기분에 로잡혀 멍하니 그것이 사라진

창문을 응시했었다.




 그 일이 있은 후, 나는 여동생에게 '그것'에 대해 말해주었

다. 그리고 궁금했던 걸 물으려는데 동생이 먼저 대답했다.

 " 언니도 그때 그 손을 봤던 거야? 나는 나 혼자만 본 줄

알았지. "

 그리고 동생도 내가 기억하는 것과 똑같이 그 손이 브이자

를 하고 있었다고 얘기했다. 혹시나 했는데 동생도 그것을

본 것이었다.


 나와 여동생 중에 한 사람만 봤다면 단순한 착각이었다고

넘길 수도 있었을 텐데, 그것을 우리 둘이 동시에 봤다는 사

실은 그 이상한 손의 존재에 신빙성을 더해주다.

 

 지금도 그 손이 사람의 손이었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귀신이나 유령의 손이었는지는 알 수 없는 미스터리다. 다만, 그것이 사람의 손이었다면 그 손의 주인이 어떻게 2층 집 창문에 손이 닿아서 그런 기괴한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그 저녁에 남의 집 창문 앞에 사다리를 갖다 놓고 손가락 쇼를 한다?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해서? 어떻게 생각해봐도 해 안 되고 당한 일이다.




 남편이 내 얘기를 듣고 집단 환영을 본 게 아니냐는데 검색

해보니 그런  나오지 않았고 '공동 환각'이라는 현상을 명하는 기록은 있었다.


 그렇다면 나와 여동생이 본 것은 결국 현실세계에 없는

귀신이나 유령 같은 존재의 손이었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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