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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comestories Jan 13. 2021

모피가 뭐길래.

빈티지 가게를 하기 전에는 퍼 소재 아이템을 입지 않았다. 채식할 정도의 행동주의자는 못 되어도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마지막 양심의 보루였다고 해야 할까. 퍼 코트 특유의 느낌은 에코퍼 제품을 사는 것으로 대체했다. 

바잉을 하러 출장을 가거나, 시장을 가면 빈티지 가죽 제품이나 퍼 제품이 꽤 보인다. 가게를 운영한지 일 년 차에는 소재가 걸려 셀렉하지 않았다. 앱을 개발하면서 중고거래의 사회, 경제, 환경적 가치를 공부하며 시각이 변했다. 새롭게 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에 만들어진 제품을 잘 선별해서 소개하는 것도 여러모로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 리얼 퍼의 가벼움과 따뜻함의 소재적 특성과 장점을 그렇게 재사용하는 것도 친환경적 소재를 개발하거나 연구하는 것 못지않게 필요한 일이다. 

옷장에 평생 처음 퍼코트가 걸려있다. 새 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최소 3배 이상 저렴하고, 따뜻하고 가벼우며, 무엇보다 환경에 무해하다는 점이 맘에 든다. 손님들에게도 좋은 제품이 있으면 간간이 가져와 판매도 하고 있다. 

얼마 전 퍼 코트 하나가 정말 맘에 드는데 평소에 동물보호를 위해 채식도 하고 있어서 구매해도 될지 모르겠다고 망설이는 손님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지점에서 고민했던 시기가 있었기에 나의 경험을 토대로 이야기를 드렸더니, 본인이 고민하던 것이 해결되었다고 고맙다고 하셨다. 짧게 입어지고 버려질 수도 있었던 핑크색 퍼 코트는 그렇게 좋은 주인을 만났다. 

내가 가진 가치관이 더 넓은 관점에서는 또 다른 선택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빈티지와 함께하는 시간 속에서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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