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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파네마 Jun 14. 2018

몽골, 초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몰랐던 몽골의 매력


겨울이 가고 여름이 찾아오니, 불현듯 몽골 생각이 난다. 여름이 왔다는 것은 몽골을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는 것이니까.


한국에서 3시간 반. 다소 생소한 여행지이지만 알고 보면 몽골은 세 시간 반이면 닿는 꽤 가까운 나라이다.

초원, 사막, 호수. 한국에서 3시간 반 거리에 이렇게나 완벽한 나라가 있다. (화장실 빼고...!) 몽골에 초원만 있는 줄 알고 있는 당신을 위한 본격 영입 글



광활한 자연이 만들어내는 자연경관


대부분 몽골 하면 첫 번째로 떠올리는 이미지가 초원이 아닐까. 본인도 이곳에 오기 전까지 초원만 있는 줄 알았으니 말이다. 이는 엄청난 착각이었음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초원과 사막만 있는 줄만 알았던 몽골에 오니 유럽 못지않게 아름다운 산과 호수들이 지천에 널려있다.


도시로 이동할 때마다 매일이 새로웠다. 날씨가 흐린 날에는 몽환적인 분위기 때문인지 마치 아이슬란드에 있는 것 같았고, 낙타를 타고 고비사막을 가로지를 때는 두바이에, 홉스굴 호수에서 보트를 탈 때는 여기가 유럽인가 싶어 작은 두 눈을 몇번이나 껌뻑 거렸는지


1주일 내외의 시간을 가진 여행객들은 주로 북부의 홉스굴 혹은 남부의 고비 사막 둘 중에 하나만을 택하여 다녀오는데, 우리 팀의 경우 짧은 일정이지만 두 곳에 다 가보고 싶다는 욕심 하에 9박 10일 안에 두 곳을 다 가기로 했다. 덕분에 거의 일정의 반 이상이 이동이었지만!


차 강소 브라가 Tsagaan Suvarga


몽골어로 '하얀 탑'이라는 뜻을 지닌 기암절벽 차강 소브라가. 오래전 바다였다는 이곳은 지질 활동으로 융기한 뒤 오랜 세월 바람에 침식되어 이색적인 자연경관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욜링암 Yolyn Am


고비 사막 내에 위치한 욜링암은 독수리보다 더 큰 새를 뜻하는 ‘욜리’와 부리를 일컫는 '암'이라는 단어가 합쳐진 것으로 새의 부리를 닮아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아시아의 알프스라는 별명처럼 자연경관이 너무 아름다워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던 장소 중 하나. 과거에는 빙하 수준으로 협곡이 얼어있었는데 현재는 많이 녹은 상태라고


홍고린엘스(고비사막) Khongoryn Els


고비사막은 중국과 몽골에 걸쳐 있는 아시아 최대 사막으로 일반적으로 사막하면 떠오르는 모래사막이 아닌 대부분 암석과 초원 지대로 이루어진 사막이다. 또한 별 관측지로도 유명해 많은 여행객들이 별로 뒤덮인 하늘을 기대하며 많이 찾고 있다.


모래언덕... 쉽다고 하면 안되갓구나

홍고린엘스는 고비 사막에서도 가장 큰 모래언덕으로 모래 알갱이가 바람에 부딪히는 소리가 마치 노래처럼 들려서 '노래하는 언덕'이라고 불린다. 언덕 정상에 오르면 그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데,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 언덕을 오르는 것이 생각보다 꽤 어렵다. 만만히 봤다가는 피땀 눈물~~~


비양작 Bayanzag

'불타는 절벽' 바양작은 몽골의 그랜드캐년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차강소브라가와 살짝 비슷한 느낌인데 세계 최대의 공룡 화석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홉스굴 Khovsgol

제주도의 1.5배.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 홉스굴. 호수보다는 바다 같은 느낌을 준다. '어머니의 바다'로 불리는 홉스굴은 세상에서 가장 맑은 호수 중 하나로 바닥이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하다.


어쩜 이리도 맑을 수가!


테를지 국립공원 Terelj

일정상 몽골을 길게 여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여행지이다. 수도인 울란바토르에서도 가까워 당일로도 충분히 다녀올 수 있다. 초원과 바위산 그리고 강까지 모두 어우러진 매력적인 명소.



미치도록 불편하지만 미치도록 낭만적인, 게르


밤이 되면 난로에 불을 지펴 공기를 데우고, 공기가 따듯해지면 밖에 내다 놓아 차가워진 맥주를 가지고와 난로 앞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한다. 달아오른 분위기에 취해 게르의 문을 열고 나가면 주변에 불빛 하나 없이 깜깜한 밤하늘에 별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게르의 낭만


몽골에서만 볼 수 있는 거주형태이자 자연 풍경과 어우러져 하나의 경관을 만들어내는 게르는 최근에 방영된 효리네 민박에서도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자주 옮겨 다녀야 하는 유목민들의 생활과 몽골의 순탄치 않는 날씨에 딱 맞는 거주형태인 게르는 짓고 다시 만드는데 두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차를 타고 달리고 달리다 보면 ‘정말 이런 곳에 숙소가 있어?’라고 생각할 만한 곳에 게르가 덩그러니 등장한다.


세면대는 물론이거니와 화장실도 없고, 튼튼한 텐트 같은 게르는 불편함이 이만저만이 아니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함께'라는 것에 소중함 배운다. 음식을 같이 해 먹고 아침에 씻을 때는 서로 물을 부어주고, 화장실을 갈 때면 같이 망을 봐주고. 불편함이 마치 함께 사는 법을 알려주는 것 같다.



꼭 무엇을 하지 않아도 괜찮은


언제부터인가 누군가 좋다고 한 곳을 꼭 가야 하고, 맛있었다고 한 식당을 지도에 표시해 두었다가 가는 팔랑귀 습관이 생겼다. 사실 그 사람은 모든 식당을 가본 것도 아니었을 터이며 지극히 주관적으로 평가했을지도 모르지만,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도 안 가면 왠지 손해 보는 것 같은 기분에 언제부터인가 피곤한 여행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몽골에서는 반강제적으로 누군가의 후기를 쫓는 여행이 불가능했다. 맛집 정보를 얻는 것도, 혹 정보를 얻었더라도 직접 찾아가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므로. 수도인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는 순간 사방을 둘러봐도 초원뿐인지라 전적으로 가이드가 데리고 가는 곳들만 졸졸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오랜만에 꼭 맛집을 가지 않아도, 어딘가 소위 ‘핫한’ 곳에 가지 않아도 마음이 편안했다. 맛집과 카페가 그리고 누군가의 후기가 여행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하지 않는 여행이어서 더 좋았다.


꼭 그런 곳을 가지 않아도 괜찮은, 꼭 그것을 먹지 않아도 괜찮은 다 비슷비슷한 여행.



고개를 들지 않아도 별이 보이는 곳

북두칠성이 선명히 보인다.
살짝 보이는 은하수. @포토 바이 레이크팍


많은 사람들이 몽골을 가고 싶어 하는 이유 중에 하나가 별을 보기 위해서가 아닐까. 사실 본인도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져 내리는 사진을 보고 몽골에 대한 로망을 키운 것도 있었다. 실제로 몽골은 사방이 초원인지라 굳이 고개를 들지 않아도 별이 눈 앞에 총총 떠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빌딩으로 가득 찬 서울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몽골에 가는 이유의 90%가 별 때문이라면 보름달이 뜨는 시기는 무조건 피해서 가도록 하자. 몽골에 가면 무조건 엄청나게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었는데, 본인은 아쉽게 보름달이 떠버려서 환하게 초원을 비추는 바람에 별이 그리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다행히 일정이 긴 덕분에 달이 조금씩 초승달로 변해가면서 위의 사진과 같이 많은 별들을 보긴 했지만, 아쉽게도 깜깜한 밤하늘에 완벽히 별만 가득 찬 밤하늘은 보지 못했다. 그래도 이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운 밤하늘이었기에.




함께하는 동행이 주는 즐거움


"몽골 여행 어땠어?"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친구들이랑 9박 10일 엠티 다녀온 것 같아"라고 대답한 기억이 난다. 화장실 갈 때를 제외하고는, 아니 화장실도 거의 오픈되어 있었으니 24시간 내내 붙어있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함께 시간을 보냈더니 마지막 날엔 안구가 촉촉해져 숨기느라 혼났으니까.


몽골은 다른 여행지와 달리 나 홀로 자유여행이 어려워 대부분 기사님과 가이드를 구해 팀 단위로 여행을 한다. 인원이 많아질수록 경비를 절약할 수 있다 보니 4~6명이 팀을 이뤄 여행을 떠난다. 본인의 경우도 몽골 여행카페에서 일정을 맞춰 나머지 동행들을 구했는데, 커뮤니티에서 구한 동행들이 이렇게 합이 잘 맞을 줄이야 생각이나 했겠는가


이동이 5~6시간은 기본인 몽골 땅에서 우리를 실은 봉고차는 노래방이 되었다가, 서로의 어깨를 빌려 쪽잠을 청하는 보금자리가 되었다가. 맘 속 깊이 숨겨 놓았던 이야기를 터놓는 비밀의 장소가 되었다가.

인터넷도 잘 터지지 않는 오지 환경 덕분에 오래간만에 스마트폰이 아닌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



편한 여행이 아닌 불편함이 계속되는 여행지인지라 동행들의 존재는 더욱 빛을 발했다. 며칠 머리를 감지 못해 생긴 까치집을 보여주는 것은 기본, 화장실 갈 때 투철한 사명감으로 망 몇 번 봐주다 보면 어느새 전우애 비스므리한게 생겨 여행이 끝날 무렵엔 저절로 가족이 되어있다.

 

좋은 풍경도 함께 감탄하니 아름다움이 배가 되었고, 봉고에 바람이 빠져 난감한 상황에서도 함께 웃으며 이겨낼 수 있었다. 다들 여행을 좋아하는지라 한국에 돌아와서도 다 같이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몽골 여행의 재미를 가장 크게 좌지우지하는 것이 동행이 아닐까. 당신의 여행을 엄청나게 행복하게 만들어주거나 최악의 팀원을 만날 경우 최악으로 만들지도 모르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꼭 좋은 동행을 만나기를!!! 굳-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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