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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ar MANO Dec 31. 2023

근본 없는 작가 천명관을 응원한다.

근본 없는 예술가를 좋아한다. 한번 내 관심으로 들어왔던 사람들의 소식을  가끔씩 찾아보는 편인데 천명관이 그렇다. 어느 해 여름 소설 ’ 고래’를 단숨에 읽었고 작가가 궁금해서 잠깐 덕질을 했었다. 내가 살았던 전농동에서 어렵게 살았던 일화는 작가를 더 가깝게 느끼게 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보험외판원, 골프용품판매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 30대에 근본 없이 영화계에 뛰어들었고 40대엔 근본 없는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의 작품 ’ 고래’. 그 당시 고래는 소설의 작법을 무시하였고 근본 없는데 재밌다는 평이 대세였다. 예를 들면 ‘이야기의 힘 하나만으로 재밌는 글을 만든다고 해서 이것을 뛰어난 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라는 평. 그런 평들에 작가는 자기가 소설이나 영화를 대학에서 공부한 사람이었다면 이런 평들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자기 안에 고졸이라는 열등감이 늘 존재한다고. 이렇게 솔직히 말하는 천명관이 좋았다.


자기의 이야기가 삐끕을 넘어서며 지식인의 시선이 되어가는 것을 경계한다고 말하는 천명관. 천명관은 자기 안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들을 어떤 맥락이나 구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써 내려간다고 한다. 그렇게 써 내려간 서사는 작가 내면의 이야기이고 또 그건 우리 내면의 이야기가 된다. 여러 메타포와 상징성을 가지고 있어 오만가지 해설이 나올 수 있는 작품을 즐긴다. 그런 의미에서 천명관의 고래가 나에게는 그랬다. 의도하지 않았으나 인간의 내면에 흐르는 인간공통의 이야기를 썼고 그래서 오만가지 해석의 여지가 있는 작품이다.


오늘 또 우연히 천명관을 검색하다가 멘 부커상 최종수상 후보작이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근본 없는 천명관을 응원한다.

다음번엔 꼭 수상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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