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기술이면 당연히 잘 팔릴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대표님, 지금 우리 제품이 SNS에서 터졌습니다.
진짜로 곧 해외 진출도 가능할 것 같아요.”
나는 이 말을 열 번도 넘게 들었다.
창업 초기에 만나는 대표님들은 대부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광고 ROAS가 1500% 나왔어요.”
“후기가 막 쏟아지는데 감당이 안 돼요.”
“이번에 투자자 미팅도 잘됐어요.”
자신감 넘치는 얼굴. 흥분된 목소리.
나는 그 에너지를 응원하면서도 동시에 질문을 꺼낸다.
“상표는 등록하셨나요?”
“특허는 출원하셨습니까?”
그때부터 분위기가 미묘하게 변한다.
표정이 흔들리고, 말끝이 흐려진다.
“아직은요. 시장 반응 좀 보고 하려고요.”
“일단 제품부터 팔아보고, 잘되면 그때 준비하려 합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삼킨다.
그 말은 전장에 무기 없이 나간 병사의 말과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열정이 있어도, 검과 방패 없이 싸움에 나서면 오래 버티지 못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지킬 무기가 없다면, 반응이 좋아도 그건 오래가지 못하는 반짝임일 뿐이다.
자본도 부족하고,
인력도 적고,
유통망도 없다.
그래서 더 빠르고 똑똑하게 움직여야 한다.
기술 하나로 승부 보는 건 매력적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 기술이 금세 베껴지고
브랜드 이름조차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는 실제로 이런 브랜드들을 봤다.
브랜드 이름을 짓고 마케팅을 시작했지만
상표 등록을 미뤄 경쟁사에게 이름을 뺏긴 경우
수년간 개발한 조성물 기술이 있었지만
출원을 미루다 유사 기술에 선점당한 경우
투자까지 받았지만
IP 기반이 없어 기술력만으로 방어가 안 되는 경우
나는 그런 브랜드들의 ‘죽음’을 너무 많이 봐왔다.
그 브랜드는 완벽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들은 먼저 지킬 준비를 했다.
조성물, 제형, 용도 등 특허를 계단처럼 출원했고
브랜드명은 확정과 동시에 상표를 등록했고
제품 출시 전, IP 포트폴리오를 먼저 갖춰두었다
결국 대기업조차
“저 시장은 들어가면 피 본다.”
며 손을 뗐다.
기술이 아니라 전략으로 살아남은 브랜드였다.
나는 변리사로서
수많은 창업자의 희망과 절망, 생존과 실패를 지켜봤다.
같은 시장, 같은 제도 안에서도
어떤 브랜드는 망하고, 어떤 브랜드는 살아남는다.
그 차이는 기술력이 아니라, 전략이다.
특허는 경쟁자를 향한 검이고
상표는 고객을 향한 언어다.
출원일은 다시 오지 않는 기회이며
IP 포트폴리오는 시장을 둘러싼 성벽이다.
법 조항이나 판례를 나열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기술만 믿었다가 무너진 브랜드,
작지만 제대로 준비해서 살아남은 브랜드의
실제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누군가에겐 경고가 되길 바란다.
좋은 기술만 있다고 안심하지 말라.
지금 당장, 지킬 준비부터 하라.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길 바란다.
자본이 부족해도, 전략이 있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작은 브랜드도, 똑똑한 무기로 큰 적을 이길 수 있다.
기술은 이미 충분하다.
이제는 지킬 준비를 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