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틈 에세이 #5. 현재의 나를 과거의 나와 나란히 세워두며
세상은 유난히 빠르다.
특히, 내가 멈춰 선 것만 같을 때 더욱 그렇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초조해지고, 비교하고, 조급해진다.
비교는 어느새 익숙한 습관이 되었다.
과거에는 주변의 ’누군가‘를 상대했지만,
이제는 ’과거의 나‘를 오늘의 나와 나란히 세워둔다.
과거의 나를 기준으로 현재의 나에게 점수를 매기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잣대를 들이댄다.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할 때마다 깊은 패배감에 빠진다.
이 감정은 어쩌면 나 자신의 만족보다 타인의 시선을 더 의식하고 있다는 증거일지도 모른다.
한번 크게 무너져 본 경험이 있기에,
다시는 실패하고 싶지 않는 마음,
동시에, ’그럼에도 잘 살아가는 사람‘ 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 또한 간절하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의 나는 느리다.
어쩌면 남들에게는 정말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이 멈춤의 시간 속에는 묵직한 죄책감이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나는 나의 의지를 탓하고 속으로 되뇌인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앞으로 가고 있을 텐데.“
이 한 문장이 나를 끝없이 조급하게 만든다.
쉬어야 할 시간조차 성과와 숫자로 증명해야만 안심하는 사람처럼.
어쩌면 뒤처진다는 이 감정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그저 나이가 쌓이고, 책임이 늘며, 선택지가 좁아지는 것 같다는 막연한 두려움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멈춰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이 순간에도 나는 여전히 느낌과 생각과 두려움을 안고 하루를 살아내고 있다.
앞서가는 사람들 틈에서 나 혼자 남겨진 것 같아도,
지금의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버티고 있다.
어쩌면 이 ’버팀‘ 또한 하나의 움직임일지도 모른다.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그냥 그렇게 믿어보고 싶다.
조금씩.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