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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한 Apr 04. 2016

권도균의 스타트업 경영 수업

매번 조금이라도 더 나은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사업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건지 불안한 건 어쩔 수 없다. 이럴 때는 누군가가 '나만 믿어. 내가 말하는대로만 하면 돼.' 라고 하는 말에 의지하고 싶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비록 정답이 없는 길이라는 걸 알면서도 말이다. 게다가 그 말을 신뢰가 가는 사람이 한다면, 그 방향이 내가 생각했던 것과 일치하는 부분이 많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느꼈던 감정은 '위안'이었다. 다행히 내가 생각하던 것들이, 믿던 것들이 틀린 것이 아니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 '이렇게 하지 마라' 등의 표현이 들어간 문장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그런 식의 내용으로 가득찬 이 책이 싫지 않았던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아래 내용이었다. 


기업은 이익을 추구하긴 하지만 기업의 이익은 목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하기 위해 필요한 수단이다. 즉 이익은 경영의 목표가 아니라 결과다. 이익을 위해서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잠재 고객의 필요와 고통에 관심을 기울이고, 이를 해결하는 가치를 창조하는 혁신을 이루어야 한다. 이를 잘하면 성공한다.

p.74, '자신만의 이타적 사명을 가져라' 중에서


자본주의 사회다. 20대 중반의 날 고민하게 했던 건, 인류와 사회에 아무리 도움이 되는 것일지라도 그것이 돈이 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일이 된다는 점이었다. 그건 내가 생각하기에 분명한 이 사회의 시스템, 바로 자본주의의 한계였다. 마냥 사회가 마음에 들지 않던 20대 초반을 지나, 무엇을 하면서 살아가야 할까를 결정해야 했던 20대 중반이라는 나이에 그건 내 나름대로는 심각한 고민이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시대적인 흐름에서 이전의 사회 시스템과 비교해 보았을 때, 자본주의는 최소한 돈을 벌 수 있다면 신분이나 종교 등의 제약 없이 그 인류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돈을 벌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옳고 그름이라는 가치 판단은 결여되어 있다는 맹점이 있다. 때문에 돈만 되면 무엇이든 괜찮다는 식의 고삐풀린 자유로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최소한 이전의 사회 시스템보다는 분명 많은 면에서 자유롭고 진보된 형태라는 점은 부정하기 힘들다.


어찌보면 내가 스타트업을 하게 된 것도 스스로 이런 생각에 다다랐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기업의 목표가 이윤 추구였다면 나는 스스로 회사를 만들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수익을 낼 수만 있다면 내가 만들어내는 무언가를 통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변화시켜 나갈 수 있고, 그 점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기에 나는 스타트업을 시작한 것이다.


사실 나는 이런 생각이 나 혼자만의 것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렇게 다른 사람의 책에서 내 생각했던 것과 유사한 믿음을 발견하는 것이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는 이런 인식이 굉장히 보편화된 인식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은 이 책의 장점과도 맞닿아 있다. 이 책은 선언적이고 단언적인 표현이 많다. '어떠해야 한다' 라는 식의 당위를 말한다. 이를테면 아래와 같은 부분이 그렇다. 


회사들 가운데 자신의 본업과 고객에는 정작 관심이 없는 조직이 얼마나 많은지! 그것에 대해 회의도 하고 계획도 세우지만 진짜 관심은 없고 관성으로 한다. 이미 해볼 것은 다 해봐서 더 할 것은 없다고 단정한다. 회사가 어려워지는 것은 경쟁이나 시장이나 거시적인 경제 침체가 원인이 아니라 바로 그 회사 조직들의 이런 고객에 대한 무관심과 패배주의 때문이다.

p.163, '고객을 숫자로 파악하지 마라' 중에서


위의 내용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나 역시 동의하는 바이다. 다만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만약 이런 상황이라면 어떻게 변화시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이 없다는 점이 아쉽다. 물론 그 조언이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테고, 다양한 방법들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는 이렇게 했다' 라는 경험,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존재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접근법을 사용했으며, 그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해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면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기억에 남겨 두고 싶은 부분이 굉장히 많았다. 아래에 이어지는 책 내용의 인용과 짧은 나의 생각이, 줄인다고 줄였는데도 상당히 길다.


떠날 때를 생각하고 시작하라

p.29


시작(Start-up)하는 사람들에게 끝을 생각하라는 것이 아이러니하기도 한데, 굉장히 의미있게 다가온다. 나는 어떤 끝을 바라면서 이 길을 시작하는 걸까. 무엇을 꿈꾸는 걸까.


창업자의 엑시트는 단지 회사의 주식을 팔아 개인이 큰돈을 버는 것보다 더 큰 사회경제적 자산을 비축하는 과정이다.

p.31


이 책에서는 엑시트 경험을 한 경영자와 자유로운 돈이 이 사회에 비축된다고 했는데, 나는 하나를 더 보태고 싶다. 사회의 경험이다. 정직하고 올바르게 사업을 해서 성공한 사업가가 있다는 사실, 그 자체가 이 사회에 주는 큰 영향이 있다. 좋은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마치 스티브 잡스처럼 세상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믿음, 어린 나이에도 마치 빌게이츠나 마크 주커버그처럼 세계 최고의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 그런 사회적인 경험이 축적된다. 이는 우리 사회가 가장 빈약하고 또 간절히 필요로 하는 것이기도 하다.


일상의 기록을 남기고 모으는 서비스를 만들면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과거에 일기를 수년 동안 꾸준히 써 왔거나 일상생활을 기록한 경험에서 나온 노하우나 혜안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사업을 추진하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서비스를 쓰도록 만들 수 있는 깊이 있는 관심이 아니라 단순한 호기심에 불과한 것이다.

p.51,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돌아보라' 중에서
"아쉽게도 성공 요인 대부분은 창업 단계에서 이미 결정되었다. 확인하고 싶다면 당신이 과거 5년 혹은 10년간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돌아보라. 그것이 답을 말해줄 것이다."

p.52, '무엇을 하고 살았는지 돌아보라' 중에서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고 시작해야 한다.

p.58, '잘 모르면 쉬워보인다' 중에서


내가 무엇을 하고 살았을까, 내가 남들에 비해 좀 더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역시 컴퓨터과학, 그 중에서도 보안. 농구나 글쓰기도 제법 괜찮겠다.

지금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 대해 가장 큰 걱정이 바로 이 부분이기도 하다. 나는 중고거래에 대한 이해도도, 상품권 사용에 대한 친숙도도 결코 높지 않다.


사업하기 좋은 날은 없다

p.53


어차피 언제든, 무엇을 하든 시간을 투자해야만 하기 때문에 트레이드 오프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에게 있어 지금 사업하기에 가장 좋은 날이다.


베타 서비스에서 항상 등장하는 이야기가 있다.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는데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는 말이 빠지지 않는다.

p.67, '가짜로 진짜를 만들 수 없다' 중에서


이 부분은 사실 가짜 데이터와 가짜 사용자로 마치 진짜로 서비스가 잘 작동하는 것처럼 속여 투자를 받으려 했던 사람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타임잇의 경우는 실제로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는데 고객이 증가'했다. 두 가지 생각이 동시에 든다. 하나는 정말 이러한 상황이라면 투자자들에게 이런 상황의 우리를 어필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이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 그리고 다른 하나는 베타 서비스란 것이 원래 마케팅 없이도 고객이 어느 정도 증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생각했는가? 생각대로 바로 실행했는가? 한두 달이 지났는데 여전히 말과 생각 그리고 준비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가? 실행력과 속도는 스타트업의 생명이다.

p.81


창의력과 열정은 입 근처에서 놀 것이 아니라 손 근처에서 놀아야 한다. 열정을 말하는 데 불태울 것이 아니라, 프로그래밍 같은 것을 배우는 데 쏟는 것이 진정한 열정이다. 슬랙을 만든 슬랙테크놀러지의 CEO 스튜어트 버터필드는 슬랙 서비스 사전 공개 2주 전에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말로 우리는 지독히 잘해야 합니다. 앞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탁월함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 이유는 이것입니다."

p.82


다행히 말과 생각에 머물러 있지는 않은데, 뭐라도 하겠다고 하고 있기는 한데, 안타깝게도 지금의 나는 실력이 모자람을 느낀다.


중요한데 결정하지 못하거나, 결정은 했는데 조직에서 실행이 안 되고 있는가? '관료화된 조직'의 증상이다. 대기업만 관료화되는 것이 아니다. 인원이 많고 조직이 비대해야 관료화되는 게 아니다. 두 사람으로 구성된 조직도 관료화될 수 있고 관료적으로 일할 수 있다. 일의 본질과 고객의 가치에 집중하기보다 형식과 절차를 우선시하는 것이다. 관료화된 조직의 특징은 효율을 위해 노력하거나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기보다 직원을 늘리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추진력은 바닥을 기는데 인원이 늘어나면 관료화의 증세는 더 깊어지고 추진력은 더 떨어진다. 관료화되는 우너인은 다른 조직에서 그렇게 배웠기 때문에 그것만이 일을 해결하는 방식이라고 오해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지만 진짜 원인은 조직의 신뢰 부족 때문에 일의 효율이 떨어지며 관료화가 진행된다.

오늘 이야기한 것이 내일 고객의 손에 들러졌는가? 반대로 홈페이지에 틀린 단어를 발견했는데 며칠 동안 혹은 몇 달 동안 고쳐지지 않고 있는가? 전화로 제안된 개선 사항이 통화가 끝나기 전에 수정되는가? 아니면 고객 게시판에 올라온 좋은 제안이 수개월 동안 거기에 등록되어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는가? 스타트업의 생명력은 실행력과 속도다. 두려움과 게으름과 관료화를 이겨내 달리는 창업가가 성장 속도의 시원한 바람을 얼굴로 느낀다.

p.85, '두려움과 게으름과 관료화를 이겨내라' 중에서


무서운 말이다. 관료화. 사실 이 부분을 읽을 당시에는 특히 더 아프게 느껴졌다. 바로 우리가 그런 모습이라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관료화란 조직의 관료화를 말하는 것 같다. 개인의 매너리즘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개개인이 열심히 하더라도 그 조직은 관료화 될 수가 있는데, 그건 효율적이지 않은 의사결정 구조나 분명하지 않은 역할분담과 같이 조직의 시스템이 나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스타트업을 하기 이전부터 오랜 시간을 함께 일해온 사람과 함께하는 것이 여러모로 장점이 있는 듯 하다.


"(최고 경영자가 추진하는) 그것(집요한 개선)이야말로 그저 그런 것과 위대한 것의 차이입니다."

p.86


So Steve Jobs. Keep in mind.


'한 곳에 다 모아둘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몇가지 알고리즘 혹은 빅데이터 기법으로 맞출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 남들은 못하고 잇는데 자신은 특별하다는 환상을 버려야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잘할 수 있을지 보인다.

p.97


이제는 그나마 좀 덜한 것 같은데, 이 책이 쓰여질 당시만 해도 빅데이터와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대한 환상이 가득했다. 특히 기술적 이해도가 부족한 비이공계열 사람들은 이 글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마치 빅데이터 기반에 머신러닝 기법만 쓰면 모든 것을 다 알아낼 수 있는 것처럼 말하고 다니거나, 혹은 그걸 믿었다.

지금도 역시 마찬가지다. 알파고와 함께 유명해진 인공지능과 딥러닝,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모두 그렇다. 무슨 기술을 쓰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결국 그 만들어진 결과물이 사용자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느냐가 중요한거다.


자사 제품과 서비스의 잠재 고객이 지금 어디에서 욕망을 채우고 있는지, 전환 비용이 무엇이고 얼마나 높은지를 알고 그것을 넘어설 만큼의 차별화된 제품을 만들거나 전략이 있어야 한다. 순진한 짝사랑으로 눈이 먼 창업자들이여, 어서 눈을 뜨기 바란다.

p.103


당연한 이야기지만 스타트업을 깊이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쉽게 빠지는 함정인 것 같기도 하다.


"여러분은 먼저 문제 인터뷰를 실시해야 합니다. 여러분은 솔루션에 온 관심을 집중하고 있겠지만 문제에서 솔루션을 분리하고 문제에만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목표는 해결할 가치가 있는 문제를 찾는 것입니다. 그리고 고객은 솔루션에 넌더리가 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생활을 더 편리하게 만들어준다는 마법의 상품에 관한 선전을 끊임없이 접합니다. 그러나 상품을 선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고객의 진짜 문제를 간과하고 있습니다."

p.104
사업을 발표할 때 이야기해야 하는 것은 제품이나 기능이 아니라 자신의 가설, 풀려고 하는 문제다. 제품보다 제품을 만들게 된 배경이 더 중요하다.

p.116


특히 두 인용문 중 위의 재인용된 부분, 솔루션이 아닌 문제에 집중하라는 지적은 굉장히 날카롭다. 논문 쓸 때 문제 정의problem definition가 중요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서류로만 보면 괜찮은 회사들이 대부분 실패하는 이유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그쳤기 떄문입니다. 사람들이 원하긴 하지만 간절하지는 않은 무언가를 만드는 것은 실패로 가는 지름길이며,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조차 알아차리기 힘듭니다. 여기 두 종류의 접근이 있습니다. 많은 사용자가 조금씩 좋아하는 것을 만들거나 소수의 사용자가 열렬히 사랑하는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입니다. 아주 중요한 조언을 하겠습니다. 소수의 사용자가 사랑하는 것을 만드세요. 소수의 사용자가 사랑하는 것을 많은 사람이 사랑하도록 확장하는 일이, 많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을 많은 사람이 사랑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쉽습니다."

p.107


굉장히 좋은 조언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어 기쁘다. "소수의 사용자가 사랑하는 것을 만드세요." 과연 그렇다면, 지금의 타임잇은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걸까.


마지막으로 가장 큰 흡인력을 가지면서 오래 지속할 수 잇는 중요한 가치 요소는 '고통스러운 것'이다. 무언가 고통스러운 상황에 잇는 고객은 해결책이 있다는 소문만 들어도 제 발로 뛰어와 제품을 자발적으로 산다. 시장은 좀 작더라도 고객의 즉각적인 반응과 강한 충성도를 가진 탄탄한 사업을 만들 수 있다.

나는 이를 일컬어 '비즈니스 모델의 가치 5단계'라 한다. 1단계 재미와 흥미, 2단계 있으면 좋은 것, 3단계 필요한 것, 4단계 없으면 안 되는 것, 5단계 고통스러운 것이다. 당신의 비즈니스 모델이 추구하는 가치를 여기에 대입해보라. 고객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이나 어떤 분야에서 '없으면 안 되는 것'을 찾아라. 만일 발견하고 그 사업을 시작하면 로켓을 타는 즐거움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p.108


일부분 동의하고, 또 일부분은 동의하지 않는다. 과거 페이스북이 없었지만 우리는 고통스럽지 않았다. 아이폰이 없다고 고통스러웠던 것도 아니다. 구글 이전에도 수많은 검색엔진은 존재했고, 구글에 비해 정확하지 않은 검색 결과를 알려주었지만 그것 때문에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물론 고객이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해결할 수 있다면 그건 좋은 사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필수조건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사업 계획서를 검토해달라고 자료를 보낸다. 열어 보면 사업 계획서가 아니라 제품 기획서다. 제품이 어떤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할 것인지, 무슨 가치를 고객에게 줄 것인지를 정리하는 것이 사업 계획서의 출발점이다. '무엇을 만들 것인지'를 생각하지 말고, '왜 그것이 하고 싶은지, 그리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물어야 한다. 프로그래밍이나 홈페이지나 데이터 베이스, 회원 가입이 없어도, 종이와 연필과 프린터로도 그것이 동작하는지 실험할 수 있다.

스타트업이 투자자에게 보여줄 첫째 목표는 '내가 제품을 만들 능력이 있다'가 아니라 '내 사업 가설이 동작한다'이어야 한다.

p.117


좋은 조언 감사합니다.


제품-시장 궁합으로 이루어진 비즈니스 아이디어는 소모품과 같다. 여러 측면에서 검증하면서 사람들에게서 '와우!' 하는 반응을 얻지 못하면 미련 없이 버려라. 미련 때문에 여기저기 땜질해 억지로 우기며 재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제품을 미리 만들어놓고 마케팅에 돈을 쏟아부은 후에는 매몰 비용 때문에 버리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렇더라도 땜질하고 항생제로 변형된 '수퍼' 비즈니스 모델에 감염되지 마라.

pp.119-120


Wow Factor 이야기인데, 그렇다면 타임잇은 지금 어떤 상태인걸까. 분명 Wow 반응은 아닌 것 같은데 말이다.


요즘 스타트업 창업의 열풍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대기업이 장악하던 시장에 뛰어들어 승리하고 있다. 그 성공의 원리가 앞에서 이야기한 기술과 자본과 차별화된 멋진 마케팅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진짜 원리는 다른 곳에 있다.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이 규모와 효율을 추구하느라 잃어버린 고객 만족을 다시 고객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바로 스타트업을 성공으로 이끄는 혁신의 원천이다. 즉 성장과 효율을 추구하는 경영과 고객 만족 경영의 대결 구도에서 고객 만족 경영이 이기는 현상이 바로 오늘날 스타트업들이 대기업을 이기는 힘이다.

p.162


굉장히 좋은 지적이고, 완전히 동의한다. 


"경영의 목표는 뛰어난 사람들을 데리고 훌륭한 결과를 내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을 데리고 탁월한 결과를 내도록 만드는 활동이다. 세상에 뛰어난 사람들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이다."

p.183


정말이지, 좋은 사람을 뽑으라는 조언들을 보고 있으면 항상 드는 생각이 바로 이거다.

사랑해요 피터 드러커.


중간 관리자가 필요하긴 하지만, 도저히 버틸 수 없을 때까지 회사는 수평적이어야 한다. 수평적 조직이란 직급 없이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독립된 업무 권한과 책임을 갖는 것을 말한다.

p.198
조직 문화의 신뢰의 정점은 CEO다. 사람들은 친절한 CEO를 원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친절한 성격보다 일관되며 원칙을 따르는 CEO를 원하고 더 신뢰한다. 사장의 자리는 인간의 욕망과 속마음이 드러나는 위치다. 나도 모르게 베일 뒤에 가려 있던 탐욕이 가면을 벗고 등장한다. 나는 잘 모르지만 옆에서 보는 조직원들 눈에는 다 보인다. 훈수 두는 사람이 더 잘 보이는 것과 같다. CEO가 조직 문화의 방향과 회사가 추구해야 하는 가치를 결정하지만 스스로가 거기에 가장 먼저 복종해야 한다. 직원을 속일 수 있는가? 잠시 속기도 하지만 똑똑한 직원들은 CEO의 말과 행동과 표정의 미묘한 차이를 간파하고 통합성을 체크하고 간파한다. 감추고 싶어도 드러나는 것이 CEO의 인격과 욕심과 통합성이다. 조직 문화는 CEO의 인격에 대한 신뢰다.

p.219
사장이 하는 짓을 임원이 따라 하고, 임원이 하는 짓은 똑똑한 팀장과 직원들이 따라 한다.

p.284


아직은 그리 큰 조직에 몸을 담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그저 모호하게 그러려니 했던 부분인데, 훨씬 더 크고 다양한 조직에서 일했을 저자의 경험에서 하는 말이라 이런 부분은 확실히 힘있게 다가온다.


측정은 보고서를 치장할 표와 숫자를 수집하기 위해 하는 기업의 보조적인 활동이 아니다. 측정은 회사의 활동 목표를 설정하는 것 그 자체다.

p.226
측정, 측정만이 스타트업의 살길이다. 측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재무제표'를 읽는 능력 정도로 오해하거나, 홍보용으로 쓸 단편적 데이터 수집 정도로 평가절하 한다. 결론을 가지고 끼워 맞추거나, 잘못된 기준과 조작된 숫자와 통계로 가득 찬 수많은 쓰레기 보고서들로 CEO들은 질려버린다. '의도와 선입견' 없는 측정과 해석 능력은 인간에게서 퇴화되어 사라진 능력인가?

p.230


마지막의 시니컬하고 냉소적인 질문에 내 속이 다 시원하다. 공학을 전공하고 박사과정까지 밟고 있는 이 경험이 나는 비단 전공지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이 대표적이다. 주어진 데이터를 해석하고 그 원인을 추론을 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인 이공학을 공부함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태도이자 접근법이다. 종종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는'다는 표현을 보는데, 이는 끼워맞추기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하고 부적절한 접근법이다. 권도균 님 역시 공학을 전공했기에 이런 측면에 대한 지적이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직장 경험은 사람들에게 전문적인 능력을 길러주지만 동시에 매너리즘으로 물들이는 단점도 있다. 건성으로 현상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데 쉽게 익숙해진다. 피상적으로 그럴듯한 해석만 하면 더 이상 따지지 않는다. 상사도 관심의 깊이가 얕은데다가 한두 번 이상 깊게 따져 물었다가는 이상한 사람, 믿지 않는 사람, 꼬장꼬장한 사람, 성격 나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는다.

p.228


직장 생활을 해보지 않아 섣불리 말하기 두렵지만, 내가 느끼기에도 그런 것 같다. 슬픈 일이다.


경영자가 세세한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은 전부 다 알아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포괄적이고 거시적인 흐름과 현상을 가지고 해석하면 작은 예외 사항이나 예외적인 숫자와 현상을 보지 못하거나 무시하기 쉽다. 쉽게 피상적인 해석과 결론으로 도달한다. 자신의 해석이 맞지 않아 무시하려던 그 작은 예외적인 현상과숫자가 ‘왜 발생했는지’ 도대체 그런 예외적인 것까지 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해석은 없는지’ 끊임없이 질문하고 질문해야 한다. 나중에 알고 보면 포괄적인 숫자는 아무 것도 말해주는 것이 없거나 틀린 이야기를 해준 것이고 그 예외적인 구체적인 작은 사례가 정반대의 진실을 알려주는 경우가 많다. 현상의 원인이 ‘이것인지’, ‘’이것일 것 같은지’, ‘누가 이것이라고 말한 것인지’를 구분해야 한다. 자신이 ‘확인한 것인지’, ‘단지 짐작인지’, ‘남의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를 구분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진짜 그런가?’ ‘정말 그런가’, ‘왜 그런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주변 사람의 피상적인 해석을 확인해봐야 한다. 파고들어야 한다. 논쟁해야 한다. 누군가가 어떤 것이 전부인 것으로 말하면 그 반대 대척점을 만들어 반대 관점으로 물어봐야 한다. 이것이 비판적 사고의 훈련이고 창업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고 능력이다.

p.229


당연한 말이고, 나 역시 그러려고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이건 언제까지나 잃지 말아야 할 태도인 것 같다.


고객의 '말'은 틀릴 수 잇지만 '행동'은 항상 옳다. 그래서 고객의 칭찬의 말보다 행동을 관찰해야 한다.

p.232


특히 과거를 보아야 한다. 과거에 그러하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바뀔 리가 없다. 내가 만드는 무언가가 시장에 나오는 순간을 기점으로 고객들의 행동이 변화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CEO들은 스스로 아이디어가 많다고 자주 자랑하는데, 그 말은 돈만 많으면 하고 싶은 ‘취미 활동’이 많다는 말이다. CTO 역시 누리고 싶은 기술적 유희는 끝이 없다. 모두 ‘비전’이라는 탈을 쓰고 본업의 발목을 잡으며 돈과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그동안 돈이 부족했던 행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핵심에만 집중하고 있었을 뿐, 돈이 많아지자 이제 그 행운은 종말을 고한다. 대기업이 돈으로 시장을 왜곡한다고 비판하면서, 정작 스타트업들도 돈만 많으면 공격적으로 마케팅하고 공격적인 경영을 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한다. 둘 다 똑같은 약탈 자본주의 신념이다. 불완전한 비즈니스 모델이 돈 몇 억 원 더 있다고 성공하지 않는다.

p.246


돈이 부족했던 행운 때문에 핵심에만 집중하게 된다는 말이 굉장히 와닿는다. 큰 규모의 투자를 받고 나서는 서비스 컨셉과도 어울리지 않는 유명 연예인을 섭외해서 TV 광고를 하는 스타트업들을 보면 그들이 대기업과 다른게 무엇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 점 역시 비슷한 시각인 듯 하다.

결핍은 분명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가진 자원과 환경을 최대한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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