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갑자기 사라진 날
이 일화는 뉴왁이라는 동네에 살았을 때 생긴 일이다. 뉴왁(Newark)은 미국 뉴저지주에서 가장 큰 도시이자 주요 항구 도시로, 맨해튼 근처에 위치한 다문화 위성 도시이다. 그와 동시에 미국 내에서도 범죄율이 높은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특히 일부 지역은 갱단 활동이나 마약 문제로 악명이 높아 현지 사람들조차 공항 외에는 잘 방문하지 않는다. 나 역시 이곳이 위험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동시에 아파트 렌트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저렴했기 때문에 뉴왁 안에서도 비교적 안전한 동네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곳은 뉴저지 공과 대학(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옆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였다. 중국계 미국인인 새로운 여자 룸메이트도 구해 둘이서 월세 $2,000을 내며 살기 시작했다.
이사 온 지 6개월 즈음되었을까. 꽁꽁 얼어붙은 2월 셋째 주의 평범한 토요일 저녁을 보내고 있었는데, 문득 창밖을 보니 주차해 두었던 내 자동차가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다급해져 급히 아래로 내려가보니 내가 주차해 놓은 자리에는 깨진 유리파편이 잔뜩 흩어져있었고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내 자동차는 보이지 않았다. 그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고, 놀란 탓에 잠시 멍해졌다.
나는 곧바로 경찰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다
"차가 도난당한 것 같아요. 오후 두 시쯤 장을 보고 주차했는데 사라졌어요."
30분쯤 기다리니 두 명의 경찰이 왔다. 난생처음 내 몸집의 두 배는 되어 보이는 미국 경찰들과 마주해 대화를 나눴다. 그들은 내 자동차 정보와 보험, 사건 경위 등을 상세히 물었다. 내가 이런 일을 처음 겪는다고 하자, 경찰은 별로 놀라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만 해도 이 동네에서 차가 여섯 대나 사라졌어요.”
특히 요즘은 TikTok 때문에 현대자동차 도난이 더 심해졌다고 덧붙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국 현대, 기아 자동차 2015~2019년형 일부 모델에는 도난 방지 장치가 없어 SNS에 USB로 시동을 걸며 훔치는 '기아챌린지' 영상이 유행하고 있었다. 미국에서 국산차 타며 은근히 느꼈던 내 자부심이 그 순간 바닥으로 떨어졌다.
경찰들은 자동차를 찾으면 연락을 주겠다며 사건 접수 영수증을 건네고 떠났다.
'언제쯤 연락이 올까'
인터넷을 찾아보니 차를 훔쳐 부품을 빼돌린다는 글도 있었고, 결국 영영 못 찾았다는 후기도 많았다.
내가 잃어버린 이 차는 2년 전 뉴저지에 처음 이사 왔을 때 샀던 중고 세단이었다. 주행거리는 약 2만 마일 정도였고 사고이력도 없어, 신난 마음에 바로 $18,000을 지불했었다. 그런데 2년 만에 월세를 아껴보겠다고 이사 온 동네에서 바로 자동차를 도난당한 것이다. 물론 보험회사에서 사고 처리를 해주겠지만, 그 순간은 마치 2천만 원 넘는 돈이 공중에서 사라진 느낌이었다.
고작 26살 사회초년생에게는 이보다 더 억울한 일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아파트 주차장에 자리가 없어 건물 바로 앞 길가에 주차해 두었는데, 아파트에서는 어떠한 책임도 질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그렇게 4일쯤 지났을까. 예상보다 빨리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다.
"우리가 네 자동차를 찾았어! 이 견인 장소로 가면 볼 수 있을 거야."
두근대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며 주소로 우버를 불러 달려갔다. 가게에 도착해 차를 찾으러 왔다고 말하자 아저씨는 잠시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다. 운전해서 집에 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내 차가 눈앞에 나타났다.
으악! 이게 뭐야!
나는 그 자리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앞 범퍼는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 해졌고, 후드도 심하게 찌그러져서 엔진 내부가 훤히 드러나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차 안을 보니 USB로 시동을 걸기 위해 키박스도 완전히 부서져있었다. 자동차는 감정이 없는 물건이지만, 이렇게 찌그러지고 험한 꼴을 당한 모습을 보니 너무 안쓰러웠다. 마치 제대로 챙기지 못한 부족한 주인을 둔 것 같아 미안함이 몰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