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저지에서 자동차를 도둑맞다 2

도난 사건을 수습하며 느낀 책임과 성장

by 시상

경찰이 쓴 사건 보고서를 보니 집에서 10마일 정도 떨어져 있는 거리에, 차 시동이 켜져 있고 상처 투성이인 채로 발견이 됐다고 적혀있었다. 내가 다친 것도 아닌데 내가 아끼는 물건이 이렇게 망가져있다는 글을 보니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나중에 경찰인 친구한테 내 사건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물으니 단독 범행이 아니라 뉴왁 일대 조직적으로 일어난 사건이라 정확히 누가 범죄를 일으켰는지 알지 못한다 했다. 그 이후에도 사건 담당 경찰에게 범인에 대한 소식은 듣지 못했다.

police_report.png 당시 사건 보고서
지나간 일을 어찌 주어 담으리.


정신을 차리고 이 사건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차근차근 정리하기 시작했다. 먼저 집 근처 수리점들에 전화를 걸어 당장 자동차를 맡길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수리점을 정한 뒤에는 보험 회사에 상황을 설명하고 자동차 견인을 요청했다. 이후 경찰서로 가 필요한 서류를 출력받은 뒤 보험회사에 제출했다. 그때부터는 차 수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만 남아 있었다. 다행히 comprehensive 보험을 들어 둔 덕분에 총 $200불의 비용만 부담하면 되었고, 수리 기간 동안 발생한 우버 비용도 커버가 되어 경제적인 손실은 크게 줄일 수 있었다. 물론 이 사건을 계기로 내 보험비가 많이 오르긴 했지만.


주문해야 할 부품도 많고 페인트 작업을 비롯해 손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 수리에는 꼬박 한 달 정도가 걸렸다. 드디어 수리점에서 차를 찾으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다. 서둘러 달려가 보니,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깨끗해진 내 차가 주차장에 서 있었다.


휴 다행이다.


이 사건은 다행히 이렇게 마무리되었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 자동차가 갑자기 사라지는 악몽을 꾼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나와 주차장을 둘러봤을 때 차가 바로 보이지 않으면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다. 나에게 가장 비싼 물건이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걸 한 번 겪고 나니, 무언가를 가진다는 기쁨보다 그것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이 더 크게 느껴졌다. 트라우마라는 게 참 아무렇지 않게 내 삶 속에 자리 잡는듯하다.


돌이켜보면 미국에서 또 한 번 나를 단단하게 만든 사건이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혼자 사건을 수습해 나가며 느꼈던 외로움과 막막함이 너무 오래 남지 않기를, 그래서 언젠가는 이 기억도 아무렇지 않게 떠올릴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IMG_6669.HEIC 다시 찾은 내 금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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