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지는 일은 늘 어렵다. 연애를 하든, 누군가와 친구가 되든, 마음이 조금만 깊어지면, 나는 어느 순간 내 마음을 움켜쥐곤 했다. 내 마음이 앞으로 달려 나가는 걸 멈출 수 없었다. 온갖 감정이 뒤섞여 내 안에서 요동쳤다. 기쁘고 좋은 감정보다 먼저 찾아오는 건 걱정과 두려움이었다.
‘이 사람이 언젠가 떠나가겠지?’
‘지금 이렇게 좋은데, 내가 더 좋아하면 힘들어질 거야.’
‘이 관계가 끝나면 나는 또 한동안 아무것도 못 하겠지?’
나는 가까워질수록 멀어질 걱정을 먼저 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끝을 생각하는 나를 보고 상대방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런 마음은 연애에서만 생긴 게 아니다. 살면서 가까웠던 여러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예고 없이 멀어졌기 때문에 어른이 된 나는 걱정이 많아졌다. 어떤 관계에서든 두려움이 앞서는 겁 많은 어른이 되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좋아하고 의지했던 친구였다. 학창 시절 내내 붙어 다니던 친구였다.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고, 사소한 농담 하나만 봐도 바로 웃음이 터지는 그런 사이였다. 어떤 날은 같은 버스에서 내릴 때 말 한마디 안 해도 ‘괜찮아?’라고 물으며 내 마음을 살피던 친구였다. 수능을 치고 해운대에 놀러 가서 우리 우정 영원하자고 비 오는 날 쩌렁쩌렁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그러나 성인이 되면서 친구와 나는 각자의 길로 가기 시작했다. 성인이 되며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대학에서 바빠지고, 일을 시작하고, 점점 연락이 뜸해졌다. 폰을 바꾸고, 이런저런 일을 겪고, 나는 친구의 전화번호도 모르게 된 채 그저 ‘아, 그때 그런 친구가 있었지.’하고 추억할 뿐이었다.
나는 별일 아닌 듯 “괜찮아, 다들 그러고 살지.”라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상실감이 너무 컸다. 친구가 날 버린 건 아니었다. 그저 우리는 서로 천천히 멀어졌을 뿐이었지만, 나만 제자리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사람을 좋아하는 내 모습을 보는 건 좋았지만, 그만큼 사람을 잃을까 봐 무서웠다. 그 상대가 친구이든, 연인이든, 지인이든 간에 가까워지고 친해지기 시작하면 한편으로 이 사람을 잃을까 봐 걱정했다. 관계가 친하면 친할수록 그런 걱정도 커졌다. 나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았다.
나는 내가 더 좋아할까 봐 무서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마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가까워지면 더 애쓰고, 더 많이 잘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만큼 나는 더 지쳤고, 더 불안해졌다. 상대는 생각도 못 하는 무게를 혼자 만들어내고 떠안고 있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쓰고 있다는 사실을 들키는 것도 두려웠다. 상대가 혹여 나는 우습게 볼까, 넌 내가 없으면 안 되지? 라고 할까 두려웠다. 그래서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조금은 덜 좋아하는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그런 척은 오래가지는 않았다. 좋아하는 마음은 들키기 마련이니까. 마음이 들킨 뒤 상대가 조금이라도 변하는 것 같으면 나는 혼자서 과하게 흔들렸다. 그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게 되면 그 사람의 하루의 일정, 연락, 작은 표정 하나에도 내 감정의 반 이상이 흔들리곤 했다. 내 하루는 상대방이 쥐고 있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관계가 깊어질수록, 나는 조금씩 나 자신을 잃어버리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헤어짐은 아프겠지만, 나는 유독 관계의 끝을 크게 의식했다. 아마 어릴 때 겪었던 버려짐의 기억들이 내 안에 오래전부터 가라앉아 있었던 것 같다. 어떤 형태로든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일은 용기가 필요했다. 동시에 내게 두려움을 유발했다.
이 감정을 누군가에게 솔직하게 말하는 건 쉽지 않다. 누군가에게 “나는 너와 가까워질수록 더 무서워져.”라고 말한다면 그 사람은 분명 나를 이해하기보다 “왜 이렇게 예민해? 왜 시작도 안 했는데 끝을 생각해? 너 너무 빠른 거 아니야?”라고 말할지 모르니까. 사람을 좋아하는 건 잘못이 아닌데, 사람 때문에 무너지는 건 너무나 쉬웠다. 좋아하는 마음이 깊어질수록 내가 더 작아지고 초라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 알 수 없는 감정을 이해하고 싶었고, 동시에 이 마음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글에 담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이 즐겁기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어떤 사람들에겐 좋아하는 마음이 기쁨보다 더 큰 불안을 데려오기도 한다. 가까워질수록 편안해야 하는데 오히려 더 힘들어지고, 더 흔들리고, 관계를 지키기 위해 나를 놓아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혹시 당신도 그런 사람일까.
나는 이 글이 가까워질수록 어려워지는 모든 마음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는 서로에게 기대는 법보다 먼저 나를 지키는 법을 아직 잘 배우지 못한 사람들이니까. 지금이라도 괜찮다. 서로와 가까워져도 괜찮은 사람이 되는 연습을 함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