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불안형과 회피형 애착유형의 만남

by 이레 Ireh

현아는 정우를 정말 좋아했다. 사실 좋아한다는 말로도 부족했다. 그를 보면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겠다는 현아였다. 현아는 마음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이라 사랑이 생기면 감정이 순식간에 확 커지는 타입이었다. 그녀는 잘 표현했고, 그런 그녀를 보고 연애했던 남자들은 귀엽다, 적극적이라고 말했다.


정우는 현아와는 달랐다. 그는 조용했고, 부드러웠고, 늘 한 발 뒤에서 관찰하는 듯한 성향이었다. 현아는 처음엔 그 신중함이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좋았다. 신비하기도 하고 본인과 다른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러나 연애가 깊어질수록 정우의 신중함이 거리가 되어 돌아왔다.


금요일 저녁, 현아는 퇴근 후 정우에게 카톡을 보냈다. 금요일 밤이기도 하고 왠지 오늘 같은 날은 나가서 놀아야 할 것 같았다.


-오늘 뭐 해? 나 너 보고 싶어.


십 분이 지나도 회신이 없었다. 그녀는 핸드폰을 들었다가 놨다, 다시 들었다. 심장이 이유 없이 조급해졌다. 그녀는 한 번 더 카톡을 보냈다.


-바쁘면 바쁘다고 말해도 돼. 아니면 피곤하려나?


또 회신이 없었다.

한 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결국 참지 못하고 전화를 걸었다. 요즘 정우가 대화가 뜸한 것이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가 전화받았을 때, 목소리에 미묘한 피곤함이 섞여 있었다.


“정우야,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걱정했잖아.”

“어… 미안. 그냥 좀 쉬고 있었어. 피곤하네.”

“그럼, 말이라도 해주지 그랬어? 나 계속 기다렸잖아. 오늘 불금인데, 같이 나가서 놀자. 다른 친구들은 다 놀러 나갔어. 언제쯤 나올 수 있어?”


현아가 조금 짜증 난 말투로 말하자 정우는 잠시 뜸 들이다가 말했다.

“…그냥 혼자 있고 싶네, 오늘은.”

현아는 말문이 막혔다. 혼자 있고 싶다는 말이 너무나도 서운하게 들렸다. 현아는 꾹 참고 말을 이었다.

“혼자 있고 싶은 건 알겠는데… 그래도 한마디만 해주면 되잖아. 나는 네가 왜 아무 연락도 없는지 모르니까 걱정이 되지. 그리고 내가 맨날 나가자는 것도 아닌데, 오늘 같이 내가 나가자고 하면 좀 나와주면 안 되는 거야?”


정우는 잠시 침묵했다. 정우가 침묵할수록 현아의 불안은 증폭됐다. 결국 현아는 다다닥 말을 쏘았다.

“넌 내가 보고 싶지 않아? 난 오늘 하루 종일 너 생각만 했는데. 우리 여행도 가기로 했잖아. 그래서 알아보고 있었는데. 내가 싫어진 건지 난 정말 불안해. 너한테서 멀어질까 봐 불안해져. 나는 그저 네 목소리 듣고 싶었어. 근데 넌 나한테 전화도 심지어 카톡도 잘 안 보내잖아. 너 내가 싫은 거야? 헤어지고 싶은 거냐고.”

정우는 느릿느릿 말했다.


“네가 싫은 게 아니야. 그냥 좀 쉬고 싶어서 그래.”

현아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아는 불안형 애착 성향이었는데 그 특유의 확인 욕구 때문에 더 다가가고, 더 말하고, 더 함께 있고 싶어 했다. 그러나 정우는 회피형 애착 성향으로 감정의 밀도가 높아질수록 갑갑하다고 느꼈고 가까워지는 순간 갑자기 벽을 세웠다.


밤이 깊어질수록 혼자 있던 현아는 불안해졌다.

‘내가 너무 집착하는 걸까? 아니면 정우가 나를 진짜 좋아하지 않는 걸까? 아니면… 내가 뭔가 잘못한 걸까?’

반대로 정우는 침대에 누워 이런 생각을 했다.

“왜 이렇게 현아가 하는 행동들이 압박하는 것 같지? 난 분명 현아를 좋아하는데. 흠… 그래도 오늘 못 본다고 해서 나쁜 건 아니잖아. 왜 설명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는 그냥 혼자 있고 싶었을 뿐인데.”


다음 날, 현아는 밤새 고민하고 상상하다가 결국 말을 꺼냈다. 그녀는 이미 어젯밤 혼자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를 수 십 번 반복한 상태였다.

“너는 나 안 좋아하는 것 같아. 나만 좋아하는 것 같아.”

정우는 당황하며 말했다.

“아니야. 나도 좋아해. 근데 너처럼 표현하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그럼 어떻게 해? 나는 너와 가까워지고 싶은데… 너는 멀어지는 것 같단 말이야. 우리가 헤어지게 될까 봐 걱정돼. 이러다가 내가, 아니면 네가 서로를 싫어하게 되면 어떡해.”

정우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는 우리가 너무 빨리 가까워지는 게… 좀 무서워.”

현아는 헛웃음이 났다.

“나는 네가 멀어질까 봐 무섭고, 너는 내가 가까이 올까 봐 무서운 거네.”


둘의 마음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현아와 정우는 서로를 사랑했다. 그건 분명했다. 그러나 둘은 달랐다. 그녀는 다가가야 안심이 되는 사람이었고 그는 거리를 두어야 편안해지는 사람이었다. 결국 현아의 불안은 정우의 회피를 자극했고, 정우의 거리두기는 현아의 불안을 끝없이 자극했다. 그들의 사랑은 서로를 붙잡고 있는 것 같았지만, 실은 서로의 상처를 건드리고 있었다.


불안형과 회피형은 반대다. 불안형은 가까워져야 안심이 된다. 그래서 사랑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들은 연락이나 표현, 함께 있는 시간 등을 통해 안정감을 얻는다. 그래서 상대가 조금만 멀어져도 버려질까 봐 마음이 불안해진다.


반면 회피형은 거리를 두어야 편안하다. 감정이 깊어지면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느끼고 자신의 공간을 지키려고 한다. 이는 타인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에게 무너질 자신이 두려운 것이다.

이렇게 두 유형이 만나면 서로의 안전지대가 정확히 충돌하게 된다. 한 사람은 다가가고, 다른 한 사람은 물러나고, 둘 사이의 움직임은 자연스럽게 추격자와 도망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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