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집착하는 연애 (3)

by 이레 Ireh

무엇보다 이미 너무 많은 것을 허락해 버린 뒤였다. 거실의 홈캠, 위치 공유, 메시지 확인… 뒤늦게 “그만하자”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한참 지나온 것 같았다. 영후는 자신도 모르게 말하지 않아도 되는 일까지 미리 설명했다. 그는 보고하지 않아도 될 일까지 보고하게 되었고, ‘괜찮아, 사랑하면 이럴 수 있어’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데 익숙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수록 가슴 어딘가가 점점 더 조여오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영후의 여자친구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건 술 약속이 있었을 때였다. 영후는 평소처럼 편하게 웃으며 밥을 먹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얼굴이 굳고 스마트폰을 자꾸 확인했다. 식탁 아래에서 발을 떨기도 하고 대화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모임에 있던 우리들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다. 그리고는 여자 멤버들에게는 따로 말했다.


“이레야, 지은아, 수정아… 너희 잠깐만 빠져있으면 안 돼?”

영후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우린 동시에 서로의 얼굴을 바라봤다.

“갑자기 왜?” 내가 물었다. 영후는 난처한 듯 고개를 긁으며 말했다.

“이게… 여자친구한테 보낼 거라서. 너희까지 나오면 또…”


지은이 눈썹을 찌푸렸다.

“또? 여자친구한테 여기 여자애들 있다고 말 안 했어?”

영후는 한숨을 길게 내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말 못 했어. 아, 이게 그냥 청첩장만 받고 갈 자리였잖아. 너희 있다고 하면 못 가게 할 게 뻔하고… 너희 안 본 지도 2년이나 됐잖아. 난 잠깐 들러서 인사만 하려고 한 거였어.”


말을 듣는 순간, 우리 모두 표정이 굳었다. 이유를 모르겠는 불편함이 식탁 위에 낮게 깔렸다. 아무도 쉽게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영후의 표정이 너무 절실했다. 진짜로, 뭐라도 실수하면 큰일 날 사람처럼. 그 얼굴을 보니 괜히 우리가 미안해져 일단 이해해주기로 했다.


우리가 자리를 비켜주자 영후는 급하게 음식을 앞에 두고 사진을 찍었다. 밥, 숟가락, 남자 셋. 사진을 몇 번이고 확대해서 확인한 뒤 바로 여자친구에게 전송했다. 표정은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지은이가 참지 못하고 말했다.


“야… 너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뭐냐.”

영후는 억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 내 여자친구가 걱정이 많아서 그래.”

그러자 수정이 바로 받아쳤다.

“그게 걱정이라고 생각해? 그건 집착이지.”

영후는 당황한 듯 손사래를 쳤다.

“아니야, 집착까지는 아니고… 그냥 좀… 남들보다 불안이 많아서 그래.”

지은이가 날카롭게 대답했다.

“무슨 불안이 그 정도로 커? 그 정도면 너 못 믿는 거 아니냐? 내가 보기엔 그냥 스토킹인데?”

영후는 다소 불편한 얼굴로 시무룩해져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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