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또 다른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위해서 열심히 준비 중인데요, 만만치 않은 주제를 선택하다 보니 준비 시간이 매우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백화점에 갔다가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수두룩하게 만났어요. 이 우연한 만남이 너무 반갑고, 제가 몰랐던 새로운 브랜드들도 많아서 글로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이전에도 한번 정리했던 적이 있는데, 그 뒤로도 많은 브랜드들이 새로 생겼나봐요. 제가 미처 몰랐던 브랜드들도 있고요. 모두 반갑네요.
제가 만난 친환경 마켓은 '지구장'이라는 이름의 행사로, 현대백화점과 환경부, 환국환경산업협회가 함께 기획하여 24개의 친환경 브랜드를 소개합니다. 현대백화점 신촌점, 중동점, 목동점, 판교점에서 만나볼 수 있고, 날짜는 아래 기사를 참고하세요. 아이디어 좋은 업사이클링 브랜드들이 많더라구요.
친환경,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다양한 브랜드들을 모아 열심히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트임팩트라는 사회적기업이 있습니다. BLUEORB는 아트임팩트에서 운영하는 브랜드로,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로 만든 가방, 파우치 등입니다. 페트병 9개로 리사이클 폴리에스터 원단을 제작해 '이치백'을 만든다고 하네요. 이외에도 자투리 가죽 원단을 활용한 상품, 폐그물을 재활용한 수영복 등등 다양한 제품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페트병과 버려진 가죽을 재활용한 원단을 제작해 직접 판매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커피 소비량은 2018년 기준 1년에 353잔 정도라고 합니다(1). 그만큼 커피 원두를 담은 마대자루, 커피찌꺼기 등의 폐기물 또한 만만치 않게 많습니다. 보통 커피 자루는 한번만 사용되고 버려지는 일회용 제품이라고 하네요. 싱글 듀얼리티는 이 커피 자루를 활용해서 가방을 제작하는 브랜드입니다.
이 브랜드도 커피자루를 재활용하여 제품을 제작합니다. 하이사이클에서 활용하는 원단은 세척과 재가공 공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일반 황마소재를 활용했을 때보다 97% 절감하여 한국환경산업기술원에서 부여하는 탄소발자국 인증을 받았다고 합니다. 커피자루 이외에도 호텔에서 버려지는 질 좋은 패브릭 제품들을 업사이클링하여 다양한 생활용품을 비롯해 반려동물 제품들도 많이 제작하고 있습니다.
버려진 유리공병을 업사이클링해서 컵, 캔들, 꽃병 등을 제작하는 브랜드입니다. 라홍이라는 일러스트 디자이너 님의 그림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들 그림을 그려넣었어요. 그림 색감이 진짜 따뜻하고 예쁘네요. 제 기억으로.. 홈페이지는 아직 제작 중이라고 하셨던 것 같아요.
플러스사이클
마그넷이에요! 비닐봉지, 과자봉지를 업사이클링해서 제작한 제품인데, 정말 인상깊었어요. '분말스프' 로고가 보이는 등 이렇게 실제로 비닐봉지였던 시절을 엿볼 수 있도록 제작해서 그걸 보는 것들이 되게 재밌더라구요. 비닐 제품 특유의 은색 광택도 마그넷으로 살리니까 은근 고급스럽게 느껴지기도 하고요. 이런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등은 가장 만연해있는 플라스틱인 만큼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는데, 새로운 제품으로 활용하신 것을 보니 반갑습니다. 그런데 여기가 사이트 제작 중이라고 하셨던 곳인지 헷갈리네요...
저렇게 '분말스프' 라는 익숙한 글자가 아주 재치 있지 않나요?
EARNING
시멘트 포대, 차양막 등을 업사이클링하여 카드지갑을 제작하시거나, 페트병을 재활용한 리사이클 원사를 활용하시는 등, 리사이클, 업사이클 다양하게 하시네요.
Overlab
레저스포츠 소재를 업사이클링하여 제품을 제작합니다. 대표적으로 다 쓴 패러글라이더, 요트 돛, 텐트 원단 등을 활용합니다. 그만큼 가볍고 튼튼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다고 하네요. 지금은 경마패드의 업사이클링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계신가봅니다. 기대되네요.
플라스틱 없이도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다양한 생활용품들을 제시합니다. 지속가능한 고민을 하는 여러 브랜드들이 입점해있고, 천연 수세미, 대나무 칫솔 등등 생활 전반에서 사용하는 모든 제품들을 플라스틱이 아닌 소재로 만들고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안전한 제품을 위해 고민한다고 합니다.
여성 노동자들의 다양한 수공예 제품을 공정한 가격으로 거래하는 공정무역 브랜드입니다. 핸드메이드 제품들인데, 색감과 문양이 정말 너무 예뻐요. 사진을 제대로 못 찍어서, 사이트 들어가서 살펴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KOMAL HAATH의 방석과 러그가 눈에 들어오네요. 이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가치 있는 제품들을 여럿 판매합니다. 제가 이전에 소개한 적이 있는 브랜드들도 몇개 눈에 보이네요.
사실 고백하자면, 사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 지속가능한 소비를 고민하는 건 정말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저 스스로도 부딪히는 부분들이 많아요. 이 다양한 고민들은 분명 가치 있지만, 분명 제조과정이나 폐기과정에서의 한계점도 있을 거구요. 또 한편으로는 소비와 폐기라는 행위가 분리되기 힘든 만큼 진정한 '지속가능'한 소비란 불가능한 것 같다는 근본적인 회의감도 있구요.
그렇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해온 보통의 소비보다는 이런 고민이 담긴 소비가 훨씬 가치 있는 것은 맞죠. 더 많은 사람들이 보통의 플라스틱 제품을 쓰는 것보다 업사이클링, 리사이클링 제품을 사용하면 할수록 더 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고 하죠. (Rome was not built in a day) 지금 당장 180도 바뀔 수는 없을 테니, 작은 부분부터라도 서서히 작은 고민에서 시작해서 큰 변화 이끌어내는 것이 지금 바라볼 수 있는 가장 낙관적인 목표 아닐까요. 지속가능한 소비가 보통의 소비가 될 때까지!
그러니 되도록 여기서 사봅시다. 물론, 정말로 필요할 때!
(1) 김종인, "왜 한국인은 연간 350잔이 넘는 커피를 마실까" 시사저널, 2020.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