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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Apr 11. 2021

『우리가 날씨다』

채식으로 가는 길

지구를 위한답시고 옷 사지 말자고 외치는 와중에도, 채식의 필요성은 점점 깨닫고 있었다. 공장식 축산업은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배출하며, 소와 돼지를 먹이기 위해 많은 숲이 파괴되고 경작되는지. 들려오는 이야기는 많았고, 맛있는 음식을 너무 좋아하는 나는 그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었고, 나는 채식을 시작했다.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에서 제시하는 데이터는 충격적이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 따르면, 소들을 나라라고 치면 이 나라는 중국과 미국에 이어 온실가스 배출에서 3위를 차지한다. (115쪽)
메탄 배출의 37%, 이산화질소 배출의 65%는 축산업 탓이다. (107쪽) 메탄의 온실효과는 이산화탄소의 34배, 이산화질소는 310배다. (110쪽) 메탄과 이산화질소는 대개 음식 섭취로 인해 생기기 때문에 줄이기 쉽다. (111쪽)
인간은 해마다 650억 마리의 닭을 먹는다. 한 명당 약 여덟 마리 반이다. (105쪽) 선진국의 닭 소비가 개도국의 닭 소비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고려하면 여덟 마리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치킨에 미쳐있다면.
인간이 사용하는 담수의 3분의 1이 우리가 키우는 동물에게 가는 반면, 가정에서는 약 13분의 1만을 사용할 뿐이다. (102쪽) 우리가 집에서 물을 아끼려고 용을 써도, 고기 소비를 줄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숲을 벌목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벌목된 숲이 더이상 흡수하지 못하는 이산화탄소를 고려한다면 가축은 연간 전세계 배출량의 51퍼센트를 차지한다. (116-117쪽)


이 데이터를 보고도 더이상 고기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외면할 수는 없었다.


한 명의 완전한 비건보다
100명의 어설픈 채식주의자가 낫다


『나의 비거니즘』이란 책을 쓰신 보선 작가님이 잡지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이다. 완벽한 비건은 아니더라도, 줄이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어려우니까 아예 안 해'가 아니라 '어려우니까 조금씩 조금씩 실천하고 확대해나가자, 노력하자.' 이게 정답인 거였다.


소고기는 가장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고기니, 1순위로 배제했다. 그리고 돼지고기와 닭고기도 먹지 않으려고 한다. 초코파이는 영원히 안녕이다. 해산물과 유제품, 달걀은 허용하는 페스코 베지테리언에서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꽤나 마음 단단히 붙잡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혹에 한번 지게 되었다면 거기서 세상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다음 다시 마음 잡고 또 마음 잡고 이렇게 어설프더라도 지속적인 채식을 하려고 한다.


상황에 따라 육식도 허용하는 '플렉시테리언'이라는 개념도 있고, 한국형 채식주의인 '비덩주의'도 있다. 육수를 사용하는 한국음식 특성상 완전한 육식을 배제하려면 선택의 폭이 많이 좁아지기 때문에, 덩어리로 들어가는 고기를 배제하는 것이다.


이 다양한 채식의 개념이 말하는 것은 분명하다. 채식은 누구나 할 만하다. 다들 같은 어려움에 부딪히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다양한 방법으로 채식을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생각보다 이 어설픈 채식, 효과적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 따르면, 소고기 1kg을 생산하면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는 13.3kg이라고 한다.[1] 그리고 자동차 1km을 운행에 약 292g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걸 고려했을 때, 소고기 1kg을 먹는 건 자동차로 44.3km를 달리는 것과 같다. 찾아보니까 서울시청에서 인천시청 가는 정도?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음식 1인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시한다(121).

소고기 3kg

치즈 1.11kg

돼지고기 0.78kg

가금류 0.57kg

달걀 0.40kg

우유 0.32kg

쌀 0.07kg

콩류 0.05kg

당근 0.03kg

감자 0.01kg


다시 한번 자동차를 운전할 때 1km당 292g의 탄소가 배출된다는 걸 기억하자. 완전한 비건이 아니어도, 효과는 충분히 있다. 솔직히 출근해서 점심 바깥에서 먹는데 비건이라고 굳이굳이 불편을 초래하고 싶지 않다면, 소고기나 치즈나 돼지고기 정도는 피한다든지, 오늘 먹었으면 내일 안 먹든지, 모두 다 괜찮다. 우리 모두가 '자제'한다면 충분히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이렇게 완벽하지 않더라도 열심히 채식을 해보려고 다짐했다.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계속 방향이 틀어지더라도, 다시 되돌리고 되돌려서 꾸준히 채식을 시도하려 한다. 세상의 모든 비건과 채식주의자들을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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