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희량 Jul 16. 2021

오래오래 신고 싶은 친환경 신발, LAR

Buy less, Choose well, and Make it last

지금까지 '지속가능한 패션'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브랜드를 찾고 공유드려왔습니다. 이제는 제가 소개드린 게 일부분에 그칠 만큼, '지속가능성'을 대문에 걸고 나오는 브랜드와 제품들이 참 많아졌습니다. 재활용 플라스틱을 활용한 제품도 정말 많이 보이구요. 환영할 만한 움직임이죠.



이런 변화가 반가우면서도, 동시에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짙어지곤 합니다. 무엇이 지속가능하고, 어떻게 지속가능해야 하는지, 또 얼마나 지속가능한지에 대해서요. 예를 들어, 재활용을 해도 세척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나 에너지 사용, 추가적인 자원 사용 등을 생각하다 보면 100% 완전하지는 않을 거잖아요. 물론, 최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에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작은 시도라도 환영하지만요.


이번에 좋은 기회가 생겨서 LAR이라는 브랜드의 제품을 겪어볼 수 있었는데, 이 브랜드는 조금 남다른 고민을 하고 있더라구요. LAR에서 추구하는 방향은 제가 지금까지 글 말미에 항상 적어온 문구에 대해 한번 더 생각해보게 만들었습니다.  


Buy Less, Choose Well, Make it last
- 비비안 웨스트우드





LAR


LAR은 친환경 제품을 제작하는 신발 브랜드입니다. 재활용 소재, 생분해가 가능한 소재, 천연 소재를 활용해서 가장 친환경적인 신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LAR 신발 한 켤레에 담긴 환경적 가치


LAR은 신발을 구성하기 위해 다양한 친환경 소재를 찾아냈습니다.

가죽 - 버려지는 자투리 가죽 재활용, GRS(Global Recycled Standard) 인증

신발끈, 메쉬(신발에 그물과 비슷하게 짜여진 부분) - 플라스틱 페트병 6개를 100% 재활용

스니커즈 인솔 - 코르크 나무 껍질, 고무나무 원액

러닝화 인솔 - 천연 인진 쑥과 대나무 원사

아웃솔 - 천연 고무, 생분해 가능한 소재 사용


생분해 소재 아웃솔
페트병 1개로 만든 신발끈


신발의 모든 구성요소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고민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특히, 공장식 목축업으로 인한 환경 문제공감하고 있는 요즘이라 자투리 가죽을 활용한 게 참 반갑더라구요.


LAR은 리뉴얼 작업을 지속적으로 진행해서 친환경 소재 비율을 높이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2017년에서 2019년에는 친환경 소재가 포함된 비율이 평균 44% 정도였는데, 2021년에는 94%로 2배 이상 확대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친환경 소재를 100% 활용해서 신발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하니, 앞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친환경 소재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을 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이 확연히 보이더라구요.


그런데, 제가 주목한 LAR의 차별점은 따로 있습니다.


오래 신을 수 있는 컬러, 디자인을 고민하는 것이
스타일에 대한 진정한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오래 신을 수 있는 신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점입니다. LAR은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영향 받지 않으면서, 동시에 대중적인 디자인과 색상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신어도 튼튼할 수 있도록 내구성에 대해 고민합니다. 소비자가 제품을 오래 사용하는 것이 브랜드의 책임이라고 말하는 것이 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빠르게 생산하고 빠르게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이 자리잡은 지금, 중요한 메시지를 건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속가능성'에 주목하는 요즘, 제가 추구할 수 있는 지속가능성이 뭘까 고민이 많았습니다. 재활용 폴리에스터를 활용하거나 친환경 재료를 활용한 제품이 점점 많아지는 건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렇다고 사고 싶은 대로 다 사는 게 지속가능하진 않을 것 같거든요. 환경적인 문제가 심각한 가장 큰 원인은 소비주의입니다. 그래서 LAR에서 말하는 '내구성'과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우리 제품을 사라고 홍보하면서도, 오래오래 신어서 자주는 오지 말라고 넉넉하게 웃음지어 보이는 듯했어요. 우리 옷 사지말라고 광고한 파타고니아가 이런 느낌일까요?





EARTH KNIT


LAR의 많은 제품 중 'Earth Knit'라는 제품을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Earth Knit는 무게 206g 중 205g이 친환경 소재로 구성되었대요. 약 99.5%입니다. LAR의 신발 중에서 친환경 소재 비율이 가장 높은 제품이에요. 친환경 소재 100%의 목표에 많이 다다른 것 같네요. 박수를 보냅니다.


니트를 활용한 신발로, 페트병 7.5개를 활용해서 갑피와 신발끈을 만든 신발입니다. 홑겹 니트로 만들어서, 무게를 줄였대요. 인솔은 대나무 원사로 제작되었고, 천연 쑥의 향균작용을 담았다고 합니다. 아웃솔은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생분해가 가능한 소재로 제작되었구요. 매립 시, 4개월 내에 88% 생분해 작용이 진행된다고 합니다. 신발을 폐기할 때, 아웃솔 분리해서 LAR로 보내면 매립지로 전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은 조금 아쉬웠어요. 신발이 다양한 소재로 구성되는 만큼, 분리배출이 필요할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LAR에서 온전한 제품을 받아서, 플라스틱 부분은 소재로 활용하고 생분해 가능한 부분만 매립지로 전달하는 등의 순환 시스템을 마련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Earth Knit도 어김없이, 유행을 타지 않는 디자인과 색상을 고민한 제품입니다. 무채색의 색상과 심플한 디자인이 차분한 감성을 전달하네요.






REVIEW


직접 신어본 후기 공유합니다. 우선, 택배도 FSC 인증마크 붙은 친환경 인증 종이박스에 종이테이프 붙여서 왔어요. (FSC는 Forest Stewardship Council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된 목재를 사용한 제품을 인증하는 국제인증시스템입니다.) 포장재 하나 허투루 지나치지 않았습니다. 친환경 소재에 진심이 느껴졌어요.


지구를 위한 가벼운 발걸음


LAR의 브랜드 소개글인데요, 실제로도 정말 가벼운 신발이에요. 걸을 때 아주 가뿐해요. 그리고 탄성이 참 좋습니다. 버스 놓칠까봐 전력질주하는데, 아스팔트를 발바닥과 함께 밀어주는 느낌이었어요. 가벼운데 탄성까지 좋으니, 뛰기 편하더라구요. 속리산 세조길에 폐목을 재활용해서 목재블록을 깔아둔 구간이 있는데, 푹신푹신한 느낌까지는 아니어도 블럭에 탄력이 있는 느낌이라 훨씬 걷기 편하거든요. 딱, 이 느낌이 들었습니다. 실제로 이 목재블록에 공을 튀기면 더 높이 튀어오른대요. 제 발바닥에 따르면, LAR 신발 바닥도 다른 신발 바닥보다 공이 더 높이 튀어오를 것 같다고 합니다.


source - blog.naver.com/PostView.naver?isHttpsRedirect=true&blogId=changjo4800&logNo=221051122674


그리고, 귀엽습니다. 특유의 동글동글한 모양이 은근한 귀여움을 줍니다. 유행 타지 않는 디자인이라고 했나요. 심플하고 동글동글한 게, 트렌디하지는 않지만 유일무이한 귀여움이 있어서 금방 질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신발을 험하게 신는 편인데, 이 신발은 오래오래 신고 싶습니다. 조심히 신을게요.







산드라 크라우트 바슐의 『쓰레기 거절하기』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산드라의 딸은 지속가능한 삶을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아이인데요, 한번은 스키복을 사야 했습니다. 그래서 우선 중고마켓을 뒤지고 뒤져봤는데, 크기나 상태, 색상, 취향 등 딱 들어맞는 걸 찾기가 무지 어려웠거든요. 친환경적인 선택지는 거의 없구요. 그 과정에서 산드라도 그의 딸도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사실 이런 경험, '지속가능'이라는 단어를 조금이라도 신경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겪어봤을 거예요. 최대한 지속가능한 소비를 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세상이 안 도와줄 때가 있잖아요. 저도 당근마켓을 온종일 뒤질 때 참 힘들고 회의감도 들고 그렇더라구요. 점점 많은 사람들이 환경에 신경을 써서 좋은 제품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지만, 대다수의 선택지를 차지하지는 않습니다. 물건 하나 사는데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시는 분들이 아직 많으실 거예요.


그래서 이렇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열심히 고민하는 브랜드가 반갑습니다. 이런 브랜드가 아주아주 많아져서, 사람들이 신발을 살 때 아디다스나 나이키 말고 이런 브랜드를 먼저 생각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Buy Less, Choose Well, Make it last
- 비비안 웨스트우드




※ 브랜드로부터 제품을 제공 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참고해주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