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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Mar 22. 2023

인간중심적 사고를 고발한다

올해 초, 스키아파렐리 2023 스프링 쿠튀르 컬렉션이 논란을 가져 왔다. 모델이 동물의 머리와 가죽을 몸에 걸치고 등장했던 것이다. 스키아파렐리는 실제 동물이 아니고, 인공의 재료로 제작한 것이라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자와 표범의 머리를 달고 당당히 런웨이를 활보하는 모습이 ‘트로피 사냥’을 떠올린다는 것이다. 육식동물의 사체를 통해 인간의 힘과 우월함을 과시하는 모습이다. 여기서 동물의 진위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동물의 머리와 가죽을 몸에 자랑스럽게 걸치는 인간중심적 관점이다.



스키아파렐리 2023 S/S Couture, 이미지 출처: Vogue



2022년 한 해를 뜨겁게 달군 책이 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은 ‘분류학’이라는 저명한 과학 분야의 오류를 고발한다. 비늘과 같은 외부 생김새로 어류를 분류했으나, 내부를 뜯어보면 서로 너무나 다른 종이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폐어는 연어보다 소와 더 가깝고, 심지어 인간과도 상당히 가깝다고 한다. 어류라는 분류는 무의미했다. 인간은 지극히 인간중심적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판단하고, 분류한 것이다. 그 시각은 굉장히 협소했다.


이 책은 분류학의 잘못만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다.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분류학자의 생애를 통해, 인간중심적 사고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 드러낸다. 조던은 생물을 분류하는 과정에서 못생겼다는 이유로, 또는 타 생물에 기생한다는 이유로 열등하다는 딱지를 붙였다. 인간적인 기준으로 생물의 등급을 나눈 것이다. 심지어 이러한 위계를 인간에게도 적용했다. 유색 인종, 장애인, 지능이 낮은 사람들을 하등하다고 믿었고, 우수한 인간만 진화시키기 위해 열등한 인간은 강제 불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미국 곳곳에서는 ‘열등한’ 인간에 대한 불임화가 수없이 시행되었다. 조던의 이야기는 세상을 일방적으로 해석하는 사고방식의 폭력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인간중심적 시각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박혀 있다. 산업화 이래 자연을 무분별하게 개발하고 착취해온 역사에서도 발견할 수 있고, 사람을 인위적인 계급으로 나누고 차별해온 역사에서도 볼 수 있다. 제국주의, 식민주의, 인종차별주의. 자신이 속한 집단이 가장 우월하다는 오만, 스스로 세상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은 모든 폭력의 역사에 깔려 있다.



<데우스 엑스 마키나>라는 웹툰에는 신이 나타나 직접 상벌을 내리는 세상이 나온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한 소년이 아픈 엄마의 수술을 위해 개구리를 잡아 팔았는데, 신이 개구리를 살리고 소년은 죽도록 내버려 둔 것이다. 인간의 삶이 개구리의 삶보다 중요하지 않다는 단호한 메시지였다. 당연히 소년을 살리길 바라고 예상했던 많은 독자들이 충격을 받았다. 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은 가장 우월하지 않고, 가장 중요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우리 삶의 주인공일 수는 있지만, 세상의 주인공일 수는 없다. 당신은 어떤가? 당신은 얼마나 세상을 일방적으로 바라보고 있는가?


우열을 가리지 않고, 위계를 만들지 않고, 착취하지 않고, 공생하고 포용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인간중심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이게 바로 환경과 인권 문제를 가득 껴안은 현대 사회를 조금씩 개선할 수 있는 실마리지 않을까.






이 글은 단대신문에 연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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