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5월, 문화재청이 국가유산청으로 바뀌었다. 국가유산청이 새롭게 시작하며 주목한 것은 바로 ‘한복’이다. 새로 취임한 최응천 국가유산청장은 고궁 주변의 퓨전 한복을 비판하며, 한복의 개념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관광객들이 거리에서 입는 퓨전 한복은 전통 한복의 고유한 구조, 형태, 관례와 맞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옳은 지적이다. 화려한 패턴, 레이스, 금박, 반짝이로 잔뜩 꾸며진 퓨전 한복의 모습은 분명 우리가 아는 단아한 한복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페티코트를 넣어 부자연스럽게 부풀린 치마, 단단하고 입체적인 형태로 잡힌 어깨선도 마찬가지다. 자연스러운 주름과 곡선이 나타나는 한복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외국인이 퓨전 한복을 보고 우리의 전통 복식이라고 오해할까 우려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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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결과다. 퓨전 한복이 한복이라고 불릴 수 있는 이유는, 고름이나 깃처럼 ‘한복스러움’을 쉽게 전할 수 있는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다. 이로써 외국인 관광객의 눈길을 쉽게 끌 만한 적당히 이국적인 이미지를 표현했다. 역사문화적 맥락이나 관례는 고려하지 않고, 부분만 뜯어오거나 마구잡이로 조합하는 등 존중이 결여된 방식도 나타난다. 여기엔 우리나라에서 멋과 아름다움을 어떻게 해석해왔는지, 한복에 담긴 미적 관념이나 가치관에 대한 고민이 없다.
한편으로는, 퓨전 한복을 통해 일상에서 한복이 등장하는 것 그 자체로 유의미할 수 있다. 한복은 이제 특별한 때에만 입는 예복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결혼식에서도 한복을 입지 않는 경우가 늘었다. 결혼식조차 제외하면 우리는 언제 한복을 입을까? 국가유산청장은 퓨전 한복에 대해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면 한복이 사라질 것이라 우려했는데, 전통 한복에 대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 역시 한복의 사장(死藏)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가유산청장의 ‘바로잡는다’는 말은 한복에 정통적인 기준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진짜’ 한복이 무엇인지 따지며, 다양한 시도를 제한하는 것은 옳은 방향인가? 전통은 고스란히 보존해야만 하는 옛것이고, 재해석이 불가한 대상인가? 보통 국가적·민족적 전통 문화는 아리랑처럼 사람들의 정체성과 연결되는데, 한복엔 그 연결이 끊어져 있다. 한복은 우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우리에겐 한복에 대한 고민과 관심이 부족하다. 우리는 한복의 무엇을, 어떻게 이어야 할까? 전통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고, 어떻게 즐기고 이어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