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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량 Oct 24. 2019

패션브랜드 투명성 지수-1

패션레볼루션과 패션브랜드 투명성 지수

그동안 쉴 틈도 없이 바빠서 오랜만에 새문서를 열었습니다. 쓰려고 메모해둔 거, 수정하고 싶은 부분들이 가득했는데 이제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지난 글에서 소개한 「위장환경주의」를 읽고, 그동안 패션에 대해, 그리고 환경과 인권에 대해 제가 다뤘던 글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되더라구요. 래서 제 생각을 좀 더 정립하고, 글도 확실한 방향으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이와 함께 <알고 사는 패션> 매거진도 재편해보려고 합니다.


<알고 사는 패션> 매거진은 말 그대로 브랜드에 대해, 그리고 그 옷이 어떻게 소비자의 눈앞까지 오게 되는지 그 과정에 대해 알고 나서 소비하자는 취지 아래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좋아한 브랜드들이 얼마나 환경을 위해, 그리고 사람과 동물을 위해 노력하는지 한번 알고나 사보자는 거죠. 그래서 브랜드의 투명성과 윤리성에 대해 조사한 내용을 알려드렸습니다. 패션레볼루션에서 발표하는 투명성 지수와 Baptist World Aid Australia에서 발표하는 패션 브랜드 윤리성 레포트, Good On You라는 사이트에서 발표하는 윤리점수. 이렇게 세 가지 자료를 참고하여 글을 작성했습니다.


그런데 「위장환경주의」를 통해 그린워싱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저 마케팅일 뿐인 그들의 노력에 잘도 속아넘어갔던 이전의 제 자신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알고 사는 패션'을 쓰면서 제가 가져야 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었죠. 제가 이 매거진을 쓰는 목적은 '이 브랜드는 이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으니 당신은 충분히 소비해도 괜찮다'가 아니라 '적든 많든 이런 문제점을 가지고 있으니 정말 필요할 경우에만 소비하자'라는 걸요. 패션브랜드에서도 많이들 애용하는 그린마케팅, 그 너머에 있는 진실을 바라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단순히 브랜드의 윤리성만 알려드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적게 사고 적게 버리는 것이 최대의 해결방법이라는 것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을요. 문제해결은 기업의 윤리적 생산이 아닌 소비자의 절제에서 시작됩니다.


이러한 반성의 과정에서 저는 자료에 대한 신뢰성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믿을만한 자료를 바탕으로 브랜드의 투명성과 윤리성을 제시해야 하니까요. 조사결과, 우선 '패션레볼루션'에서 제시하는 투명성 지수는 절대적인 점수는 아니라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글과 함께 총 두 편의 글로 '패션레볼루션 투명성 지수'에 대해서 심도 있게 소개하면서 점수 책정 방식에 대해 자세히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이 글로 소비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지점을 마련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서론이 길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다음과 같은 목차로 패션브랜드 투명성 지수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내용이 길어서 두 개의 글로 나눠 작성하려고 합니다.


1. 패션레볼루션

 - 패션브랜드 투명성 지수를 매년 발표하는 단체입니다. 어떻게 생겼고, 무슨 일을 하는지 간단히 소개할게요.

2. 패션브랜드 투명성 지수

 - 무엇을 평가하는지, 평가대상은 어떻게 선정하는지,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그 과정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더불어 그 한계점에 대해서도 함께 짚어보려고 합니다.

3. 패션브랜드 투명성 지수 평가 항목

 - 투명성 지수를 발표하기까지 검토하는 항목에 대해, 그 세부기준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4. 2019 패션 브랜드 투명성 지수

 - 올해 발표한 레포트를 보며 어떤 브랜드가 어떤 점수를 받았는지 세세하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각 항목별로도 세부점수가 공개되어 있으니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요.






1. 패션레볼루션

먼저, '패션레볼루션'은 어떤 단체일까요?


패션레볼루션은 2013년 라나플라자 건물 붕괴 사건으로 촉발된 단체입니다. 라나플라자 붕괴 사건은 패션업계에서 노동자들의 인권문제를 조명한 계기가 된 사건이죠. 이 사건은 붕괴 전조증상에 대한 방관, 강요된 노동 등으로 빚어진 '인재'였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으로 시급 200원을 받으며 일하던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이 드러났죠. 하지만 해당 건물에 제조공장을 두고 있었던 브랜드들은 책임을 회피하기 바빴고, 마지못해 배상금을 내놓았을 때는 이미 피해자며 유가족이며 상처가 덧날대로 덧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캐서린 하르트만)


이 사건을 계기로 사람들은 패션업계 노동자들의 처우에 대해 관심을 갖고, 패션산업의 공급과정에 대한 투명성을 외치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패션혁명(Fashion Revolution)'이 시작됩니다. 패션레볼루션은 이렇게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패션업계 노동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누가 내 옷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 질문을 통해 당신의 옷이 당신에게 오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유도하죠. 패션레볼루션은 라나플라자 사건이 발생했던 4월 24일을 패션혁명의 날로 지정했습니다. 그리고 패션혁명의 날을 전후로 패션기업의 투명성을 요구하고 패션산업의 실태에 대해 논의하는 각종 포럼과 캠페인을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자연스러운 패션> 매거진의 '누가 내 옷을 만들었을까?' 글을 참고하세요.)


2. 패션 투명성 지수

패션레볼루션은 매년 패션 브랜드 투명성 지수를 발표합니다. 투명성 지수란, '패션기업이 의류제품의 제조, 유통, 판매의 모든 과정을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를 판단한 점수입니다. 제조과정에서 유해물질은 검출되지 않는지, 노동자들의 권리는 보장이 되는지 등등 환경과 인권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 바로 '투명성'입니다. 직접 공장에 가서 확인해볼 수 없는 소비자들은 기업이 투명하게 공개해줘야만 옷의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업은 공급과정을 공개해야 더더욱 윤리적인 방식으로 경영하기 위해 노력하겠죠. 그렇기 때문에 윤리적 경영을 위해 모든 기업에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가치가 바로 투명성입니다. 떳떳하다면 공개 못 할 이유가 없을 테니 말이죠.


패션레볼루션의 투명성 지수는 ①정책 및 공약, ②경영, ③공급망, ④감사 및 문제해결, ⑤사회적 쟁점에 대한 관심도, 이렇게 다섯가지 항목에 대해 조사하고 점수화합니다. 이 항목들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 목차에서 설명드릴게요. 이 다섯 항목은 아래와 같은 비율로 점수화됩니다.

최종점수는 각 항목을 위와 같은 비율로 산정해서 나타냅니다. 하늘색 상자는 총점, 하얀색 상자는 비율입니다.
조사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입니다. 방법론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런 전문가들이 참여했고, 이런 기구 혹은 기관들의 기준들을 참고했다는 서술입니다.


조사대상이 되는 브랜드는 연간매출액이 5억달러가 넘는 브랜드 중에서 럭셔리 패션, 스트리트 패션, 스포츠웨어, 액세서리, 신발 등의 분야를 넘나들며 유럽, 북미, 남미, 아시아까지 넓은 영향력을 자랑하는 브랜드들로 선정합니다. 이렇게 패션레볼루션은 200개의 브랜드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합니다. 조사는 각 브랜드에 준비된 질문지를 보내고 브랜드에서 해당 질문지에 답변하는 방식입니다. 바로 여기에 이 자료의 한계점이 존재합니다. 이번 2019년, 조사에 응답한 브랜드는 46%로, 응답하지 않은 브랜드가 52%를 차지했습니다. 점수는 회수한 일부의 답변지를 기반으로 책정하고, 답변하지 않은 브랜드는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와 웹사이트, 연간보고서 등을 토대로 점수를 매깁니다. 질문지에 대한 대답을 강제할 수도 없을뿐더러 대답한다 해도 대답의 진위를 파악하기 힘든 방식입니다.(절대 솔직하지 않을걸요... 절대.) 즉, 이 투명성 점수는 단순히 응답내용을 기준으로 마련된 것이므로 낮은 점수가 실제적인 투명성 정도와 직결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신뢰도가 다소 떨어지는 자료라고 볼 수 있죠. 샤넬은 패션레볼루션의 투명성 지수는 이 단체의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도, 적극성 정도를 보여줄 뿐이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설문지에 앞으로도 답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했죠. (그렇다고 그렇게까지 거부할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해요.)

 

하지만 질문에 응답하지 않을 경우 '공개적으로 접근 가능한 정보와 웹사이트, 연간 보고서 등'을 참고한다고 했습니다. 즉, 소비자들이 쉽게 접근 가능한 정보로 판단한다는 거죠. 그리고 소비자들이 물품의 생산방식에 대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투명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패션레볼루션은 소비자의 입장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투명성을 판단하고 있는 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자료의 신뢰도를 떠나서 이 투명성 점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투명성에 대한 관심, 공급과정의 윤리성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어요. 또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낮은 점수를 부여하기 때문에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기업의 정보공개를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패션브랜드의 투명성 지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더 많은 브랜드들의 참여를 얻을 수 있겠죠. 사람들의 관심도에 따라 이 투명성 지수가 기업의 이미지와 직결되는 부분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추가로 답변의 진위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한다면 투명성 지수에 대한 신뢰도도 보다 높아지지 않을까요? 완전히 믿을 수 없긴 하지만 패션계의 발전을 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자료인 건 분명하다고 생각해요.






다음 글에서는 패션 투명성 지수 평가 항목과 2019 패션브랜드 투명성 지수에 대해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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