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을 다물고 있는 게 가장 무난한 선택이라더라. 말을 보태봤자 결국 내 흔적만 남을 테니까. 나의 의견조차 나를 위한 것이 되지 못하는 세상에서, 침묵은 유일한 방어기제인지도 모른다.
끝이라고 말하지 말자더니 결국 타인이 되어버린 관계들. 차마 내뱉지 못한 복잡한 그리움들은 갈 곳을 잃고 공중에 흩어진다. 표현하지 못한 마음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린 걸까.
금요일 퇴근길, 파도처럼 밀려드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나를 삼킨다. 북적이는 군중 속에서 정작 나는 나 자신의 방관자가 되어버린 기분이다.
순수함을 가장하여 의도치 않게 덮여버린 백색(白色). 조용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불균형하게 흩어진 날카로운 소음들. 어쩌면 현대인은 그런 존재가 아닐까.
마음속은 비명에 가까울 정도로 시끄러운데, 겉으로는 평온한 표정을 지어 보이는 것.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결코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감정들의 더미.
보이지 않는 색과 들리지 않는 소음 속에서, 내일도 우리는 조용히, 가장 시끄러운 날들을 살아갈 것이다.
나는 이 고요한 아우성을 '백색 소음'이라 부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