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하는 착각

by 소소


한 날의 나는 가장 빛난다.

한 날의 나는 가장 가난하다.

또 어느 한 날의 나는 무섭고,

어느 한 날의 나는 하염없이 약하다.


촛불의 힘을 빌려 순식간에 활활 타오르는

가냘픈 종이 한 장처럼.


우리도 어느 한 날에는

아주 작은 감정 하나가

나를 온전히 덮어버릴 때가 있다.

그 얄팍한 감정에 속절없이 쓸려갈 때마다,

나는 늘 같은 이유로 자존심이 상한다.


나를 다스릴 수 없다면

과연 그 누가 나를 다스릴 수 있을까.

그 누구에게도 온전히 건넬 수 없고,

해결을 기대할 수도 없는 마음 앞에서

나는 혼자 선다.


그렇지만 괜히 바보가 되어

입 밖으로 꺼내본다.

아무 일도 아닌 척,

그 순간만은

조금 덜 무너진 사람인 척

착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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