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승 없는 그곳

by 소소


오늘은 그냥, 무언가라도 하고 싶었다. 대단히 예쁜 카페를 찾아가지 않아도 괜찮았다. 집 밖을 나와 버스 창가 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나는 조금 특별해진 기분이 들었으니까.


환승이 싫어 그냥 앉아 있다가, 환승하지 않아도 되는 노선 중 마음이 가는 곳에 내려 무작정 걷는다.


걷다 보면, 거리 위의 나는 커다란 빌딩을 가진 건물주라도 된 것처럼 괜스레 잘 살고 있다는 위안을 얻는다. 차로는 결코 갈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을 누비며 나만 아는 지름길을 찾아내는 소소한 성취를 쌓는다.


모두가 일하는 평일 오후, 천천히 어두워지는 풍경이 이토록 편안했던가. 해의 꼬리가 길어질수록 묵직했던 내 걱정들도 노을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다.


인생의 모든 문제 앞에 서서 굳이 정답을 맞히려 애써야 할까. 그저 펜을 들고 무엇이라도 적어보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 내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단돈 버스 요금만으로 충분히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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