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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니셜 B Mar 18. 2016

30대 영어 바보 B의 피지 유학기

<피지 이야기 # 3>  Day 1. 라우토카에서의 첫날

<피지 이야기 # 3> 

Day 1. 라우토카(Lautoka)에서의 첫날

(12.12.03. 월)




▶ B가 Fiji를 선택한 이유 ◀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Fiji로 간 건 유학, 즉 영어 어학연수가 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대체 어쩌다 많은 나라들 중에서 피지로 간 걸까?'란 생각이 드실 거예요.





원래 B는 어학연수가 아니라 


약 2주 정도 미국 서부 여행을 하려고 돈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처음 미국 여행을 가려고 했을 때는 이유가 있었는데 


중간에 어떠한 이유로 여행을 가지 않기로 결정한 겁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행하려고 모았던 비용이면 


단기 연수를 갈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B가 외국에서 살아보겠다고 생각했던 건 처음은 아닙니다.


B의 남동생이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을 때도 같이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일본 워킹홀리데이는 실제로 거의 모든 준비가 끝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일본에 대지진이 나서 포기했었죠.


그렇다면 이번이 정말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일 수 있겠다 싶었던 겁니다.





물론 Fiji를 택한 이유가 눈 감고 찍어서는 아닙니다. 


나름의 이유가 있었죠. 


수년전 워킹 홀리데이 비자로 호주에 갔던 남동생이 


호주에서 여러 명의 피지안들을 만났는데 


그들이 매우 착했다는 거예요. 





"누나, 생각해봐. 


누나가 평생에 걸쳐서 몇 번의 해외여행을 할 기회를 갖게 된다면 어떤 나라를 선택할까?

 

영국?


아니면 다른 유럽?


이런 나라들은 어쩌면 돈만 있다면 마음먹고 갈 수 있는 나라들이야. 


하지만 여러 나라가 있다면 아마 누나는 피지를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정말 아름다운 나라에서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는 지금 뿐이야." 




전 이 부분에 아주 크게 동감했어요. 


특히나 B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러 가는 것보다 관광지를 선호하는 편이라 


피지에 갈 가능성은 더더욱 희박하게 느껴졌죠. 





또한, 제가 선택한 학교는 일본인이 많아서 


여차한 상황에서는 일본어로 물어볼 수도 있겠다 싶었죠.


다른 나라보다 딱히 놀거리도 없어 


영어 공부하기에도 최적의 환경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저렴했어요.


심지어 필리핀보다도!  







▶ 유학 전 준비 ◀



피지에 가기 전에 스스로 특별히 준비를 한 건 없었습니다.


제가 갔을 당시엔 다른 나라들처럼 다양한 유학원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피지 관련 유학원이 딱 한 곳 나오더라고요.



유학원 선택 때문에 고민할 필요도 없었고 


절차도 아주 간단해서 신청하고 출발하는데 긴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습니다. 


짧게는 신청하고 2주 만에도 출발이 가능한 거 같더라고요.   



유학원에 가서 알아보기는커녕,


온라인으로 신청서를 작성하고 금액(학비, 기숙사비, 항공권, 보험 등)을 입금한 게 전부였어요.


입금하고 나서야 '사기당한 것 아닌가?'란 생각이 들었는데 아무런 문제없이 잘 처리해주셨죠.



피지 유학원 대표분의 말씀에 의하면 


본인이 한국에서 최초로 필리핀 유학을 만드신 분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분 전화 통화 때 얼마나 친절하셨는지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은 분이셨습니다.


나중에 온 한국인 동생들도 진짜 친절했다는 얘길 하더라고요.




'여행 경비를 다른 방향으로 써보자!'란 가벼운 마음으로 간 것이니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준비해서 갔을지 만무했겠죠?



정말로 그냥 일단 갔습니다. 


'모르면 일본 애들한테 물어보지 뭐. 


일본어로 어떻게든 될 거야!!'라는 안일하고 용감?! 무식한 생각으로.



그러나...... 


막상 가보니 현실은... 아니.. 정확히 영어는 그렇게 녹녹지 않더군요. (웃음)






      




▶ 라우토카 타운 ◀



나마카 캠퍼스에서 라우토카까진 약 30~40분 정도 걸렸습니다. 



일본인 5명은 정확하게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를 들르는지 알고 있었지만 


전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한 상태였어요.


일본인과 그 외 국적을 가진 사람의 오리엔테이션의 내용이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죠.


그도 그럴 것이 같은 시간 내에 영어 초급자들에게 많은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기에 


꼭 필요한 부분들만 설명을 한 겁니다.





일본인 한 명이 휴대폰 가게를 지날 때  


"저기에 아까 말한 보다폰(Vodafone) 매장 있다"라는 말을 했는데


전 '보다폰???' 하면서 멍하니 있었습니다.


'내가 모르는 설명을 저들은 들었구나'하고 추측만 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신기한 얘길 하자면,


그 보다폰에서 일한 직원 중 한 명을 다음 달 한국에서 만날 예정입니다.


피지에 살 당시엔 한 번도 사적인 대화를 나눈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세상은 참 좁고 인생은 예상치 못한 일이 많아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이 이야기는 뒤에서 다시 언급하겠습니다.






나마카에서 출발할 때는 바로 기숙사로 이동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를 태운 차는 우선 라우토카 타운으로 향했습니다.


차는 라우토카 타운을 한 바퀴 돌았고 


우리는 설명을 들으며 휴대폰 가게, 대형 마트, 음식점 등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 후 라우토카에서 가장 큰 마트에 잠시 내려서 


휴지, 샴푸 등 생필품들을 구입할 수 있는 시간을 주더군요. 


이미 시간은 점심시간이었기에 간단한 음식들도 사서 먹었고요.


마트 한쪽 코너에서 파는 프라이드치킨 몇 조각 같은 거요.





여기서부터는 라우토카 타운 사진들입니다.





인도 사람들이 많다보니 이런 옷도 팔았습니다.





2달러 샵이라고 불렀던 곳이에요. 다이소같은 곳이었죠.  우측 BBQ 치킨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곳이었습니다. 


jack's는 타지역에도 있는 체인점인데 피지 관련 기념품부터 옷까지 다양한 물건들을 파는 상점입니다.









타운 구경은 아주 간단하게 끝났습니다. 


사진 찍을 여유가 없었죠.


라우토카 타운 사진들은 첫날 찍은 건 아니고 라우토카에서 지내면서 찍었던 사진들이에요.





▶ 도미토리 ◀


차는 타운에서 학교로 향했습니다.


학교 안에 기숙사가 있었는데 6명 중 3명이 기숙사생어서 먼저 학교로 향했습니다. 


차가 서자마자 "English only policy"라는 말을 하시더라고요.


학교 곳곳에 붙어있는 E.O.P!


처음에는 어찌나 긴장되고 불안하던지 정말 겁이 났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레벨 테스트가 있으니 스터디룸으로 몇 시까지 오라는 설명을 해준 후 


차는 나머지 홈스테이 학생들을 싣고 멀어져갔습니다. 




도미토리 생활을 하게 된 사람은 저와 2주 단기학생이었던 리나 


그리고 최장 기간인 1년간 머문 케이타였습니다.



노란색 건물이어서 일명 옐로운 프리즌이라고 불렸던 도미토리는


2층짜리 건물로 1층은 남자, 2층은 여자들이 생활했습니다. 


(옐로우 프리즌 사진은 후에 소개하겠습니다.)




기숙사에는 학생들 이외에도 24시간 있는 시큐리티 가드 도미토리 Mum이 있었습니다.



시큐리티 가드는 무장한 사람은 아니지만


기숙사 안전을 책임지고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었는데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었어요.


그들은 교대 근무를 했고 언제나 시큐리티 가드 중 누군가는 1층 의자에 앉아있었습니다.


그들은 기숙사생 얼굴을 잘 기억했고 대부분의 이름도 기억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어딘가를 갔다가 오면 그들에게 "I'm home."이라고 자연스럽게 말하곤 했습니다.



우리가 도미토리 맘이라고 부르던 분은 기숙사 1인실에서 생활하면서 


기숙사의 공동 시설을 청소하고 관리해주시며 엄마 같은 역할을 해주시는 50대의 여성분이었습니다.



 


도미토리는 1인실, 2인실, 4인실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각 방의 면적은 모두 같았고 가구들만 조금 달랐습니다.



1인실 : 싱글 침대, 책상, 의자, 서랍장, 팬(fan)


4인실 : 2층 침대 2대,  4칸짜리 서랍장, 팬 




1인실은 비어있는 방이 많았고 대부분 4인실을 사용했습니다.


4인실이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1명 내지 2명만 사용했어요.


4인실에 빈방이 있으면 새로 온 학생들은 우선적으로 빈방에 배정받았고요.



하루에 2달러(1,300원) 밖에 하지 않는 4인실 방을 선택했는데 


첫 2달간은 룸메이트 없이 혼자 사용했어요. 



공동시설로는 샤워실(8칸), 화장실(8칸 정도), 키친, 세면실(빨래도 했음)이 있었고


별도의 전기요금이나 수도요금은 없었습니다. 


정말로 1300원이면 하루를 지낼 수 있는 거였죠.



저와 리나 모두 4인실을 썼지만 룸메이트는 없었습니다.







▶ 라우토카 기숙사 생활 첫날 ◀



짐을 방에 놓고는 할 일이 없어 


토미토리 학생인 리나와 학교에서 가까운 마트에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짐을 최소한으로 가져갔기 때문에 숟가락도 없었거든요. 


학교에서 가장 가까운 RB라는 마트로 가서 접시, 숟가락, 포크, 간단한 식료품 등을 샀습니다. 




사실 학교 주변 길이 잘 기억이 안 났어요. 


리나가 없었다면 어땠을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네요.


리나 고마워~! 


(나중에 알고 보니 리나는 이미 오렌지 북을 통해 지도를 본 상태였습니다.)




학교에서 라우토카 타운가는 길



이렇게 매일 2주간 리나와 함께 장을 보러 다녔습니다.




다시 도미로 들어와서는 심심해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할 것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방은 좁고 


저녁에 밖에 나가는 건 위험하다고 하니 나가지도 못했어요.




저녁 8시쯤 배고파진 B는 심심함을 참지 못하고 도미토리 키친으로 가봤습니다. 


3~4명 정도의 일본인들이 있더군요. 


그들은 단번에 제가 새로 온 학생이란 걸 알아챘고 영어로 말을 걸더라고요. 


이때까지만 해도 자신감 결여, 영어 울렁증으로 인해 


전 당당하게 일본어로 대답했죠.


속으로 '다들 일본인 같은데 영어로 묻지 말아 줘!' 하면서요.




한참 이것저것 얘기를 하다가 알게 된 사실은 일본인은 이 학교에 올 때 따로 오리엔테이션을 하는데 


일명 '오렌지 북'이라는 책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오렌지 색으로 된 학교 안내 책자인데 일본어 버전 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다른 나라 사람들한테는 말도 안 해주고!!! 


학교 수업부터 라우토카 지역 지도 등등 온갖 필요한 정보가 들어있는 책이었어요. 


한 학생이 자신은 이미 안다며 필요 없다고 1권을 주더군요. 


그날 밤에 방에 들어가서 전부 읽어봤습니다. 


일본어를 할 수 있어 천만다행.





이 날은 정말 예상치 못한 외로움과 심심함에 시달리며 하루에 무려 3번이나 혼자 울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심카드를 산 것도 공중전화 카드를 산 것도 아니어서 


가족들이랑 통화도 못했었고 사실 그럴 여유도 없었어요.


심지어 어떻게 구매하는 건지 조차 몰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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