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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호 Mar 24. 2019

어쩌다 인도를_첫번째

인도와의 첫 인연

인도와 연을 맺게 된지 햇수로 15년째다. 우연인지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그때부터 쭉 인도라는 한 길만 걷게 되었고 지금은 인도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다른 이들을 위한 인도 비즈니스 컨설턴트라는 길잡이로서 살고 있다. 생각해 보면 장기하 밴드의 마지막 앨범인 ‘그건 니 생각이고’의 가사가 나에게 딱 들어맞는 것 같다. ‘원래부터 내 길이 있는 게 아니라 가다보면 어찌어찌 내 길이 되는 거야.’ 앞으로 인도에 대한 글을 쓰기 전에 내가 어쩌다 이 길을 걷게 되었는지를 찬찬히 돌이켜보고자 한다.


2005년 여름, 당시 고등학교 1학년으로 여름방학 때 2주정도 다녀 온 것이 첫 인도 방문이었다. 지금은 전혀 아니지만 고등학생 때 꽤나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던 열성 크리스천이었다. 청소년 부 선생님이 추천해준 어느 선교단체의 선교교육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8주 과정을 모두 수료한 학생에게만 2주간 해외단기선교에 참가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었다. 신앙인으로서 선교라는 대의에 심취해있기도 했었지만 외국에 나가볼 수 있다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는 마음이 더 커서 열심히 교육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나는 그때 까지 외국에 나가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사실 내 고향인 대전을 떠나 본적이 거의 없었다. 명절마다 시골에 가거나, 부모님 모임 따라 계곡을 간다거나 아니면 교회 수련회에 가는 것 말고는 대전을 나갈 일이 없었다. 그래서 대전이 제일 큰 도시인 줄 알았고 딱히 다른 도시에 가보려는 생각도 잘 안했었다. 나중에 대학교를 부산으로 가게 되었을 때 ‘부산은 시내가 어디야?’라는 질문을 했었는데 부산은 번화가가 여러 곳이라 시내라는 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적잖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당시 대전에서 ‘시내’라고 하면 은행동 밖에 없었는데, 부산은 은행동 같은 곳이 몇 개나 있다는 것이다. 부산 서면에 처음 갔을 때는 시내가 이렇게 크냐며 놀라는 모습을 보고 친구들이 놀리기도 했었다. 물론 지금은 대전도 번화가가 여러 곳이라 시내라는 말은 잘 안 쓰이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무튼 그때 나는 나의 생활반경 외에는 아는 것이 정말 없었다.


매주 토요일마다 진행 되었던 8주간의 교육이 끝나고 단기선교 국가가 발표 되었다. 이스라엘과 인도, 양자택일이었다. 이때의 선택이 내 인생의 결정적 순간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은 성지 중에 성지이기 때문에 이스라엘을 선택한 사람들이 당연히 많았다. 반면 인도는, 그 선교단체의 설명에 따르면 ‘선교의 불모지, 미전도 종족이 많은 미개척지’였다. 불모지, 미개척지라니 마치 대항해시대의 일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매일 밤늦게까지 강제로 학교에 갇혀 학업에 찌든 고등학생에게 현실을 벗어나 미지의 세상을 향해 떠나는 탐험가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그래서 인도를 선택했다.


그런데 나는 인도에 대해 완전히 무지했다. 아는 거라곤 요가나 카레정도? 인도가 불교의 발상지라는 것도 몰랐을 정도였다. 힌두교라는 단어도 선교단체 교육시간에 처음 들어봤던 것이다. 인도로 떠나기 전까지 내가 습득한 지식이란 기독교적 시각에서 바라본 지극히 편향된 정보뿐이었고 기껏 읽어본 책도 류시화 시인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이라는 에세이집 하나였다. 그렇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러 간다는 기분에 잔뜩 도취 되어 있었으면서도 정작 그 세계에 대한 공부는 일체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사전준비도 없이, 그저 같이 가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다가 도착한 인도 델리공항. 정말 경악 그 자체였다. 2011년 인디라간디 국제공항이 신설되기 이전의 델리 국제공항은 차라리 시골 버스 터미널이라고 부르는 것이 나을 정도로 처참한 상태였다. 도저히 일국의 수도 공항이라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낙후 되어 있었다. 화장실 세면대 위 페트병에 담겨 있던 분홍색깔 물비누의 그 독특한 냄새는 지금까지도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혼란스러운 공항을 벗어나 밖으로 나가자 혼란을 넘어선 혼돈이 찾아왔다. 그동안 살면서 맡아본 적이 없는 희한한 냄새와 불쾌지수를 한방에 올려버리는 엄청난 습도 그리고 사람과 차와 소와 개가 뒤엉켜 있는 말이 안 되는 풍경.


그것이 아직도 나의 뇌리에 박혀있는 인도의 첫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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